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모바일 D램 표준 규격을 만들고 있는 SPMT(Serial Port Memory Technology) 컨소시엄에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 실리콘이미지, ARM, 소니에릭슨, ST마이크로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SPMT에 참여하는 휴대폰 제조사는 삼성전자, LG전자, 소니에릭슨인데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빠져있다. 엘피다와 마이크론 역시 빠져있는 것이 눈에 띈다.

실리콘이미지, 하이닉스·LG·삼성과 차세대 '메모리 인터페이스 테크놀로지 스펙' 개발을 위한 장기협약 체결
SPMT(Serial Port Memory Technology) Home Page

모토로라는 마이크론과 쌍을 지어주고, 소니에릭슨은 엘피다와 쌍을 지어주면 될 듯 한데 엘피다는 빠지고 SPMT에 홀로 들어와 있고, 노키아는 ST마이크로, 마이크론과 짝을 지어주고 싶은데 빠져 있다. 홀로 들어온 소니에릭슨을 보면 엘피다가 강점이었던 모바일 D램의 위상이 일본내에서 추락한 이유가 보이는 듯 하고, 노키아가 들어오지 않음은 삼성전자를 의식한 것으로 보이고, LG전자는 특이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전자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주도하는 SPMT 컨소시엄에 들어와 있는 모양새가 어울리지 않지만, 그동안 반도체 사업을 경원(?, 敬遠)시했던 터라 반도체업체들 주도의 컨소시엄에 참여해 사업방향을 다시 설정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때 마침 하이닉스의 매각시기와 맞물려 어떤 액션을 보일 시점도 됐다. 만일 이번 하이닉스 매각시점과 관련해 LG전자가 얼마 간의 사업기회 조차 얻지 못한다면 앞으로 LG에게 반도체사업을 권유하지도 않을 것이고 다시 기회를 얻지도 못한다. 즉, 올해 LG가 등 떠밀리는 척 하는 게 낫지, 극구 고사했다가는, 앞으로 메모리사업을 해야 하는 위기에 몰리면 큰 기회비용을 치뤄야 될 것이다. 이는 이번에 롯데가 OB맥주 인수전에서 주판알을 굴리는 재미에 빠져 정작 중요한 맥주사업기회를 놓친 바를 넘어선다. 이에 롯데는 에너지가 더 필요하게 됐다. LG는 누가 봐도 인수적격자인데도 주판알도 튕겨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참 우스운 일이다. 이런 점에서는 거저를 바라기는 했어도 롯데가 한결 낫다. 트라이(try)를 했다는 점에서다.

이미 LG그룹은 반도체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다. 특히 LG전자가 공을 많이 들였었고 전자내에 스탭들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메모리 호불황기를 겪어 봤으며, 호황기에 모자라는 D램을 수요처에 배분해 공급했던 기억도 가지고 있다. 이제 D램 호황기가 도래하고 있다. 지금이야 모바일 D램의 구입가격이 좋지만 PC향 D램수요가 늘어나면 모바일 D램 가격도 덩달아 올라가게 된다. 캐파가 줄어들었다는데 모바일D램 가격을 올려주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낸드플래시메모리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LG전자가 휴대폰을 제조하면서도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메모리 수급에서 자유로운 점이 있었다. 모바일D램 탑재용량이 크게 늘어나던 2년 여 전 부터 메모리 공급초과가 발생되면서 구매가가 좋았던 것이고 낸드플래시메모리는 USB메모리로 외부에서 장착하는 형태로 굳어졌기 때문에 메모리 수급에서 급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휴대폰이 PC휴대폰(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데스크톱 PC를 생각해 보면 쉬운데, 포투가 쓰는 PC에 메모리 용량이 4기가가 장착되어 있어도 PC는 추가적인 저장공간을 요구한다. 하드디스크를 일정부분 점유해 쓴다는 얘기다. 스마트폰에서는 모바일 메모리 장착용량이 이미 1GB를 넘어섰고, 무거운 하드디스크를 스마트폰에 매달수는 없기에 낸드플래시메모리를 어쩔 수 없이 내장해야 한다. 그렇다고 상대적으로 비싼 모바일D램을 계속 용량추가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요즘 픽셀표현에 많은 컬러(color) 데이터가 동영상을 보려면 메모리 용량이 몇 백 메가바이트는 우습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이 지닌 역량을 동영상에 올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언제 날아들지도 모를 통신에 준비하기 위해 마진을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장사를 하지 않으면 모르겠으되 한다고 하면, 모바일AP와 모바일D램, 낸드플래시메모리 부품을 내재화한 삼성전자 보다 경쟁에서 앞설 수 없다. 게다가 LG전자는 노키아 처럼 모바일 OS를 보유하지도 못하고 있고 인터넷 컨텐츠에서도 앞서지 못하고 있다. 1위 노키아와 2위 삼성전자와 비교해 LG전자가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 과연 뭐가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된다. 더우기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최근 LG그룹 수장이 칭찬했다던 휴대폰 디자인이 뛰어나고 생산성이 좋다 하여도 머지않아 한계를 드러내고 말 일이다.

