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결국 휴직계를 한국기원에 냈다고 한다. 바둑을 둬서 밥을 먹고 사는 프로기사가 휴직계를 냈다함은 배수의 진을 친 결단일 것이다. 더구나 이세돌 9단은 한국프로기사중 랭킹 1위를 고수해 온 절대강자다. 한국기원이 한국프로기사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관리감독기관이라는 얘기는 듣고 있었으나 한국프로바둑계를 대표하는 랭킹 1위 프로기사인 이세돌 9단까지 배제하면서 까지 제 밥그릇을 챙기려 들 줄은 몰랐다.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들이 서로 간의 친목을 증진하기 위해 바둑을 둬오진 않았을 것이다. '프로'라는 명칭이 기사앞에 붙었으니 아마추어 바둑기사와는 당연히 구별되어야 한다. 그 구분자는 당연히 실력이다. 바둑기전의 성공을 위해서 랭킹 수위의 프로기사들을 우대함은 프로계에서는 당연한 일이며, 대전료를 차별하는 것도 당연하며, 우승자에게 상금을 몰아주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승부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부를 얻는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승자독식으로 몇몇 프로기사들이 상금을 독차지하면 바둑을 두는 족족 지기만 하는 실력없는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들은 먹고살기 어려울 것 아니냐, 한국기원은 소속바둑프로기사들이 배 굶는 꼴을 보고 있을 수 없다. 다만 몇 푼이라도 그들 손에 돈을 쥐어주어야 한다라는 논리인 모양인데, 그렇게 되면 프로기사만 되면 평생 배 굶을 일 없는 평생직장 쯤으로 여기고 바둑 실력 증진에 게을리하는 프로도 아닌 아무추어도 아닌 짝퉁프로기사들이 판을 치게 될 것이다. 그런 짝퉁기사들이 있을 수 없다고 단정지을 수 있는 사람이 있나 모르겠다.

프로라면 실력대로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익단체인 한국기원이 월권을 행사한다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이세돌 9단이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이세돌 9단에게 힘을 실어주지는 못할 망정 동료 프로기사들은 이세돌 9단에게서 등을 돌렸다. 무기명투표를 했다고 하니 이세돌 9단에게 반대표를 던진 프로기사가 이창호 9단인지, 조훈현 9단인지, 서봉수 9단인지, 유창혁 9단인지 알 도리가 없다.

네 명의 이름을 거론한 이유는 이들이 이세돌 9단의 행보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한국기원을 대표하는 프로기사라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실력 면을 놓고 본다면 좀 어린 프로기사들이 있겠지만 캐리어와 실력 둘 다 감안한다면 영향력을 보여줄 프로기사들은 이들이라고 본다. 이들 네명의 프로기사들이 나서기 부끄러워 공개적인 찬, 반 표명을 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이세돌 9단과 한국기원과의 갈등을 풀어내는데 적극나서야 할 책임이 있다.

프로야구도 나서야 할 대표선수가 나서지 않음으로서 10년을 넘게 메이저리그의 문턱을 넘지 못한 사례가 있다. 국보급투수였던 선동열 삼성감독이 명예를 이유로 현역시절 메이저리그로 가지 않은 것이나, 이승엽선수가 돈 문제로 메이저리그로 가지 않은 것으로 한국프로구단 소속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진출의 길은 미뤄져 왔다. 그나마 송진우 투수가 나서줌으로 선수협이 자리를 잡은 예가 있었다.

바둑얘기를 하면서 프로야구계를 거론한 이유는 시장(밥벌이)확장과 불합리를 바로잡기 위해 나서야 할 사람은 각계를 대표하는 프로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선수들은 송진우 투수가 총대를 맸을 때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었고 그 지지세력을 기반으로 뜻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프로바둑계는 이세돌 9단이 총대를 맸음에도 도리어 동료기사들이 이세돌 9단에게 힘을 실어주기는 커녕 좌절케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이세돌 9단 반대에 서는 것이 잘하는 짓이라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한 번 좌절에 10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프로가 실력대로 대우받자고 하는 일이 그렇게 배알이 꼴린 일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한국기원 이사들의 문제가 아니라 이세돌 9단의 동료프로기사들이 더 문제다.

언론에는 한국기원과 이세돌 9단의 갈등이라고 하지만 한국기원이 프로기사들의 지지를 받지 않으면 존속이나 할 수 있는 단체인가를 자문해 보면 답은 뻔히 나온다. 한국기원 뒤편에서 어느 유력프로기사들이 이세돌 9단의 발목을 잡아당기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할 뿐이다.

이세돌 9단의 선전을 바란다. 그리고, 이창호 9단이 한 수 보탰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잘 풀릴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프로기사들이 무위도식(無爲徒食)을 하기에 반대표가 이리도 많이 나왔단 말인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1. 이방인 2009/06/21 00:39  address  reply

    야구와 바둑은 많이 다르지 않나요. 사실 바둑이야 말로만 프로지, 대부분 자신의 대회상금을 수익으로
    하기에 연봉이 있는게 아니지라. 그나마 바둑리그가 생겨 기사 들에게 기회가 조금 늘어난 정도죠.
    인기가 없다보니 협회 운영비나 기사들 대국료를 인기기사들에게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받아서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판을 먼저 키우고 자신의 대우를 요구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 prev 1 ... 69 70 71 72 73 74 75 76 77 ... 244 next >>

CATEGORY

RECENT COMMENT



[르포] 뉴욕 애플은 공사중…MS는 갤노트10에 '올인' 메트로신문  "인공지능 시대 '과학의 격의불교(格義佛敎)' 필요하다" 불교신문
[양희동의 타임머신]`갤노트`..스티브잡스 뒤집은 삼성의 역발상 이데일리  인덕션 카메라 '조롱'받은 애플에 반사이익 삼성 '노트10' 일요서울
'펜' 품은 스마트폰…‘갤럭시 노트’ 패블릿 개척 8년 이투데이  끊임없이 변하는 욕망 알아야 재테크로 돈 번다 스카이데일리
작가회의 "김용희가 위험하다…삼성과 정부, 조속히 나서야" 고발뉴스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노트 ‘쌍두마차’로 올해 스마트폰 혁신 정점 찍나 조선비즈
부활하는 샤오미, 내가 아직도 좁쌀로 보이니? 더스쿠프  나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소소한 아이템들 헤모필리아라이프
[Who Is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비즈니스포스트  [브릿지 칼럼] ‘금수저’CEO 제친 ‘흙수저’CEO 브릿지경제
삼성, AR도 잰걸음...혁신 잃은 애플과 기술 격차 벌린다 조선비즈  [Weekly Global] 빌 게이츠 "잡스는 최고의 마법사였다" 더스쿠프
[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76.이탈리아에서 디자인 콘텐츠 스타트업 발전방향 찾다(1) 전자신문  "지금의 권력자는 '포노족', 그들이 미쳐 날뛰게 만들어야" 시사저널
[데스크 칼럼]리더와 미래 예측 능력 에너지경제  손정의 회장의 제안은 항상 기간 인프라였다...문 대통령, 받을까? 이코노믹리뷰
현대인 마음 건강 회복하는 ‘마음챙김 명상’ | “마음이 고요해질 때 직관이 피어났다”(故 스티브 잡스) 월간조선  [설왕설래] 소프트뱅크 손정의 세계일보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