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를 살리겠다는 노력이 무의미해질 수도 있겠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7월 9일로 해고노조원들이 쌍용차 평택공장 불법점거 50일이 되면서 존폐를 논의할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50일 동안의 매출손실에 이어 기존 쌍용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국민들은 고장이 났을 때 차수리를 받지도 못하는 지경에 와 있으며 쌍용차의 브랜드 이미지는 땅 바닥을 향한지 오래다.

국내 소비자가 쌍용차를 바라보는 시선은 경영사정은 좀 어렵지만 좋은 차를 만들어내는 기업이었다. 국내 점유율은 현대, 기아차에 밀렸어도 쌍용자동차가 만들어내는 쌍용차의 품질에 의구심을 보내는 소비자는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법파업이 길어지면서 기업의 생존에 근간이 되는 소비자의 선호도는 말할 것도 없고, 승용차 구입시 기피해야 할 차종으로 전락하고 있다.

소비자가 승용차를 한 번 구입하면 평균적으로 1년에 한 번 이상은 자동차 수리를 필요로 하기도 하고, 주기적인 점검도 필요로 한다. 이에 따른 소모부품이 필요하고 차량사고에 이르게 되면 소모품이 아니라 핵심부품이 필요하게 된다. 그런데, 부품이 없단다. 그렇다면 사소한 접촉사고 만으로 쌍용차의 운행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며, 차량의 수명이 많이 남았음에도 서둘러 폐차처분 결정을 내리기도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과정을 거치며 기업 브랜드와 같이 쌍용차의 소비자 이미지도 바닥에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파업을 하더라도, 공장을 점거하더라도 최소한으로 A/S를 위한 부품제조 공장라인은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점거농성의 취지가 쌍용차를 망하게 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도 대한민국 방방곡곡(坊坊曲曲) 쌍용자동차가 달리고 있다. 쌍용자동차를 운전하는 소비자들은 운전조심해야 할거다. 자칫 조그만 접촉사고라도 나면 큰일나니 말이다. 사업을 하는 기업(상인)에게 상도의라는 것이 있다. 물건을 팔았으면 그 물건이 제 용도에 어울리게 수명, 품질, 고장수리에 있어 약속한 기한만큼은 반듯이 지켜져야 하는 것을 말한다. 기본적인 소비자와의 약속이 안지켜질 때 물건을 제조, 판매한 기업은 제 살 자리를 잃게 된다. 이는 당연한 귀결이다. 기업을 신뢰할 수 없으면, 제품의 품질이 아무리 좋아도, 파격적인 가격할인이 나와도, 무상 A/S 기간연장이라는 마케팅을 펼쳐도 별무소용(別無所用)이다. 이유는 당연하다. 기업이 내거는 약속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인 것이다. 이렇듯이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쓰러진 기업들은 부지기수(不知其數)다.

기업이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이라 낙인찍히면 소비자들의 관심도 멀어져 간다. 처음에 쌍용차가 해고를 이유로 공장을 점거하고, 생산에 차질을 빚고, 매출이 제로(zero)가 되고, A/S할 부품이 부족해지고, 쌍용차가 고장나면 폐차해야 한다고 걱정하는 것에서, 시간이 더 지나면 쌍용차는 의레 그런 기업이고 그런 차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되면 끝장이 나는 것이다.

또, 50일 동안 쌍용차가 올리지 못한 매출에는 협력사의 매출도 포함된다. 쌍용차는 국민적인 관심을 아직까지 받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제각기 제 살길을 찾아야 한다. 다른 완성차 업체에 납품기회를 얻으려 노력하게 될 것이고, 중견 부품사의 경우에는 나중에 쌍용차가 정상가동되더라도 납품을 주저하게 될 것이다. 쌍용차와 부품장기공급계약을 맺는 것은 모험이 될 것이고, 계약조건도 현금거래를 요구받게 된다. 물론 불법점거 기간을 버티지 못하는 중소부품협력사는 공장문을 닫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쌍용차는 또 다른 공급업체를 찾아야 한다. 어떤 자동차 부품제조사가 덥석 쌍용차의 부품구매계약에 선듯 응할 것인가?

점차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소비자에게 협력업체에게 신뢰를 잃고 설자리를 잃어버리면 쌍용차의 존재감은 희미해져 가고,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그저 그런 망해도 그만인 기업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 때가 오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살 수 있는 사람들이라도 살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것이다.

참 못된 발상이지 않나? '다같이 죽자'라는 구호가 말이다.


  1. 붕이 2009/07/09 13:25  address  reply

    걱정입니다.
    우리나라의 공장들이 하나씩 둘씩 사라져 가는 것 같아서요.
    어제 경북에 IT관련 종사자 한 분을 만났습니다. 그분의 말로 삼성에 반도체공장을
    수원으로 이전한다도 하네요. 구미공장을 수원쪽으로 옮기면서 연구소만 남기고
    공장은 해외로 이전한다고 하네요.

    이렇게 같이 죽자고 하면 기업은 같이 살자고 하는 나라로 공장을 이전하고, 그나마 한국에
    기술력있는 연구원이 있으니 연구소와 본사만 남겨 회사를 운영할겁니다.

    지금 노동자가 살아 남으려면 진짜로 같이 살자는 말의 진정성 있는 노동운동을 하는
    나라가 되어야 될겁니다.

    • 포투 2009/07/09 14:08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기본적으로 다같이 살자는 취지여야 함에도 다같이 죽자식으로 덤비는 건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지나고 나서 크게 후회하게 될 겁니다.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지 모르겠습니다. 단결할 명분이 충족되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이성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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