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엘피다 발 도발(20% 가격인상)에 D램 제조업체들이 언론의 전면에 나서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하이닉스의 변화된 움직임도 포착되기 시작했다.

잠시 사족을 달자면, 포투가 하이닉스 관련 글을 쓰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데, 삼성전자를 주로 하면서 글을 썼으면 아마도 많이 다른 글이었을 것이라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제품 포트폴리오 상 메모리 시황의 변동에 따라 쉽게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체력을 구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로서는 메모리 시장을 완전 장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고, 실착만 없다면 정말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고 보여지는 요즘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메모리 시장장악이란 메모리 전 부분 점유율 50% 이상이다.

LGD도 그렇듯이 예전 디스플레이 관련 글을 관심있게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포투가 한 동안 LGD와 삼성SDI에 대해 계속해서 글을 썼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는 잠잠해졌었다. 그 이유는 디스플레이 분야에 대해 포투가 끼어들 여지가 별로 보이지 않아서 였다. 호황을 구가하고 있으니 쓸데없는 잔소리가 될 뿐이기 때문이다.

요즘 언론의 반도체 관련 뉴스를 보면 다양한 뉴스를 접할 수 있다. 과거 3 -4 개월 전만해도 천편일률(千篇一律)식의 뉴스가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기자들의 목소리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이는 또 포투가 끼어들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이런 추세라면 서서히 반도체 관련 글을 쓰는 빈도수가 줄어들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메모리 시황이 변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좋은 시기가 다가오면 좋게 좋게 흘러가기 마련이다.

이만하고, 오늘의 주제는 '하이닉스의 변화'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상반기 투자는 예정대로 집행하겠지만 하반기는 시장상황을 보고 판단할 것" 하이닉스 올해 투자 최대 1조원 줄인다

하이닉스가 올해 2008년 하반기에 1조원 가량 투자를 줄이겠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의 사족이 문제였다고 봤다. 그냥 1조원을 줄이겠다고 할 것이지, 상반기에는 그대로 간다고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것이다. 더해 하반기는 상황을 봐 가며 투자를 줄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럼 이 뉴스를 접하는 반도체 관련업계에서는 어떻게 판단을 할까를 생각보면 뉴스의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보였다. 하이닉스가 투자를 줄이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모호한 얘기라는 것이다. 아직까지 하이닉스 김종갑 사장에게 남아있는 일말(一抹)의 자존심이 문제라 하겠다.

하이닉스반도체(대표 김종갑)는 오는 3분기중 청주 M9 낸드플래시 공장의 생산을 중단하고, 최근 완공한 청주 M11 낸드플래시 라인의 양산시기를 당초 2분기에서 3분기로 늦추기로 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생산량 감축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서 하이닉스가 변화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위의 뉴스 같은 자존심이 남아있는 상태라면 '생산량 감축'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어차피 200mm팹은 가동중단이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고 M11의 가동상태를 알 수는 없지만 현재 일부 양산을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가동중지될 M9의 생산인력이 M11의 낸드플래시 양산을 위해 인력재배치가 필요한 순간이었다는 것이다. 이러니 뉴스에는 M9의 낸드플래시 양산을 중단하고 M11의 낸드플래시 양산을 늘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라는 뉴스가 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이닉스는 비슷한 상황에서 굳이 낸드플래시 생산량 축소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최근 엘피다가 20% 가격인상을 일방적으로 제시하겠다고 폼을 한 번 잡았는데 효과는 만점이었다. 선두업체들이 쉬쉬하고 있는 상황에서 엘피다가 극단적인 처방을 제시하고 업계를 리드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은 기발한 발상으로 보인다. 이번 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생산량 감축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메모리 가격의 방향성이 정해지기 전에 시장관계자들이 극심한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방향 전환신호가 하나, 둘 보태지면 결국 좀 빠르게 방향이 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백기를 드는 것이 창피한 일이 아니다.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이기에 그런 것이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지상명제를 하이닉스는 경험한 바 있다. 생소한 상황이 아니니 이번에는 좀 더 쉽게 위기를 극복할 수 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나저나 하이닉스 직원들은 언제 쯤이어야 좋은 세상을 향유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좋은 시절이 왔나 싶더니 복(福)이 지지리 없다고 할까? 1년도 지나기 전에 또 다시 끄떡하면 위기경영이니 원가줄이기를 상시적으로 해야 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겠다 싶다. 

  1. 아빠빠.. 2008/04/02 10:20  address  reply

    포투님 반도체 글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해안되는것이.
    지금 서서히 램값이 올라간다 하더라도...업체들의 적극적 감산 조치가 없다면..또 다시 램값이 폭락할텐데..
    도대체 삼성과 하이닉스가 왜 그만둘려고 할까요?
    오늘자 뉴스 보니...이미 올해 들어서 5%씩 세번 15% 올렸다고 하더라고요. 디램 익스체인지 몰래요.ㅋㅋ
    (근데 현물 고정가는 또 그대로네요...)

    정말 이해하기 힘드네요...어떻게 흘러가는지.

    • 포투 2008/04/02 11:42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경쟁자 구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에는 메모리 제조업체들만 퇴출 또는 감산시키기 위해 저마진을 감수했습니다. 물론 그 후의 호황기에 고마진을 예상할 수 있었기에 그랬습니다. 그로인해 수익의 편차가 상당히 심했습니다.