정말로 LG가 하이닉스를 인수하고 싶지 않다고 해도, 휴대폰 사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하나 정도의 메모리 팹이 필요하고 또 지금이 저렴하게 인수할 수 있는 기회다. 매물로 나온 기업은 하이닉스 뿐이 아니고 매그나칩도 나와 있고 동부하이텍과 제휴하면서 일정 캐파를 얻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하이닉스가 프로모스에 지분 투자하고 캐파 일정 부분을 공급받았듯이 말이다. 지금은 무조건 싫다고 하다가 나중에 달려들면 무섭게 달려들기도 하는 경우도 많다. LG는 그 꼴이 나기 쉽다. 줄 때, 가져가라고 할 때 마다하지 않고 품에 안는 것이 후회하지 않는 일이다.

어쨋든 이번 SPMT 컨소시업에 LG전자가 참여해서 차세대 모바일D램 규격을 만드는데 LG전자의 바람을 개진해서 규격에 반영하려는 의도인가 싶기도 하고, 모바일D램이 표준화됨으로서 범용IC로 만들어 그 이득을 챙기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차세대 모바일 마저 D램의 길을 걷는다면 싼 가격의 잇점을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면서도 열심히 메모리를 생산하는 곰같은 기업들의 기를 세워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불황기에 통용되는 말이고, 앞으로 모바일 시장이 크게 열리면 급한 쪽은 구매자 쪽일 것이다.

D램에서 그렇게 혼나고 있으면서도 모바일D램을 범용IC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도 이상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차세대모바일D램 표준규격을 만들자고 휴대폰 제조사 연합이 요구해도 발을 빼야 정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모바일D램이 범용IC가 돼 버리면 후발업체들도 양산하는 길이 열린다. 시장에는 모바일D램이 넘쳐날 테고 말이다.

만일 SPMT가 성공적으로 모바일D램 표준을 만들어 내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범용IC를 시장에 쏟아낸다면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기업은 휴대폰제조기업들이 된다. 아마도 노키아가 가장 큰 수혜를 본다고 볼 수 있다. 세계점유율 최고기업이 노키아이니 차세대 모바일 D램의 표준규격이 만들어지고 부품이 출시되면 너도나도 노키아 정문에 가서 인증받기를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노키아 없이 규격을 만들어 봤자 노키아의 성에 차지 않으면 규격이 유명무실화 될 수도 있다.

세계에서 부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기업중에 자사부품을 범용으로 만들기 위해 유별날 정도로 한국기업들이 애정을 쏟고 있다. 진입장벽을 쌓아 올리지는 못할 망정 스스로 허물고 있다. PC향 D램의 경우는 인텔이 인증을 해주고, 규격도 만들어 내고 해서 끌려다니다고 하지만 모바일 D램에서는 노키아가 범용으로 만들자고 나서지도 않고 있는데, 세계 2위 휴대폰 제조사이자 세계 1위 모바일D램 제조기업인 삼성전자가 실리(實利)없이 나서고 있다.

지금도 모바일 D램이 필요한 모바일 세트기업들은 부품을 수급하는데 문제가 없다. 모바일 D램을 원하는 스펙으로 일부 변경해서 쓰고 있지만 그런대로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 모바일D램이 범용IC가 되면 휴대폰 제조사들이 좋아할까?

데스크톱 PC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D램을 꽂을 공간이 넉넉할 것이지만 휴대폰의 경우는 내일을 알 수 없다. 차세대 모바일 D램이 모바일 프로세서와 독립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며, 모바일 D램이 낸드플래시와 단독으로 돌아갈 이유도 찾을 수 없다. 모두가 휴대폰사업에서의 최고 경쟁력인 부피와 무게 줄이기 경쟁때문이다.

이번 SPMT 컨소시엄에 LG전자가 참여하는 의미는 그동안 메모리사업에서 소원했던 LG전자가 메모리 사업에의 인식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국내 메모리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데 있다 하겠다. 하이닉스를 인수치 않겠다고 하면, 정말 메모리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면, 이제 하이닉스를 멀리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가까이 하면 LG에게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삼성이 LG의 메모리 행보를 보며 이래저래 즐거워 할 것이란 생각이다.

당사자들을 이해시킬 수 없으면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또, 문제가 되는 이유도 있기 마련이다.


  1. 헬보이 2009/05/23 13:37  address  reply

    이 참에..엘피다를 골로 보낼려고 하는것 아닌지..

    표준에 참여하지 못하니깐..결국.....뒤떨어지는것이 아닙니까?

    • 포투 2009/05/23 23:09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일본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남을 케어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닙니다. 지들 코가 석자이지요. 주제넘게 자만심에 빠져 비용을 더 지불하다가 경쟁력에서 뒤처진 감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어쩔 수 없어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으라 보고 있습니다.

      엘피다는 딱하게 됐습니다만 그저 의지한 댓가를 치뤄야 마땅하단 생각입니다.
      애국심 마케팅은 한계가 있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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