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가 곤경에 처해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연일 하락해서다. 그래서 원가경쟁력이 떨어져 생산할 수록 적자를 쌓이게 하는 8인치 팹의 메모리 생산을 중단하고 메모리 외의 다른 IC 생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렇지만 하이닉스가 본업인 메모리만을 생산했던 터라 다른 IC를 생산해내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고 여러업체에서 양산물량을 확보해 한 개 팹의 캐파를 모두 수용하지도 쉽지 않다.

결국은 웨이퍼 월 이만 장 정도를 소화해내는 팹리스업체들의 오더를 네, 다섯 군데를 확보해야 8인치 팹 하나의 캐파를 처리할 수 있게 되겠지만, 이 또한 용이한 일이 아니다. 메모리 처럼 단일 IC로 대규모 수요가 있는 IC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결국 8인치 팹을 놀리지 않고 원활히 돌리기 위해서는 대량오더를 줄 수 있는 팹리스업체 네, 다섯군데를 확보해서 그들 업체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5,000매 정도의 웨이퍼를 소화해 내는 중소형 팹리스업체에게도 문호를 확장해야 시황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안정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봤다.

그렇다면 메모리만을 양산해 내던 하이닉스가 어떻게 중소 반도체설계전문회사(팹리스업체)로 부터 물량을 얻어올 수 있을까를 나름 생각해 보니 하이닉스가 이들 설계전문회사들을 대상으로 직접 영업하기 보다는 이미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 매그나칩과 동부하이텍의 영업망을 이용하면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는가에 까지 미치게 됐다. 하이닉스는 현재 파운드리 서비스를 중소형 팹리스업체에까지 제공하지 못한다. 팹리스업체들의 다양한 반도체 IP요구에 대응하지 못하며 그에 응한다고 해도 단시일안에 파운드리 서비스 기반이 잡히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설계 툴을 제공하는 것 부터 시작해서 반도체 IP를 확보하고, 타이밍 데이터를 제공하고, 공정데이터를 모두 오픈하는 일이 단순한 작업이 아니기에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하이닉스가 가동중단이 임박한, 또는 예정된 8인치 팹의 캐파를 단기간에 소화하는 방법은 하이닉스의 메모리 IP를 동부하이텍과 매그나칩에 제공하는 방법이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하이닉스의 8인치 팹을 그들 업체의 OEM팹으로 전환해서 제공한다면 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서비스를 대신 제공하는 동부하이텍과 매그나칩의 도움으로 8인치 팹 가동율을 높일 수 있게 될 것이고, 매그나칩과 동부하이텍은 그들 업체가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하이닉스의 앞선 공정기술의 8인치 팹 캐파를 그들 영업범위에 포함할 수 있게 된다. 하이닉스로는 팹의 가동율을, 동부하이텍과 매그나칩에게는 팹을 추가보유하게 되어 영업력이 확대되는 상호 시너지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하이닉스가 제공할 반도체IP는 지금 양산하고 있는 모든 D램, 플래시메모리가 대상이 되어야 한다. 물론 단시일에 제공하다 보면 파운드리업체가 보유한 설계툴 내에서의 시뮬레이션을 위한 타이밍 데이터까지 제공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초기에는 블럭로직 형태로 제공하고 간단한 메모리 컨트롤 로직과 IC에 집적하는 용도에서 시작하여 준비가 되는 대로 동부하이텍과 매그나칩에 추가로 블럭의 다양한 모양과 타이밍데이터, 공정데이터를 넘기면 된다.

