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모스가 엘피다와의 기술이전 협상에 이어 마이크론까지 끌어들이면서 하이닉스를 자극시키고 있다. 하이닉스의 프로모스로의 기술이전에 대한 포투의 의견은 하이닉스는 오히려 프로모스를 적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모스는 하이닉스에게 전혀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현재 프로모스가 기존 하이닉스와의 기술이전 계약에 따라서 D램을 양산하여 하이닉스에게 공급하고 있는 D램 물량때문에 하이닉스의 영업적자가 얼마나 불어났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66나노 8f2 텅스텐기술까지 적용한 하이닉스가 2007년 4분기에 -3180억원이라는 형편없는 실적을 낸 것을 보고, 프로모스의 D램 공정이 80나노대라고 하니, 하이닉스에게 공급되는 프로모스의 D램 물량은 하이닉스에게 이익이 되기는 커녕 적자를 늘리는 주범일 뿐이다.

그럼 왜 이렇게 하이닉스가 프로모스에게 매달리는 신세로 전락했는가를 생각해 보면 어이가 없어진다. 이미 하이닉스는 2007년 실적이 망가지면서 2008년 투자여력을 상당부분 잃은 상태다. 투자여력이 없어지니 신규 시설투자 뿐 만 아니라 이미 준공해 놓은 청주 300mm 반도체 팹 M11의 풀캐파 양산일정도 미루는 판국인데 프로모스에게 매달린다는 것은 과거의 환상에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의 환상이란 당연히 D램시장이 호시절로 돌아서면 D램 양산물량의 절대량 만큼의 수익을 D램업계가 나눠 가져갔었던 달콤한 유혹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간과하면 안되는 것은 과거 D램시장의 호시절이 어떻게 찾아왔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D램전쟁 끝에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발 D램제조업체들의 감산과 투자축소로 수요에 비해 D램 공급량이 부족해진 결과로 D램 호시절이 찾아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이닉스는 D램전쟁의 막바지에 비틀거리는 프로모스에게 구원을 청하고 있다. 구원을 청해야 하는 업체는 하이닉스가 아니라 대만의 난야, 프로모스, 파워칩이어야 할 터인데 하이닉스가 무엇때문에 프로모스를 집착하고 있나는 생각해 보면 참으로 답답하다고 하겠다.

공무원 마인드를 버리지 못한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수치(數値)를 좋아한다고 보고 있다. 그것이 자신의 하이닉스 CEO로서의 실적이라고 볼테니 그런 것이다. 지금의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수치 보다는 D램 점유율 수치에 더 집착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물론 영업이익과 D램점유율이 같이 호전되면 좋을테지만 영업이익면에서는 2007년 D램에 거의 올인하는 실책을 범해서 메모리 제품 다변화를 이루어내지 못했고, 이로 말미암아 상당기간 영업이익면에서는 고전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본다면, 다음으로 김종갑 사장에게 중요해지는 수치는 하이닉스의 D램 점유율일 듯 하다는 것이다.

하이닉스가 점유율을 올리는데 급급해서, 현재 프로모스로 부터 공급받는 D램 물량때문에 손해를 보는 적자데이터 수치는 저멀리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과거의 환상에 취해 점유율 수치에 급급하는 모습을 보니 하이닉스의 미래가 참으로 불투명하다고 하겠다.

