하이닉스가 현물시장에 D램 공급을 중단한다고 한다. 이에 삼성전자는 변함없이 계속 현물시장에 D램을 공급한다고 하고 있다.

참으로 시대가 바뀌었음을 느끼게 해준다. 삼성전자가 D램 생산량의 몇 %를 현물시장에 공급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정거래선 위주로 공급을 해왔던 삼성전자가 최근 현물시장에 주도적으로 공급량을 늘려 D램 현물가격을 급락시키는 주체였다면, 이번 하이닉스의 현물시장 D램 공급중단 결정에 적잖이 당혹해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가 전체 D램 생산량의 15% 가량을 현물시장에 헐값으로 내다 팔고 있었는데, 이 물량을 고정거래선으로 돌려 소화해낼 수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것이며, 삼성전자의 D램 현물가 내리기 전략에 하이닉스가 급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여태껏 D램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수급을 좌지우지해 왔던 것을 상기해 보면, 이번 하이닉스가 반기를 든 사건은 D램의 주도권이 하이닉스로 이전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주력인 512메가바이트(Mb) DDR2 D램 고정거래가 1.75달러이고, D램 현물가가 1.25달러로 차이가 0.5달러나 벌어져 있다.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상식적인 기업이라면 D램 생산량의 100%를 고정거래가로만 판매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괜히 고정거래가 1.75달러로 팔 수 있는 D램을 0.5달러나 밑지면서 현물시장에 공급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만약 삼성전자가 장기적인 공급선 확보를 위해서 현물시장에 D램 공급을 중단할 수 없다고 반론을 내세운다면, 이는 삼성전자가 고정거래선 이탈로 인한 D램 생산량을 처리하는데 있어 다급한 사정에 빠졌다고 판단해도 될 듯하다. 현물시장은 D램 제조사의 2류, 3류 회사가 경쟁하는 시장이다. 일류회사는 D램 생산량의 자투리 정도를 처리하는 용도의 시장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것이다.

하이닉스가 혼란스러웠을 때 고정거래선(메이저 PC제조사)을 잡지 못했기 때문에 D램 생산량의 대부분을 현물시장에서 소화할 수 밖에 없었던 시절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 하이닉스는 현물시장에서 발을 뺄 수 있는 입장으로 올라선 것이고, 그에 반해서 삼성전자는 현물시장이 아니면 D램 생산량을 모두를 소화할 수 없는 입장으로 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삼성전자가 일부러 D램을 무리하게 생산해서 현물시장에 공급함으로써 D램 현물가격 내리기를 전략적으로 수행하고 있었고, 여태껏 손해를 감수하고 있었다고 본다면, 하이닉스의 반기를 보며 허망한 기분이 아닐까 싶다. 계획이 하이닉스에 의하여 무산되었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다면 하이닉스가 현물시장에서 발을 빼는데 삼성전자가 계속해서 현물시장에 D램 물량때리기 전략을 고수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 그렇게 하지 못한다. 계속적인 효과를 보려면 하이닉스의 현물시장 공급량을 더해서 공급해야 하는데 출혈이 심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하이닉스는 고정거래가 1.75달러로 D램을 팔고 있는데 일부분이라도 삼성전자가 1.25달러로 D램을 판다면 시장참여자들의 시선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멍청한 짓이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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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하이닉스가 현물시장에 D램 공급을 중단한다고 해서 삼성전자가 따라서 "우리 삼성전자도 하이닉스처럼 현물시장에 D램을 공급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할 수 있을까? 아마 삼성전자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 이를 허락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선택은 겉으로는 변화가 없게 보이게 하고, 속으로는 현물시장에 D램 물량을 줄이던지 공급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삼성전자의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필연의 수순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D램의 주도권은 이제 하이닉스에게 넘어왔다고 볼 수 있다. 하이닉스가 삼성전자에 의해서 휘둘리기는 커녕 삼성전자가 오히려 하이닉스에 의하여 흔들리고 있으니 그렇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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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삼성전자가 D램 생산량 모두를 고정거래선만으로 소화해 내지 못한다는 점도 참 놀랄 일이지만, 하이닉스가 D램 생산량 전부를 고정거래선에 공급함으로써 모두 소화해 낸다는 것은 정말 놀랄 일이다.

하이닉스, D램 현물시장 판매 중단 전자신문 뉴스 보기
"남는 게 없다" 하이닉스 반도체 공급 중단 SBS뉴스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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