사실 반도체 IP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반도체IP의 수율은 이상적으로 100%여야 한다. 기껏 반도체IP를 이용해 설계했는데 반도체IP 자체의 수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책임소재를 가리는 일부터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일단은 메모리IP의 불량문제는 하이닉스가 책임을 지고, 다른 로직의 설계문제로 인한 불량은 파운드리업체가 책임을 지는 이원적인 형태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IP화를 위해 기존의 256Mb DDR2를 앞선 공정기술를 이용해 설계마진을 충분히 확보해 반도체IP로 제공하기 위해 동부하이텍과 매그나칩에게 기술지원을 한다면 해당 메모리의 수율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IP를 매그나칩과 동부하이텍이 보유할 수 있게 되면 큰 시장이 만들어지게 된다. 메모리 파운드리 서비스 사업이 본격적으로 개화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게되면 MP3, PMP,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LCD TV 등에 개별적인 IC로 독자적인 면적을 차지할 수 밖에 없었던 메모리와 주변 IC를 하나의 IC로 집적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렇게 되면 메모리가 주(主)이면서 적용되는 기기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른 다양한 이름을 가진 메모리가 시장에 쏟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노키아 휴대폰에 최적인 노키아메모리 IC가 생겨나고 LG전자가 설계한 LG메모리 IC도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가장 큰 혜택을 받는 업체는 역시 반도체 팹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있는 IT기기제조업체들이 된다. 애플도 자체적으로 반도체 설계를 하던지 팹리스업체를 이용하던지 해서 애플메모리 IC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지금 규격화된 범용메모리 시장에 변화가 불가피하게 된다. 사실 512M, 1G, 2G의 용량을 풀(full)로 이용하는 디지털기기는 별로 없다. 메모리 반도체IP 파운드리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디지털기기를 제조하는 IT업체들이 쉽게 메모리 IC의 스펙을 결정할 수 있게 되고 직접 반도체IC 설계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어 기술력 유출 방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원가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이닉스가 가동중단해야 하는 8인치 팹의 활용도를 생각하다 보니 글이 길어졌다. 사실 새로운 글은 아니다. 전에 쓴 글에서도 가끔 언급되던 내용이 많이 중복되어 있다. "길은 찾으려 하면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애써 보이는 길을 외면하기에 길이 없다할 뿐이지,  길은 이미 그곳에 있었지 아니한가" 라는 생각이다.


  1. 주성찬 2008/10/30 01:45  address  reply

    반도체 산업에 대해 평소 고견을 여기와서 참고하고 있습니다.

    하이닉스가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로 보시는지요.. 가능하리라 보시는지요?

    낸드의 수율도 떨어지고 SSD콘트롤러 기술도 많이 뒤쳐져 있는데 그나마 조금의 기회라도 있는

    내년 하반기 SSD시장 개화의 장에서 잘해낼 수 있을까여...? 현재로서는 저는 부정적으로 보입니다만..

    포투님의 고견은 어떠하신지요...?

    • 포투 2008/10/30 10:33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하이닉스의 D램 미세공정전환에서 실패했던 66나노에서의 기술적 문제점이 54나노에서는 어느 정도 극복되었는지가 중요한 변수라 보여지고, 낸드플래시에서는 이제 48나노 수율높이기를 하는 시점에 IM플래시가 32나노를 연말에, 도시바가 43나노로 내년 상반기에 공정전환한다고 하는데 이의 성패가 하이닉스의 수익성을 크게 좌우할 변수라고 보고 있습니다.

      D램의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위한 낸드플래시 시장 진입이 오히려 하이닉스의 수익성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만일 IM플래시와 도시바의 공격적인 미세공정전환 전략이 성공을 거둔다면 말이지요. 그렇게 되면 하이닉스는 다급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 다시 생산성에서 뒤처지게 되니 말이지요.

      글을 쓰는 동안 하이닉스의 3분기 잠정실적이 공시되었는데 영업적자가 4,650억원이나 났습니다. 이는 진행중인 미세공정이 아직 안정화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와의 차이가 더욱 더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지요.

      하이닉스는 지금 할 일이 많습니다. 일을 많이 벌려놓은 감이 있다는 것이지요. D램에만 주력할 때의 가격경쟁력이 다른 사업에서도 발휘될 것을 바라는 것은 시기상조라 보여집니다. 놀고 있는 8인치 팹에서의 인력과 생산장비 재배치로 인한 고정비도 작잖게 들어갈 것이고, 어찌 보면 지금의 하이닉스는 수익성을 운운할 처지도 안되는 상황이라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만일 미세공정전환주기가 길어진다면 다시 한 번 하이닉스에게 기회가 주어질 수 있습니다. 66나노에서 앞서갈 수 있던 기회를 잡았듯이 말이지요.

      SSD는 사업을 전개함에 있어 D램이나 낸드플래시를 만들어내듯이 범용쪽으로 생산해서는 경쟁력을 삼성전자나 인텔, 도시바를 당해낼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특화 SSD를 특정기업에 공급하는 길을 열어내는 것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생각이고, 이제 M&A 작업이 시작하려 하고 있는데, 영업력있는 기업을 만나느냐 하는 점도 중요하리란 생각을 해 봅니다.

      하이닉스는 이제 주도적으로 업황을 타개할 수 있다고 볼 수 없고, 외부변수가 하이닉스에 긍정적으로 변할 때까지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커다란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삼성전자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샌디스크와의 거래건과 같은 딜을 말함이지요. 조그만 틈새가 하이닉스에게 보이고 있습니다. 파고들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입니다.

      이상은 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가볍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주성찬님의 댓글을 위한 최근 댓글은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2. 주성찬 2008/10/31 00:18  address  reply

    답변 감사드립니다. ^^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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