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평판 TV 업계 지각변동의 근원지인 비지오의 약진을 보면, 애플의 아이폰과 모토로라의 레이저와 많이 닮아 있다. 아니,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 않다. 애플이나 모토로라는 자체 브랜드 지배력이 있는 상태에서 마케팅이 성공한 경우이지만 비지오의 경우는 브랜드, 자금, 규모면에서 떨어져도 한참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끔 미국기업의 전매특허 같아 보이는 무대뽀식 마케팅에 미국인들이 환호하는 것을 보게 된다. 보통 제품 이벤트를 벌이면, 이를 이슈화시키기 위해 들어가는 각종 비용때문에 정작 제품가격은 높게 책정되기 마련이다. 레이저가 그랬었고, 아이폰이 그랬다. 그러나, 비지오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가격을 최우선 마케팅의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그것도, 최첨단 IT제품의 총아라고 하는 LCD TV에서 품질은 아랑곳 없이 가격만을 들이민 격이었고, 또 그게 엉뚱하게 대성공을 거두었다.

조그만 회사가 2사분기 3개월 동안 북미시장에서 LCD TV를 60만대를 팔았다고 하는데, 한달에 20만대씩 이라는 것인데, 과연 비지오가 핵심적인 중요부품인 패널 구입을 할 때 현금구매를 할 수 있었을까? 팔릴지도 모르는데 무턱대고 LCD TV를 만들어 댄 꼴이고, 또 이 자그만한 회사가 팔 수 있을 것이라 믿고 패널부품을 외상으로 무턱대고 대준 꼴이며, 미련한 짓을 하는 비지오를 보며 미국인들은 환호한 모양새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렵게, 미국인들은 왜 그렇게 환호를 하나?

어떤 작은 기업이 모험을 감행해 가격인하를 위해 무턱대고 제품을 대량생산한다. 이 소식을 접하는 소비자의 반응은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미국은 항상 비슷한 반응을 보여왔다. 동양권 시각으로 보면 참으로 무모한 짓거리에 불과한, 망하기 십상인 마케팅이어서 엄두를 내지 못하는 방법으로 미국기업들이 보란 듯이 해내는 것이다.

현지화란 것이 이런 것인가? 결국 미국인의 환호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소비자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면, 이것을 그들은 개척자정신이라 부르며 호응해 주는 것인가? 애국심의 다른 표현인 것인가? 미국이란 나라에는 처음으로 소비자를 위해 위험한 시도를 하는 기업들을 높이 평가하는 기분파들이 많은 것인가?

이번 비지오가 보여준 북미시장 평판 TV 점유율 1위 등극 사건은 참으로 엉뚱하기에 보편적인 시각으로 보면 도저히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그들만의 리그이고 그들만의 룰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방식을 모른다면 앞으로도 당하고 또 당할 수 있다. 몰라도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알아내 기분을 맞추어야 한다. 앞으로 미국에서 장사를 하려고 한다면, 당연히 그들을 만족시켜야 제품을 팔 수 있기에 그런 것이다.
 
비지오는 제품의 품질이 어떻고, 디자인이 어떻고, 브랜드가 어떻고, A/S가 어떻고 하는 보편적인 마케팅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어떻게 보면 비이성적으로 보이는데, 그들은 이를 미친짓으로 여기지 않은 듯하다. 오히려 좋아라 했다.

첨단 IT 제품에서 품질 지상주의가 통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것을 감성마케팅이라고 볼 수도 없고, 단세포 마케팅이라고 불러야 되나 싶다. 이번 비지오의 마케팅의 주안점은 오로지 가격이 최우선이었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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