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에서 인플레이션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이다. 최근에는 고유가 수혜를 듬뿍 받고 있는 산유국인 쿠웨이트 마저 인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계경제가 인플레이션 위험이라는 똑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득 얼마 전까지 만 해도 세계경제를 끌어내리는 주 요인은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발 신용경색이었다. 그로인해 미국경제가 침체에 빠졌고 세계 최대소비국인 미국의 소비가 줄어들자 그 여파로 무역중심국으로 경기침체가 일차 전이가 되었고 그후로 전 세계 각 국으로 경기침체 위험이 확산일로(擴散一路)에 있었던 것이다.

원인은 하나였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미국의 신용경색을 푸는 것이었다. 미국의 신용경색은 연결고리처럼 물고 물리는 세계금융시스템에 의해 유럽으로도 수출되었기에 신용경색을 푸는 방법은 세계금융시장에 화폐유동성을 공급하는 일이었고, 그것으로 신용경색이 풀리면 경제는 이제 원위치될 것이란 시각이 많았었다. EU는 단기 유동성 공급을 하였고 미국은 정도가 심해 금리인하 정책을 동반하게 되었던 것이다.

미국의 심각한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 미국만의 기준금리 인하행진이 벌어졌는데, 그로인해 달러화 가치가 추락하기 시작했고, 원유를 포함한 국제상품가 폭등을 유발하게 되었으며, 이제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전세계가 같이 안고 있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그동안 세계 주요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를 보면, 특히 금리정책은 어떠했나를 EU, 일본, 한국을 돌이켜 보니, EU는 지난 해 6월이래 기준 금리 4%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본은 1년 4개월째 기준금리를 현행 0.5%로 동결하고 있으며, 한국은 기준금리를 5%로 10개월 연속 동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중국, 베트남, 브라질, 칠레,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나라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풀기 위해 오히려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과 인도는 제쳐두고라도 먼저 체력이 약한 나라가 미국이 만들어 놓은 인플레이션 영향권에 이미 들어섰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제는 미국의 횡포에 참을 수 없어 공공연히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미국을 압박하자, 연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해 오던 미국도 이제는 금리동결에 더 나아가 금리인상을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다.

중심을 들여다보면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로 세계 금융권에 신용경색이 유발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유가 있는 각 국은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미국은 더해 금리인하를 대폭 해왔던 것인데, 이는 미국의 경제침체를 막기위한 일련의 세계 각국의 미국 원조성 정책 특성이 강했다. 자국의 경제침체가 우려됨에도, 미국이 연달아 금리를 내려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함에도, 미국의 금리인하에 동참한 나라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서로의 암묵적인 공감대를 형성했기에 이런 공통적인 금리정책이 나올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는 데 있다. 미국경제 침체의 주 요인으로 봤던 신용경색 문제는 이제 거론의 대상이 아니게 됐다. 물론 중간 중간 신용경색 문제가 잠깐 미국에서 이슈화되기도 하지만 약발은 많이 사그러 들었다. 작은 병에서, 작은 부위의 국부 질환에서 몸 전체로 전이되듯, 미국 경제 침체라는 병이 확산되어 세계 각 국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위기로 옮겨와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경제문제가 깔끔히 해결된 셈이다. 신용경색 문제는 풀었고, 미국 만의 경기침체 문제는 전 세계로 병을 옮아놓았고, 소비경제에서 무역경제로 나아갈 기틀인 달러화 가치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상태까지 끌어내려 놓은 상태인 것이다. 지금은 세계 각 국 중에서 경기침체를 이유로 금리를 인하한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이제는 미국과 보조를 맞춰가며 같이 금리를 인상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미국과의 금리차는 한동안 이어질 수 밖에 없고, 같은 인플레이션 위기 상황이지만 미국에 유리한 국면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일년 만에 미국이 이렇게 바꿔놓은 것이다. 만일 이 모든 수순이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4월달이 금리인하를 위한 마지막 기회였다는 생각이다. 지금 와서 그 때 기준금리를 한국은행이 인하했으면 어쩔 뻔 했느냐 하며 한국은행이 인하하지 않고 잘 참아주었다는 평이 시장을 지배하는 모양이지만, 그 때 기준금리를 인하했다면 조금이라도 경쟁력에 도움이 되었으리란 생각이 든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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