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를 즐겨 보고 있는데, 해프닝(The Happening)은 그 중에 제일 나은 영화라는 생각이다. 재미는 덜 하나 자연환경에 대해 나름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해프닝을 보면서, 사람들이 식물과 바람에 쫒겨 도망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사람이 바람을 피해 도망칠 곳이 있을까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열심히 도망친다.

살기 위해 사람(어린 아이)을 서슴치 않고 죽이는 장면도 나온다. 자연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같은 사람을, 그것도 약한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그런 게 사람의 본성이란 메시지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내가 죽을 판인데 남의 목숨까지 돌보는 것은 사치라고 정당화하는 사람의 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해프닝이 사람이 자연을 극복해 내는, 문제를 해결해 내는 마무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는 사람이 죽어가는 원인이 무엇인지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문제해결은 될 일이 아니다. 문제가 주어지지 않았기에 답이 있을리 없다는 것이다.

해프닝은 사람이 나약한 존재라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예전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자연을 훼손하면 막연하게 자연에 의해 보복을 받는다는 내용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해프닝은 자연 중에 식물과 바람이 사람을 징벌한다는 발상의 참신한 환경영화다. 식물이 인간들을 벌하기 위한 단체행동에 들어간다고 구체적으로 대상을 명시함으로서 영화(해프닝)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 체감하는 정도를 더 높인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식물과 바람이 사람을 공격하니 어찌 당할런가?

1분 전에 바람이 사람을 공격하는 것을 멈추었기에 한 부부와 한 어린아이가 살아남았다고 하는 장면에서는 자연도 사람의 진정한 사랑에는 보복도 잠시 잊는다고 할까, 자연도 인간의 지고지순(至高至順)한 사랑에는 자비를 베푼다고 할까,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엉뚱한 상상도 하게 만든다.

해프닝은 재미는 없어도 영화 내내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영화다. 그게 영화보는 또 다른 재미일런지도 모른다.


  1. 신어지 2008/06/14 22:29  address  reply

    일반적인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주 형편없는 영화로 언급되고 있는 건 좀 안타깝네요.

  2. 구경꾼 2008/06/15 01:35  address  reply

    포투님은 어떤영화를 재미있게 보셨나요??
    그냥 궁금해서 질문 합니다.
    영화리뷰마다 어설푸다 아쉽다. 재미있지(?)않다.
    이런것 같아서요 포투님이 재미있게 보신 영화가 급 궁금합니다.^^
    포투님글 잘읽고 있습니다.

    • 포투 2008/06/15 08:00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보면서 몰입할 수 있는 영화가 좋습니다. 그것을 영화보는 재미라 한다면 해프닝을 가장 재미있게 봤습니다.

      제가 영화 관련해 쓰는 글이 악평이 많다고 느끼시는 것 같은데, 그럴 의도는 전혀 없는데, 논조를 바꾸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 prev 1 ... 120 121 122 123 124 125 126 127 128 ... 244 next >>

CATEGORY

RECENT COMMENT



[르포] 뉴욕 애플은 공사중…MS는 갤노트10에 '올인' 메트로신문  "인공지능 시대 '과학의 격의불교(格義佛敎)' 필요하다" 불교신문
[양희동의 타임머신]`갤노트`..스티브잡스 뒤집은 삼성의 역발상 이데일리  인덕션 카메라 '조롱'받은 애플에 반사이익 삼성 '노트10' 일요서울
'펜' 품은 스마트폰…‘갤럭시 노트’ 패블릿 개척 8년 이투데이  끊임없이 변하는 욕망 알아야 재테크로 돈 번다 스카이데일리
작가회의 "김용희가 위험하다…삼성과 정부, 조속히 나서야" 고발뉴스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노트 ‘쌍두마차’로 올해 스마트폰 혁신 정점 찍나 조선비즈
부활하는 샤오미, 내가 아직도 좁쌀로 보이니? 더스쿠프  나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소소한 아이템들 헤모필리아라이프
[Who Is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비즈니스포스트  [브릿지 칼럼] ‘금수저’CEO 제친 ‘흙수저’CEO 브릿지경제
삼성, AR도 잰걸음...혁신 잃은 애플과 기술 격차 벌린다 조선비즈  [Weekly Global] 빌 게이츠 "잡스는 최고의 마법사였다" 더스쿠프
[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76.이탈리아에서 디자인 콘텐츠 스타트업 발전방향 찾다(1) 전자신문  "지금의 권력자는 '포노족', 그들이 미쳐 날뛰게 만들어야" 시사저널
[데스크 칼럼]리더와 미래 예측 능력 에너지경제  손정의 회장의 제안은 항상 기간 인프라였다...문 대통령, 받을까? 이코노믹리뷰
현대인 마음 건강 회복하는 ‘마음챙김 명상’ | “마음이 고요해질 때 직관이 피어났다”(故 스티브 잡스) 월간조선  [설왕설래] 소프트뱅크 손정의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