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인텔이 모바일 SSD(Solid State Disk)를 공개해서 PC의 확장선으로 노트북 PC에 더해 MID(Mobile Internet Device)까지 장악하려는 전략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음을 보았다.

인텔의 노트북 플랫폼 정책으로 인해 노트북 PC는 단순 조립품으로 전락해가고 있고, 이제는 MID용 모바일 SSD를 공개하면서, 처음 타깃으로 UMPC를 노리고 있는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는 스마트폰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싶어할 것은 뻔해 보인다.

쭉∼미끄러진 낸드플래시


낸드플래시 가격이 떨어진 이유로 말들이 많지만 수요확대의 중심에는 여전히 애플이 자리잡고 있는 형국이다. 앞으로도 애플이 낸드플래시 수요를 이끌기에는 또는 이를 기대하기는 요원한 일이고, 그렇기에 낸드플래시 부품을 양산하던 부품제조사들이 스스로 낸드플래시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서 PC용 SSD사업에 뛰어들고 있기도 하다. 낸드플래시 제조사들이 PC용 SSD 시장에 뛰어들었으니 어찌보면 낸드플래시 가격은 전략적으로 더 떨어져야 옳다.

메모리 제조기업들의 숙명이 아닐 수 없다. 메모리는 계속 증산될 수 밖에 없다. 그래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때때로 수요가 따르지 않는 공백이 생긴다. 이러니 메모리 제조에만 전념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주제(?)넘게 다른 사업영역을 넘보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업을 해봤어야 또는 오랫동안 준비해 왔어야 시장진입에 용이할텐데 수요공백에 따라 급하게 내리는 사업진출 결정이니 성공하고 못하고는 천운(天運)에 달렸다고도 볼 수 있다고 하겠다.

SSD를 선도하고 있는 업체는 제외하고, 2, 3위 낸드플래시 제조업체가 신규로 SSD시장에 뛰어든다면 이들 업체가 내세울 경쟁력은 사실 뻔한 것이다. 후발업체의 서러움이라 할 수 있는 저가정책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 엠트론(MTRON) SSD 컨트롤러 기술을 가져와 대량생산으로 승부내려 하고 있는 것이다. 메모리만을 양산해 오던 부품회사가 자체적으로 SSD 컨트롤러 자체기술을 단기간에 확보하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SSD 컨트롤러 기술력과 낸드플래시 자체생산 내지 물량확보한 선도기업 세 업체 정도와 벤처기업 엠트론을 둘러싼 후발업체 3사간 대결구도가 펼쳐질 것이라 예상해 볼 수 있다.

기술과 가격경쟁력을 보유한 선도기업들은 마진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버용과 노트북용에서 마진을 챙겨갈 것이고 PC용 SSD 시장에서는 가격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리란 것을 예상해 볼 수 있겠다. 그런데, 후발업체 입장에서 보면 선도기업과 가격경쟁이 되겠나? 기술력이 딸리고 그 마저 하위기술도 확보하지 못해 작은 벤처기업의 기술에 의존해 SSD를 시장에 내놓아야 하는데, 독자 또는 자체적인 기술과 낸드플래시를 보유한 기업들과의 경쟁구도에서 주도권을 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여기서 서버용, 노트북용, PC용 SSD를 구분하는 것은 컨트롤러 기술력에 따른 SSD의 성능일 수 밖에 없다.>

이는 만일 PC용 SSD시장이 후발 SSD 참여사에게 이익이 돌아갈 정도로 수요가 폭증하지 않는다면 SSD시장 진입후유증이 상당할 것이란 예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를 예상한다면 SSD 선도기업의 선택은 불문가지(不問可知)라 할 수 있다. 지금의 낸드플래시 가격하락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글 제목을 '휴대폰 플랫폼과 휴대폰 SSD'으로 정해놓고 글을 써 내려왔는데, 한 쪽으로 샌 감이 없지 않다.

애플에 언제까지나 의존할 수 없기에 낸드플래시 수요를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SSD시장에 뛰어드는 것과 별개로 휴대폰에서 미친 제품이 하나가 출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글을 시작했다. 미친 휴대폰이라는 것의 모델은 멀리있지 않다. 그건 바로 인텔의 노트북 플랫폼인 것이다.

인텔이 PC용에 이어 MID용 SSD도 장악하게 내버려 둘 필요는 없는 것이다. 또한, 인텔이 MID용 SSD 시장에서도 주인역할을 하도록 내버려 둔다는 것은 어찌보면 미친 짓이다. 휴대폰을 제조하고 있지도 않거니와 낸드플래시 제조사업에 있어서 경쟁력 문제로 독자사업을 거두고 한 발 물러서 있는 인텔이다. 인텔이 MID의 거의 마지막 제품인 휴대폰에서까지 잘난 척 하는 꼴을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볼 때 휴대폰 플랫폼이나 휴대폰 용 SSD 시장에서의 미래강자는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멀지 않은 미래에는 모바일 SSD의 시장 주도권을 두고 인텔과 휴대폰 제조기업들 간의 힘겨루기가 벌어지지 않겠는가?

전에 언급한 것 같은데, 후발업체 입장에서는 국내 휴대폰 제조사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노키아와 손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는 생각이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아닌가 싶다. 노키아 입장에서 보더라도 대안을 찾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기 옆에는 기회가 있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역시 IT관련 글을 오랜만에 쓰다 보니 감이 떨어짐을 느낀다. 일부러 기업명 언급을 자제했다. 왠지는 몰라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1. 오픈검색 2008/06/17 11:50  address  reply

    잘 모르는 분야의 전문글이라 이해는 못하지만, 끝까지 읽었습니다.
    기업명(삼성, 하이닉스)이 안 들어가니 긴장감과 재미가 좀 떨어지는군요^^;;
    다음에는 일반인도 알수 있는 내용과 함께 기업명도 넣어 주시면 더욱 재미있게 읽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포투 2008/06/17 12:23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재미가 덜 함에도 끝까지 읽으셨다니 제가 고마운 마음입니다. 글을 쓰면서 풀어서 쓰면 좋을테지만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더 걸리고 글이 좀 길어집니다. 하지만 기업명은 다음 글에서는 직접 거론하도록 하겠습니다.

  2. 존도 2008/06/17 13:27  address  reply

    오랜만에 보는 포투님 전문분야 글이네요 ㅎㅎ
    아 물런 시니컬한 영화평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요 ㅎㅎㅎ

    • 포투 2008/06/17 14:41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시니컬(cynical)이란 단어의 다른 뜻이 있나 싶어 찾아봤지만 역시나 '빈정대는' 또는 '냉소적인'이란 뜻으로 나오는 군요.

      재미있으려고 쓰는 글인데, 제 글을 제가 알지 못하니 참 문제가 많다는 생각을 다시하게 됩니다.

  3. Magicboy 2008/06/17 14:07  address  reply

    PC에 SSD를 장착하면 꽤나 빠르다고 하던데, 아직 직접 볼 기회가 없어서 안타깝네요.( 무턱대고 지르기에는 용량은 빠르게 증가중이고 가격은 빠르게 하락중이라 .. 타이밍 잡기도 애매하구요^^ )

    • 포투 2008/06/17 21:37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SSD의 용량이 32GB(정정:300MB)정도만 돼도 PC의 부팅속도나 처리속도가 무척 빠를텐데, 용량늘리기 경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용량 늘리기에 일가견이 있는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시장에 참여해서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SSD 시장이 세분화될 가능성도 많다는 생각입니다.

      내년 초 부터가 대중화가 시작되는 원년이 아닐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가격, 성능, 용량에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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