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다가 키몬다의 GDDR 특허권을 포함한 사업부문을 인수한다는 보도가 나온데 이어 이번에는 엘피다가 키몬다 그래픽D램(GDDR)기술을 대만 윈본드에 이전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엘피다는 아직 키몬다의 그래픽D램 사업부문 인수를 완료치 않은 상태다. 이번 달 말이라고 했으니 엘피다 엔지니어도 키몬다의 그래픽D램 기술을 들여다 보지 못한 상태인 것이다. 그런데, 엘피다가 키몬다에게 그래픽기술을 이전해 준다는 말이 나왔다. 기사를 본 첫 감상은 "엘피다의 비즈니스 감각이 상당하구나"였다. 엘피다의 키몬다 그래픽사업부문의 인수비용이 얼마일지는 모르겠으나 인수를 완료하지도 않은 기술을 가지고 장사를 멋지게 해낸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엘피다 입장에서 키몬다의 그래픽D램기술은 거저 먹기였다고 볼 수 있다.
엘피다의 또 다른 노림수로는 키몬다 그래픽 기술을 일본 내의 엘피다 메모리팹 라인에 바로 적용하지 않고 테스트 팹으로 윈본드를 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기술이전을 받아 메모리를 양산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키몬다 엔지니어를 윈본드 팹으로 보내 그래픽 D램기술을 이전케 하고 이전수수료를 엘피다가 받아 챙기고, 양산되는 윈본드 그래픽D램에 특허료를 전가시키고, 일정 그래픽 D램 물량을 엘피다가 저가에 받아오고, 키몬다 그래픽 기술을 윈본드에 이전시키는 과정에서의 시행착오 리포트를 받아서 엘피다의 일본 내 그래픽 D램 양산일정을 세이브하는 잇점을 모두 살릴 수 있게 된다.
기술을 이전받아 자사팹에 적용하는데는 많은 시간과 단계적인 과정을 필요로 한다. 키몬다의 그래픽D램은 키몬다 팹에 최적화한 기술이다. 물론 키몬다가 대만에 메모리기술을 이전한 경험도 있어 익숙한 대만 메모리 팹중의 하나인 윈본드를 일차적인 기술이전 대상으로 선택한 것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엘피다가 키몬다 그래픽D램 기술을 윈본드에 기술중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윈본드가 양산검증을 끝낸 후에는 역으로 윈본드 그래픽 양산기술을 엘피다 일본내 팹으로 이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윈본드가 엘피다를 거치지 않고 키몬다의 그래픽D램기술을 직접 받아왔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판단이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는 또 다르게 보면 키몬다의 그래픽D램기술 가치의 재조명이다. 엘피다가 사업부문 인수를 완료치 않고 비지니스 수완을 보여준 것으로 부메랑을 받을 수도 있다. 완료되지 않았다는 것은 일말의 가능성이 들어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엘피다가 좀 앞선 감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엘피다가 내부 메모리 R&D와 수율과 미세공정전환은 어떻게 진행되는 지는 모르겠으되 밖으로 보여지는 대외적인 경영감각은 한 수 인정해 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에 비용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란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사내 연구소에서 백날 연구해도 성과가 나오지 않는 과제를 밖에서 찾으면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는 글이었다. 그 본보기를 이번에 엘피다가 보여준 것이다. 더해 인수비용을 세이브하고 양산라인에 적용하는 데 따른 양산물량 공백리스크를 줄이는 방안까지 찾아내 보여줬다.
엘피다 사카모토 사장이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입만 앞서는 사람'이란 이미지가 강했는데, 사카모토 사장의 입에 행동까지 더해가면서 가시적인 성과물을 보여준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사카모토 사장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부여한 일로 기록될 수 있는 일이다.
엘피다의 윈본드 팹 이용은 그 이외에도 부수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는데 그것은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그래픽 D램 점유율을 빼았아 오는 것이며, 과점상태에 따른 고마진 시장이었던 그래픽D램시장을 도떼기시장으로 끌어내리는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엘피다가 수익성 좋았던 모바일 D램에서 하이닉스의 시장침투로 인해 이익이 줄어든 데 따른 보복을 이번 그래픽D램을 통해서 할 수 있게 됐고 부수적인 로열티 수입도 겸할 수 있으니 도대체 일거삼득(一擧三得)인지 일거오득(一擧五得)인지 계산하기도 쉽지않은 쾌거라 할 만하다.
다만 그래픽D램기술이 키몬다 엔지니어로부터 윈본드에 이전되는 기간동안은 그래픽D램 기술 업그레이드 공백이 있을 수 밖에 없게 된다. 물론 키몬다가 파산하게 되면서부터 R&D공백이 있어왔으니 어찌 보면 공백기간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다고도 볼 수 있다. 키몬다든 엘피다든 기술이 이전되고 나면 정상적인 R&D로 돌아설 것이기 때문이다.
하늘이 무너진 듯한 상황에서 솟아 날 구멍찾기가 지상과제였던 후발 메모리업체 엘피다가 솟아날 수 있는 멋진 구멍하나를 찾았다. 하이닉스도, 김종갑사장도 분발이 필요한 때라고 하겠다. 경쟁자였던, 맞수였던 엘피다와 사카모토 사장에게도 뒤처지게 됐으니 말이다.
<첨언>
미국의 뉴스통신사인 AP가 "기사 인용시 단어당 $2.50 내라!"고 하던데 기사를 인용하는데 따른 저작권문제가 부각되면 블로거들이 글쓰기에 지장이 받을 수 밖에 없다. 한 줄의 기사를 인용하는데만 적어도 10불은 지불해야 될테니 말이다. 포투의 경우도 언론사 기사를 통해 대부분의 글쓰기 동력을 얻고 있으니 말이다. AP가 끝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지 지켜볼 일이다.
아무튼 재미있는 형국이다. 엘피다가 그래픽으로 재미볼 수 있을까? 삼성-하이닉스의 강자가 버티고 있는판국에, 이제야 껍데기뿐인 키몬다 기술 가지고 뭐 해보겠다?
오랜만의 댓글이십니다.
그런데, 잊으셨나 봅니다. 전에, 어느 업체인지 짐작되게, 찰리김님이 포투블로그에 댓글을 남기셨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하긴 1년이 넘었으니 그러실만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