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평일 오후에 영화를 보면서 영화가 매진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기껏 많은 관객들과 영화를 본 경우에도 객석의 1/7을 채우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객석이 매진된 영화, 미이라는 관객의 엄청난 호응을 받았던 영화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매진된 영화, 객석에 들어찬 이름모를 많은 사람들과 같이 본 영화 미이라는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영화였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뱉어내는 숨소리, 말소리, 뭔가 먹는 소리, 애가 우는 소리, 아줌마가 극장을 들락날락 하는 소리, 어린 청춘들이 도란거리는 소리,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의 보란 듯이 휴대폰 수시로 열고 닫는 짓 등과 결부되었겠지만, 이를 충분히 감안한다고 해도 역시 미이라는 정신없는 영화였다.
미이라 영화 속에서 전투신이 많이 나오는데 미이라들이 서로 공격하는 것이 아닌 영화관객을 공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정신없이 치고 박고 싸우는데, 장면은 빠르게 쉴틈 없이 돌아가는데, 공허한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영화관객으로 하여 딴 생각을 하게 하지 않겠다는 의도였는지 모르지만 영화 내내 긴박한 긴장감을 유지하려 엄청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그런데, 역으로 그런 집중을 요하는 장면이 많은 탓에 피로도가 쌓여서 산만했는지도 모르겠다.
미이라가 내용은 없는 영화라고 공감을 하고 영화를 보지만 그래도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영화 미이라 외적인 얘기지만, 이날 영화 미이라가 매진된 이유는 그놈의 놈놈놈때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이라를 보고 난 후 TV에서 놈놈놈 시사회에서 호객에 열심인 세 주연배우 송강호의 놈놈놈은 두 번을 봐야, 이병헌의 세 번은 봐야, 정우성의 네 번은 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도둑놈 심보의 인터뷰가 현재의 극장상영 상황을 대변해 준다고 봤다. 그들 말마따나 한국 사람들은 놈놈놈을 두 번이고 세 번을 봐야 할 처지인 것이다. 도대체 다른 영화가 걸리지 않고 놈놈놈만이 보일 뿐이니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베트남으로 님 찾아 떠난다는 눈물을 흘려야 할 듯한 영화나 러시아에서 멍청하고 가당치도 않은 스파이 짓을 하는 영화는 보기 싫으니, 한 동안 그놈의 놈놈놈의 위세가 처질 때까지는 영화 관람의 즐거움을 갖지 못하게 될 것 같다.
놈놈놈이 역대 최대의 영화관객동원수에서 한 명이라도 더 많았으면 한다는 그 소망이 가당치 않아 보이는데, 세상일은 또 알수가 없다.
"님은 먼곳에"를 안보셨군요?
하긴 포스터만 보고는 영화가 안 땡기는 게 사실이죠.
시간 되면 꼭 보시길 바랍니다.
그냥 눈물 짜는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코미디에 가까울 듯 싶습니다.
"놈놈놈"보다는 세 배 정도 잘 만든 영화입니다.
어쩐지 '님은 먼곳에'는 보고 싶은 마음이 동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