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다와 대만 메모리기업들 파워칩, 렉스칩, 프로모스가 영업통합에 이르렀다고 한다. 지주회사를 두고 엘피다와 대만의 메모리기업 3사가 그안에 들어가고 대만정부가 설립될 지주회사에 10억달러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대만정부가 10억달러를 설립될 지주회사에 지원하면서 일정지분을 갖게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되는 지주회사명을 별칭으로 지메모리(G-memory)라 부르겠다. 여기서 G는 garbage에서 따왔다.

日엘피다, 대만 반도체 3사와 통합..공적자금 수혈할 듯 [日經]

지메모리는 일단 4사의 메모리팹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구조조정은 우선 프로모스 팹이 될 것이다. 이미 파워칩과 렉스칩은 엘피다의 D램기술이 녹아 있는 메모리기업들이었기 때문이다. 프로모스는 하이닉스와 기술제휴관계에 있는지라 프로모스 반도체 팹은 전면적으로 엘피다 공정기술로 전환돼야 한다. 프로모스 만을 더하는 통합인 상황에서 엘피다가 지메모리라는 지주회사 안으로 들어가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미 엘피다는 파워칩, 렉스칩과 한덩어리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와 경쟁해 왔다. D램 공정기술에서 파워칩, 렉스칩 고유의 것은 없다. 엘피다의 D램 공정기술이 시간차를 두고 이전되어 대만메모리기업들(파워칩, 렉스칩)의 메모리 팹이 가동되고 있었을 뿐이었다. 지메모리로 통합이 되면 엘피다의 D램 공정기술이 대만 3사로 이전되는 시차가 단축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엘피다가 D램 치킨게임에서 벼랑 끝으로 몰린 이유가 대만 관계사에 D램 공정기술이전이 지연되어 물량경쟁에서 뒤졌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뒤처지게 된 이유는 엘피다의 D램 미세공정기술 자체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뒤처져 D램 가격경쟁력이 뒤졌기 때문인 것이지, 단순히 D램 물량이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엔화가치가 과도하고, 빠르게 상승해서 공정기술력 이외에 엘피다의 손익을 깍아내리는 외부요인이 있었기에, 엘피다가 잠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것이고 이 시기만 버티게 되면 기회가 다시 찾아올 것이라 기대하는 지도 모르겠다. 즉, 엘피다가 생존을 위한 자금수혈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기업생존이 목표가 되면 엘피다 경영진 눈에 보이는 것은 없다.

지메모리가 출범된다해도 자회사 4사의 모든 메모리 팹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앞선 D램 미세공정을 적용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앞으로 나올 엘피다의 50나노대 D램공정기술을 통합4사의 모든 메모리팹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미친 짓이다. 그렇기에 엘피다와 대만3사가 통합하는 것이 D램공정기술 이전시차를 줄이는 장점이 있다고 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지금은 엘피다 본사에서 먼저 D램 미세공정기술을 적용해서 검증기간을 거쳐서 안정화된 D램 미세공정기술을 파워칩, 렉스칩에 이전하는 단계를 밟아왔다고 할 수 있는데, 지주사 지메모리가 출범한다고 해도 이 방식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많다. D램 미세공정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경쟁력있는 연구인력이 대만메모리 3사에 고루 분산되어 있어 R&D에서 시너지 효과가 있다면 다른 양상을 보일 지도 모르지만 이는 '아니올시다'다.

지메모리로 통합되면 여태껏 보이지 않었던 산재된 부실덩어리가 각사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 각자 회사 내 경영진들과 투자자들 간의 지메모리에서의 알력도 커지게 된다. 통합될 모든 메모리 팹의 반도체 장비가 같아서, D램 생산시스템이 일관된 메모리 팹들이라면 D램공정기술이 한꺼번에 이전되어 적용하기가 용이하지만, 메모리 팹마다 조금씩 다를 반도체 장비들은 추후 커다란 문제점으로 대두될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생산시스템의 통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 보이는데, 이는 가지각색인 반도체생산장비의 선별과 대체를 의미하며 클린룸을 비롯한 유틸리티 공급시스템에서도 일관된 기준을 만들어 관리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래야 엘피다의 D램 미세공정기술 적용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돈된 지메모리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기간이 필요하다. 대만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자금의 대부분이 통합메모리회사들의 부실 가려내기와 D램 생산시스템 통일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 가격경쟁력을 높이는데 대만정부의 지원자금이 쓰이지 않고 회사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돈이 쓰일 것이란 얘기다. 대만정부가 지원한 지원자금이 신규 시설투자에 쓰이지 않고 통합되는 대만 자회사들의 반도체 생산시설 교체 또는 리모델링에 쓰이게 되면 D램 감산효과가 나타난다.