      이제는 후발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메모리 파운드리라는 우회로를 찾았습니다. 쉽사리 퇴출되지는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또한, 아직까지 잠재적인 경쟁자였던 TSMC와 UMC와의 본격적인 경쟁이 머지않았다고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들은 수익이 꾸준하고 힘을 길러왔습니다. 메모리로의 사업영역 확장이 머지않았습니다.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는 이 새로운 힘센 경쟁자를 상대하기 위해 힘을 비축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경쟁구도가 바뀔 수 있고, 경쟁자 수가 많아지니 D램전쟁은 무의미를 넘어선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향후 메모리 대 메모리 파운드리 간 경쟁구도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어쨋든 지금은 수익을 최대화해야 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또 다른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서 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아빠빠.. 2008/04/02 11:59  address  reply

    그럼 디램 시장은 앞으로도 암울하게 되나요?
    즉 예전처럼 불황기를 거치고 나서 호황기에서 수익 제대로 뽑아 먹었는데.

    이제는 호황기가 없어지는건가요..

    이제 예전에 10만원 하던 램값은 찾아볼수가 없고.

    그렇게까지 반등도 없어지겠네요..ㅡㅡ;.

    • 포투 2008/04/02 12:34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오히려 불황기가 짧거나, 없는 장기 호황기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메모리 불황시에는 일정 마진을 꾸준히 얻는 파운드리 업체들을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당해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불황기에는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영업적자를 면지 못하는데 반해 순수 메모리 파운드리 업체들은 무조건 마진을 챙기고 메모리를 양산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3. 아빠빠.. 2008/04/02 13:51  address  reply

    기업들은 수익을 얻을지 모르는데...

    램값 자체는 그다지일거 같아요..

    lcd 업종같이..

    제품 가격 자체가 저가격일거 같아요..

    • 포투 2008/04/02 14:56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현물 메모리의 급등락을 원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많은 투자수익을 얻으실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이니 메모리 미래시장이 다를 수 있습니다.

  4. 아빠빠.. 2008/04/02 20:07  address  reply

    포투님 오늘 하루 종일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ㅡㅡ;...

    걱정때문에 맘이 편하지가 못해서요..

    그런데...삼성이 3차례에 걸쳐 15% 인상했다는거....

    전부 환율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즉 환율의 영향으로 타업체보다 경쟁력이 강해져서 15% 정도 올려도 기존의 가격

    이 되버리는 셈이죠...

    역시 하이닉스도 마찬가지고요..


    그렇다면..........이번 기회에 엘피다가 20% 올린다 했을때...

    삼성이 기존 가격 그대로 받으면서 손해볼필요는 없고...

    한자리수의 가격을 인상해도 기존의 구도와 똑같은 점유율..등을 달성할수 있기에..

    한자리수 인상을 한다고 발표한건 아닌지요?


    잠이 안옵니다.^^

    • 포투 2008/04/02 21:03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환율이 올랐기에 메모리 가격을 올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환율상승때문에 같은 가격이라도 손해를 줄일 수 있는데 말이지요. 그 보다는 전략이 변화했지 않았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실 부품업계 1등기업이 부품공급시 자발적으로 원가 이하로 세트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예는 세계적으로 봐도 유례가 별로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끼어있는 부품업계가 유독 그런 이상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가격을 올리겠다고 하면 더 저가의 부품을 구매할 자신이 있다면 수급선을 돌리겠지만 그것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부품수급을 위해서는 업계 1위기업을 무시할 수 없기에 그렇습니다.

      부품업계의 위치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쉬울 듯 합니다. 이는 엘피다 회장도 잠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세상에 이익을 보면서 팔 수 있는데 일부러 손해보고 스스로 물건을 파는 기업이 어디있겠습니까? 후발 경쟁기업 입장에서는 원통할 일일겁니다.

  5. 비밀방문자 2008/04/03 10:32  address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포투 2008/04/03 11:26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의문을 가지시는 부분은 확실히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포투가 쓰는 글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6. 나그네 2008/04/03 13:28  address  reply

    마켓쉐어님...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도 아닌데, 종갑이라... 왠지 듣기가 조금 불편하다는 ㅎ

  7. 하이닉스주주 2008/04/03 16:08  address  reply

    낸드플래시 감산관련기사를 보니까

    8인치 라인에서 57나노 공정으로 생산하고 있었다는데,
    8인치 라인이면 마이크로 공정때부터 써 오던 오래오래 된 기계들인 것 같은데,
    기계 울궈먹는 기술은 용하네요.
    그래도 채산성이 낮다는건... 수율이 별로라는 건가.

  8. 매니아 2008/04/03 17:59  address  reply

    하이닉스주주님 제 생각은 8인치 라인의 수율이 안좋기 보다는
    8인치 웨이퍼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생산원가가 현재 시장에서
    매력이 없기에 그런듯 하네요
    그리고 포투님 궁금한게 있는데요 하이닉스가 3분기까지 M9라인 생산중단하고
    300mm팹인 M11 가동시기도 늦췄다고 하는데요
    그럼 생산중단한 M9라인을 파운드리 사업으로 돌리게 될까요?
    아니면 매각한다거나 혹은 정말 채산성 때문에 중단하는걸까요?

    • 포투 2008/04/03 21:39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하이닉스가 M9의 생산중단을 정확히 언제부터 하겠다고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8인치 웨이퍼 반도체 팹의 장비는 남아돌고 있습니다. 매각하기가 용이치 않다는 것이고 설사 매각되더라라도 제 값을 받을 수 없는 처지라고 봅니다.

      하이닉스가 주체적인 계획에 의해서 처리할 수 없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파운드리나 장비매각를 포함해 모든 창구를 열어두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특정기업의 대량주문를 받아 파운드리 IC(시스템 IC)를 양산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캐파를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이닉스가 업체간 제휴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캐파를 채울 대량양산 꺼리)가 걸리길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이런 길은 사실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하는 길입니다. 좀 궁색하더라도 이를 넘어서야 쭉 뻗은 길을 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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