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가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있어 발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데, 실리콘화일과 씨앤에스테크놀로지에 지분투자를 하고 CIS와 자동차용 반도체 사업에 발을 디디고 있다. 그런데,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선봉에 있는 최진석 하이닉스 부사장은 삼성전자 시절부터 메모리 사업의 생산분야에서 이력을 쌓은 메모리전문가라는 점에서 시스템반도체의 사업방향을 어떻게 잡는지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사업 전개방향을 얼핏 보니 역시 메모리 양산전문가 답다 싶다.
벤처기업에 지분투자를 하는 것은 그 회사와 명운을 같이 하겠다는 의지다. 다르게 해석하면 두 회사(실리콘화일, 씨앤에스테크놀로지)의 리스크를 하이닉스가 대신 감당해 주겠다는 의미와 상통한다. 리스크라는 것의 단서는 최진석 하이닉스 부사장이 직접 언급한 "R&D(연구개발) 팹과 비용을 지원하고, 제품 양산 단계에서도 파운드리 서비스로 협력하는 `전략적 파운드리' "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연구개발 팹과 비용을 지원한다 함은 현재 양산가동 중인 8인치 웨이퍼 팹에서의 일정 양산지분을 양사에 R&D용으로 제공하겠다는 의미이고 이에 들어가는 비용을 하이닉스가 부담하겠다는 의미이다. 또, 제품양산단계에서 파운드리서비스로 협력한다는 의미는 하이닉스가 양사에 맞춤형 반도체 공정을 개발해 두 회사에 특화된 생산공정 팹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시스템반도체 “부실한 협력관계 `빈곤의 악순환`”
최진석 하이닉스반도체 부사장
하이닉스, 모바일AP 사업 검토
이는 두 회사가 계획하는 대로 매출이 발생되지 않을 경우에 생겨나는 재고를 전량부담해야 하는 위험을 같이 지겠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특화된 파운드리 공정을 금방 메모리 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은 무리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는 하이닉스가 8인치 웨이퍼 팹이 메모리 사업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져서 시스템반도체로 눈을 돌린 것이고, 시스템 사업을 전개함에 있어 대량생산이 가능하리라 여겨지는 실리콘화일의 CIS와 향후에 어찌될 지 모르지만 양산이 터질 가능성이 보이는 씨앤에스테크놀로지의 자동차용 멀티미디어 전자장치용 칩에 8인치 팹의 명운을 같이 건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이닉스가 본격적인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함으로써 적어도 한 개의 8인치 팹은 시스템반도체 용으로 할당될 것으로 보이고, 이 팹에 배치된 생산인력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볼 때 하이닉스가 시스템반도체를 통해 어느정도의 매출이 발생되어야 수지타산이 맞는가에 대해 주판알이 제대로 튕겨졌는가는 알 수 없지만, 어쨋든 하이닉스는 모험을 시작한다고 봐야할 듯하다. 없어져야 할 8인치 팹을 이용해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은 좋은데, 불특정 다수 기업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방식이 아닌 두 회사에 종속적인 팹운영을 고집한는 사업은 시스템반도체사업에 뛰어드는 선봉장이 메모리전문가여서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파운드리 사업은 역시 힘들다고 판단이 섰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하이닉스가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기치를 드높이면서도 뒤로는 앞서간 삼성전자의 성공전철을 따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삼성전자 역시 시스템반도체 1위 제품 몇 개 달성이라는 목표를 내거는 이유는 불특정다수기업으로부터 오더를 받는 대만의 TSMC와 UMC와 경쟁력에서 따라잡기 어렵자 찾아낸 틈새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와의 차이는 분명하다. 만일 하이닉스가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전개함에 있어 LG전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면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 거의 대등한 조건을 갖출 수 있겠지만 사업의 시작은 벤처기업에의 지분투자가 먼저였다.
어차피 삼성전자 따라하기로 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면, 하이닉스의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시작은 기술력을 갖춘 팹리스 반도체설계회사가 아닌 세트기업이어야 하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리콘화일과 씨앤에스테크놀로지에 지분투자하기에 앞서 현대자동차, LG전자, 노키아에 상징적인 의미의 지분투자를 이뤄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쨋든 하이닉스가 삼성전자가 만들어낸 성공가도를 따르려하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사업기반을 갖추려니 바쁜 행보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기술력이 부족하니 벤처기업에 손을 내밀었고, 파운드리용 공정개발은 하이닉스가 감내할 일이며, 마케팅과 영업부분은 또 어떤 기업에 손을 벌려야 하나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이왕 외부에 손을 내미는 판에 좀 더 쉬운 길을 가려면, 대만의 TSMC나 UMC에 손을 내미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갈길은 바쁘고 할일은 산적해 있으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TSMC의 파운드리 공정기술을 도입하는 계약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파괴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가 일방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줄 것도 있어 보이기에 그렇게 불평등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는 모두 삼성전자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도 있다. 일단 생존이 먼저이니 물불가리지 않는다고 뭐라 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봐도 무관하기 때문이다.
^^ 포투님 혹시 저 기억하십니까 현직자라고 하면서 이거저거 물어보던 기획인?^^
반도체에 관해서 절필한줄 알았는데요...
어느날 네이버에 보니 최부사장님에 대한 잘 써진 글이 있는거였어요..ㅎㅎ
이야 이 거 누구야 했더니 역시 포투님이 쓰신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물론 기억합니다. 절필했가기 보다는 잠시 삼가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