D램 가격이 2008년 연말에서 시작해 상승으로 턴 한 이유는 수요증가에 있지 않고 공급감소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상태에서 지메모리 통합으로 인한 D램 공급감소가 더해지면 D램 가격상승에 불을 지펴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 수혜는 D램 생산을 안정적으로 꾸준히 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지메모리로 통합되면 삼성전자에 이어 D램 세계 2위 업체로 발돋음한다고 하는데 두 분기 정도 지나면 다시 하이닉스가 되찾아 오게 될 것이다. 지메모리가 위협적이기 위해서는 대만정부의 초기 지원자금 규모가 10억달러가 아니라 50억 달러 이상이어야 한다고 본다. 그 정도의 자금이라면 신규반도체 팹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삼성전자에게도 충분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 그렇게 되면 지메모리는 대만정부의 공기업화가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엘피다가 지메모리로 통합되고 그 지주회사가 대만정부의 소유가 된다면 엘피다는 한마디로 헛 짓을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일단 통합지주회사 지메모리의 지분구조에서 엘피다 지분을 가지고 있는 NEC와 히타치의 지분이 적어도 40%는 유지돼야 엘피다가 원하는대로 대만정부로부터도 자금지원을 받고 일본정부로부터도 자금을 수혈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대만정부가 과도한 자금지원을 지메모리에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일본정부의 자금까지 지메모리가 지원을 받게 된다면, 지메모리라는 회사의 정체성은 다국적간섭기업이 된다. 일개 민간기업이 한 나라(대만) 정부 간섭을 받는 것도 모자라 일본 정부의 간섭까지 보태지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사실 메모리 부품사업은 참 갑갑한 사업이다. 일년에 10억달러씩 꾸준히 투자하면 투자금액의 10%씩이라도 꾸준히 수익이 발생되면 좋으련만, 10%의 이익은 커녕 투자한 돈보다 더 많은 손실을 보기도 하는 사업인 것이다. 메모리 부품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독과점체제로 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경쟁메모리 부품기업을 도태시켜야 하는데, 그 방법은 다 알다시피 치킨게임이었던 것이다. 2009년 세계불황기에 대만과 일본 정부관료가 미치지 않고서야 또 다시 D램 치킨게임을 연장시킬 수 있는 신규메모리 팹 시설투자용도의 자금지원을 할 리가 없다. 양국이 공적자금을 퍼부어도 남는 것은 허공 뿐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 양국의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으로 한국 D램기업들이 위기에 처하게 되면, D램 공정기술 경쟁력에 앞서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한국정부의 자금이 투입될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이래서야 양국의 실리가 없다.

그렇다면 2009년은 일본, 대만 메모리기업들 통합에 따른 각국의 지분챙기기 경쟁이 벌어질 공산이 크고, 회사 경영진 파워게임에 들어갈 가능성도 커진다고 보여진다. 그렇게 한 일년 쯤 지나면 지메모리는 초기와는 다른 지주회사로 바뀌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국의 공기업도 아니고 양국의 공기업이라, 이런 기업구조로 민간기업들과 어떤 경쟁을 할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경험된 바 없다. 하지만 공기업을 민영화시키려 혈안이 되는 이유가 기업의 경쟁력 차이에 있다고 본다면 재미난 쇼를 보여줄 수도 있다.

쇼 이름은 불꽃놀이 쇼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한 번 타올랐다가 사그러지는 불꽃 쇼를 일컫음이다.


  1. 자이링크 2009/02/11 13:07  address  reply

    지금까지 엘피다&대만3사의 통합에 관해서 제가 본 분석글중에 감히 최고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좋은글 앞으로도 계속 부탁드립니다.

  2. 대갈장군 2009/02/11 18:33  address  reply

    윗글의 주제를 단순명료하게 그리고 상징적으로 표현해 주신 "G memory", 포투님의 재치가 돋보이십니다.

    오늘 신문기사를 보니 (확정은 아닌거 같은데), Isuppli 4Q D램 M/S 인용이 나오던데,
    하이닉스가 20.8%, 엘피다 + 대만삼총사 total 19.3%...
    엘피다는 3Q와 비스무레한 반면, 대만3사는 가격하락에 치여, 급격하게 생산/출하량을 줄인 것으로 보이네요...

    합병에 따른 시너지효과를 논하기 전에, 일단은 생명연장이 이번 합병의 주된 목적이 아닌가 싶습니다.
    포투님의 말씀대로 "사그러지는 불꽃 쇼" 후의 상황이 매우 기다려집니다.

    기자들의 "기사"란 탈을 쓴 인용글들, 그리고 또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라는 사람들의 리포트의 허접함을 포투님의 윗글을 보며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ㅎㅎ 오늘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저녁 되세요.