엘피다와 마이크론이 대만의 D램 파운드리 기업들에게 기술이전을 한다고 해서 그들 업체들을 부러워할 일은 전혀 없다. 기술이전이라는 것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과거처럼 미세공정기술이 한 번 셋업되어 양산하면 적어도 1.5년 이상 줄곧 같은 미세공정에서 D램을 양산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D램 호황기에 이득을 좀 볼 수 있는데, 지금의 D램 업계는 미세공정 전환주기가 계속해서 빨라지고 있는 추세인 것이다. 단일기업내에서도 일부 반도체 팹에서 계속해서 선행 미세공정을 도입하기 위한 시도가 계속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대만의 D램 파운드리 업체에게 공정기술 이전계약 주기가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1년에 두 번 정도여야 대만의 가격경쟁력이 꼴찌인 메모리 파운드리 업체들의 경쟁력을 보전할 수 있을텐데, 이렇게 되면 기술이전하는 데에 일이 많아지고 주객전도(主客顚倒)가 될 수 있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가되는 이전비용에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D램 공급물량을 손해를 보고 처분해야 하는 위험을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하이닉스가 대만업체들을 먹여살려야 하는 지경에까지 처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엘피다와 마이크론의 프로모스 접근의도는 하이닉스를 협공하여 긍극적으로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도의 D램전쟁이 더이상 실효를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엘피다와 마이크론이 대만 메모리 파운드리 업체들에게 기술이전을 통해 신규투자를 하는 효과를 보려는 시도에 대해 오히려 하이닉스가 프로모스와의 기존계약 마저 끊고 삼성전자와 함께 선행 미세공정 전환주기를 앞당기면 D램 시장 판도를 한 번에 역전 시킬 수 있다.

아무래도 엘피다, 마이크론의 대만 양산 파트너사에게 기술이전하는 속도는 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미세공정 전환속도를 따라 올 수 없다. 이미 그들 엘피다, 마이크론 본사마저 하이닉스 보다 미세공정 전환이 늦은 상태에서 대만에 기술이전을 한다고 해 봐야 그 늦어진 기간에 기술이전 기간이 더 추가되어야 하기에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란 것이다. 오히려 한 번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D램 양산에 들어설 즈음에는 또 다시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또 다른 선행 공정기술 이전계약 필요성이 대두될 수 있다. 아니 그렇게 되도록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공정전환에 드라이브를 걸면 엘피다와 마이크론은 물론이고 대만의 D램 파운드리 업체들도 어찌할 수 없는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D램시장은 두 기업 차지가 되는 시기가 빨라지게 된다. 하이닉스가 대만의 D램 파운드리 제조업체들을 적으로 돌린다면, D램 시장 판도에 새로운 변화가 찾아 올 수 있다. 엘피다와 마이크론이 대만 D램 파운드리업체들과의 공동투자을 강화하는 것은 말려야 할 일이 아니라 흐뭇하게 지켜볼 일이란 것이다. 그리고, 꼴찌기업들끼리 모여 봐야 무슨 힘을 쓰겠는가 하는 생각도 있다. 오히려 그들 기업들의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경쟁력을 갉아 먹을 뿐이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란 것이다. 두 개 기업이 공동투자 해 양산하는 D램 제품이 단일기업에서 양산하는 D램과 가격경쟁이 되겠나를 생각해보면 얼추 답이 보일 듯하다.

그러나저러나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하이닉스가 그냥 그 자리에 그냥 있어주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나 생각해 보게 한다. 하이닉스가 괜히 딴 짓을 하면 삼성전자가 외로워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D램시장에서 둘(삼성전자, 하이닉스) 대 다자간 구도에서 일(삼성전자) 대 다자(하이닉스 포함)간 구도로 몰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이제라도 좀 혼자만 다 먹으려 하지 말고 하이닉스와 나누어 먹을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는, 달라진 삼성전자를 보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게 나눠 먹어도 충분히 먹을만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서다. 혼자서 다 먹으려 덤비다간 탈인 나기 마련이기에 더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1. 아빠빠.. 2008/03/12 11:36  address  reply

    하이닉스가 결정하기 힘든 상황인가요...

    즉...디램 전쟁이 끝나는 상황에서 최대의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포르모스를 껴안아야 하겠는데.

    디램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프로모스를 버려야 하는 상황....


    힘들겠습니다.

    • 포투 2008/03/12 12:27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룰을 지켜야 합니다. 안 그러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잃는데는 삼성전자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황창규 사장이 나서는 것입니다.

      하이닉스가 말도 안되는 일을 벌이려 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2. 아빠빠.. 2008/03/12 12:35  address  reply

    전 다윗보다는 골리앗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하닉을 응원하는데.^^

    삼성도 무언가의 도움(?)을 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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