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분기 메모리(D램, 낸드플래시) 제조업체들의 실적발표가 대략 끝났다. 그 결과는 삼성전자가 부동의 1위이며, 도시바가 2위이고, 엘피다가 3위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볼 수 있다.

포투가 임의로 매긴 순위는 매출액과 점유율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메모리 제조 사업은 꾸준한 시설투자와 연구개발, 공정기술 미세화가 꾸준히 이뤄져야 하고 이의 근간은 역시 투자여력이다. 앞으로의 투자여력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다고 봐도 되겠다.  

하이닉스는 아직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싶지 않다. 열외로 놓겠다는 것이다.

2007년 4분기 실적이 나오고 많은 대다수의 메모리 기업들이 2008년 투자비를 삭감하는 추세인데, 이에 반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삼성전자, 도시바, 엘피다가 그렇다. 물론 엘피다는 표면상으로는 대만 렉스칩의 양산시기를 늦추겠다고는 하지만 알 수 없다. 2007년 가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08년에도 틈(2007년의 D램의 반짝 상승시기 같은)이 보이면 양산을 서두를 것이 뻔 해 보인다는 것이다.

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가 좋아하는 표현인, 전략적으로 가격이 떨어져야 한다. 그래야 SSD(Solid State Drive)가 HDD(Hard Disk Drive)를 대체할 수 있는 시기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응용범위를 최대한 넓혀야 하는 낸드플래시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HDD를 시장에서 몰아내는 것이 거의 지상과제라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안 그러면 사과(애플)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꼴을 벗어날 수 없다.

PC용 D램은 무작정 양산해봐야 출혈경쟁 밖에 방법이 없다. 경쟁자를 하나, 둘 줄이거나 경쟁업체들을 현금고갈(Cash Burn)시키는 방법으로 D램 가격전쟁(치킨게임 또는 물량경쟁)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D램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위해 PC용에서 벗어나기 위해 D램 수요처를 모바일이나 그래픽으로 확대시켜 제품의 종류를 다양화시키고 있기도 하는 것이다.

반면에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줄곧 양산해 가격을 계속 내리는 수 밖에 보이지 않는 사업이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종류는 SLC(single level cell)와 MLC(multi level cell)로 나뉘어져 있을 뿐이다. 한 개의 셀 안에 한 비트의 데이터를 저장하느냐 여러 개의 데이터를 저장하느냐에 따라 나뉘는데 이에 따라 읽기 쓰기 속도에 있어 SLC가 앞서고 같은 사이즈의 다이(die)에서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저장능력에서는 MLC가 앞선다는 정도의 구분만이 있을 뿐이다.

D램은 전통적인 PC용에서 속도를 위주로 한 그래픽용과 소비전력이 중요한 모바일 용으로 나뉘는데 비해서 낸드플래시는 단순히 저장용 비휘발성 저장매체일 수 밖에 없다. 낸드플래시는 PC용, 노트북용, 휴대폰용으로 용도가 정해져 있지 못하다. MLC용 IT기기도 없을 뿐더러 SLC가 꼭 쓰여야 하는 IT기기도 없다.

그런데, 주제넘게 낸드플래시라는 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져만 갔다. PC에서는 가격으로 차마 HDD와 승부하지 못하고 모바일 기기에 적용되다가, 수요확대가 낸드플래시 용량증가에 따르지 못하니 다른 수요처를 필요로 했는데 보이는 것이 HDD였다. 이는 낸드플래시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낸드플래시를 양산하는 메모리 제조업체 HDD를 대체하는 것 이외에는 시장수요에 앞서서 늘어만 가는 낸드플래시 공급능력에 맞추기 위해서는 HDD를 대체하는 것 이외에는 낸드플래시의 수요를 급격하게 확대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값 싼 HDD를 경쟁으로 삼아야 할 처지이니 줄곧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 이외에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조금 지나면 D램이 낸드플래시 보다는 좀 더 행복한 사업이었구나 하고 느끼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적어도 D램은 주기에 따라 호황기를 경험할 수 있기에 그런 것이다. 그런데, 낸드플래시는 그렇지 않을 듯하다. 끝까지 가는 사업이랄까?

2007년 D램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보니 2008년에 메모리제조업체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좋은, 마진이 있는 낸드플래시 양산을 늘린다고 하는데, 2008년에는 낸드플래시의 시련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D램도 시장수요에 앞서 공급량을 대책없이 늘렸기에 시련이 왔고, 낸드플래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낸드플래시가 더 심각하다고 우려되는 이유는 다른 돌파구가 없어 보인다는 데에 있다. 오로지 타도 HDD라는 구호이외에 무슨 방법이 있겠나 하는 것이다.

포트폴리오(portfolio)를 제대로 갖춰 놓은 삼성전자가 2008년에 D램은 현 수준으로 묶어 놓고 낸드플래시 양산에 강공을 펼치면 백기를 드는 메모리 제조업체가 나올 수 밖에 없다. 2008년에는 낸드플래시의 힘든 양산경쟁이 펼쳐질 거란 생각인 것이다.

하이닉스가 계획대로 48나노 낸드플래시 양산을 업계 최초로 할 수 있어야 업계 순위에 떳떳이 오를 수 있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다르게 가격을 낮추면 낮출 수록 수요가 확대되는 사업이다. 하이닉스의 장점이, M10 팹에서 보여주듯이, 양산경쟁력이라 본다면 하이닉스의 선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D램은 시장수요보다 많이 생산하면 가격이 떨어지고 재고가 쌓여서 D램을 팔지도 못하면서 손실이 늘어나지만, 낸드플래시는 시장수요를 초과해 양산하면 가격이 떨어지지만 재고는 남지는 않는다. 가격이 떨어지면 그에 비례해서 SSD시장이 더 크게 열리기 때문이다. 물론 D램도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가 늘어나나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낸드플래시는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측면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있다는 것이다.

낸드플래시의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D램가격이 무지막지(無知莫知)하게 떨어지는 수직강하 기울기는 낸드플래시에서는 없을 것이다. 낸드플래시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순간, 순간 숨을 쉴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으란 생각이다. 중간, 중간 SSD 수요가 크게 확장하는 시기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재대로 한 번 겨뤄볼 기회를, 하이닉스가 48나노 낸드플래시로 잘 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이닉스가 2008년 기회를 성공으로 이루길(48나노 낸드플래시, 54나노 D램에 기대)
하이닉스 2007년 4분기 영업 실적을 보며
하이닉스의 비메모리 반도체, TSMC 같은 실리콘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이 어려운 것은
D램 치킨게임 승자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아닌 엘피다가 되는 분위기
실리콘화일의 CIS 파운드리(위탁생산)가 동부하이텍에서 하이닉스로 옮겨가는 의미

  1. 홍성호 2008/02/05 14:17  address  reply

    SSD는 Solid State Disk 와 Solid State Drive 두가지
    말이 동시에 쓰이는 상황인데 대체적으로
    Solid State Drive로 모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단 SSD에는 동그란 Disk가 안들어가니까요

    ㅎㅎ 별건 아니고 그냥 그렇다는 걸 말씀드립니다 ;;

    • 포투 2008/02/05 14:39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SSD는 Solid State Drive가 맞아 보입니다. 안 그래도 SSD를 Solid State Disk Drive로 해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했습니다만, 더 깊이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습니다. SSD에는 Disk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본문을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지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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