    • 포투 2009/02/12 08:37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개인적인 예측성 글입니다.
      재미있게 관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불꽃쇼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3. 도우너 2009/02/16 00:15  address  reply

    요즘들어 포투님의 글을 재미있게 읽고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궁금한 것이 하나 있는데
    얼마전 프로모스-하이닉스가 54나노 기술 제휴를 맺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만약 엘피다-파워칩-렉스칩-프로모스가 몽땅 합병된다면
    하이닉스의 54나노 기술이 엘피다로 유출될 위험이 있지 않을까요;

    • 대갈장군 2009/02/11 18:35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이도훈님, 얼마전 하이닉스 4Q 실적발표때, 기억은 안나지만 경영진 중 한명이 프로모스가 경쟁사와 합병하면 54nm 기술이전은 백지화라고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포투 2009/02/12 08:33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하이닉스가 잘 대처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54나노가 아니더라도 하이닉스 공정기술의 일부가 공개되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프로모스 공정기술자들이 하이닉스 공정기술 시스템에 적응해 있을테니 말입니다.

  4. 엘피다 2009/02/12 17:05  address  reply

    꼴통들이 모여서 얼마나 잘 될지는 모르겠으나, 문제는 치킨전쟁이 더 길어진다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대만정부나 일본정부의 지원이 1차로 끝나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일본도 점유율때문에 합친건 아니겠지요. 무조건 버티고 보자. 공적자금 투입되고, 이젠 정부자금도 끌여들였겠다.이젠 갈때까지 가보자 그런거 겠지요. 벼랑끝에 몰린 쥐색끼가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겠지요.
    가장 큰 문제는 각국 정부가 끼어들어서 문제가 복잡해 졌다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쉽게 망하게 두지않을 거란 이야기죠...
    경제위기가 보통을 넘어서, 경제공황으로 가고 있는 시점에서...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도 녹녹치는 않을 것 같네요...누구도 장담하기는 어려운 형국이고요.
    지금 있는 일자리 유지하기도 어려운 시국에...과연 D램수요가 얼마나 받쳐줄지도 미지수고요...

  5. 방문자 2009/02/19 12:46  address  reply

    안녕하세요. 포투의 글들을 읽고 있는 학생입니다.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처음 글 올리는데요,
    혹시 메모리시장이 DRAM에서 차세대 메모리쪽으로 넘어가는 시점(엘피다 사장은 2013년으로 보는 것 같던데..)까지 삼성전자, 하이닉스, 엘피다 연합이 모두 살아있다면 어떤 양상이 전개될까요?
    지금은 한국이 공정기술에서 앞서나가고 있지만 다른 기업들 입장에서는 지금만 잘 버텨서, 차세대 메모리 경쟁으로 넘어가면 기술격차를 뒤집을 가능성(한국으로서는 위험성)도 있지 않을까 걱정인데요..

    • 포투 2009/02/20 18:07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차세대메모리는 D램의 빠른 처리속도와 낸드의 고저장성을 모두 만족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각자 특화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메모리시장 일부를 차세대가 차지하는 데는 많은 기간이 필요할 겁니다.

      차세대메모리의 승부는 소규모 양산이 아니라 대규모 양산에서 결판 납니다. 하위업체들이 차세대에서 일부 기술적으로 앞서서 소량양산체제를 구축한다고 해서 메모리 기업의 순위구도가 요동칠 가능성은 아주 적습니다. 결국 적시에 대규모 양산구축이 승부를 가름할 것인데 이는 지금의 메모리 사업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물론 기술격차가 많이 벌어진다면 하위기업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겁니다. 기술은 언제라도 하위업체들이 뒤집을 가능성은 열려있습니다.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기술은 순위를 예측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메모리사업은 기술만으로 순위를 나누는 사업이 아닙니다. 적기에 지르기(베팅) 게임이라는 생각입니다.

      순위가 뒤처진 기업이 지르기를 할 때면 자금융통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이는 모험과 같습니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쪽박인 셈입니다. 도시바와 엘피다가 투자여력이 있어 지르기를 시도했다가 시기를 잘 못맞춰서 또는 시기가 따라주지 않아서 좌초된 바 있습니다. 또, 일등기업이 안주하다가 밀려난 적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메모리 사업은 참 피곤합니다.

      앞으로는 선두기업 프리미엄이 지대해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신규 팹 투자 한 번 하는데 4조원 가량이 들어갑니다. 왠만한 기업은 엄두를 내기 어렵습니다. 현금을 쌓아 놓지 않은 하위 메모리기업입장에서는 투자하고 싶어도, 이시기는 투자 적기임에도 자금유치문제로 투자가 지연될 가능성이 많아집니다. 하물며 주주가 일본과 대만으로 광범위해지는 엘피다는 투자시기를 맞추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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