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화소로 찍을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로 사진 한 장을 찍으면 파일 사이즈는 최대 10메가바이트(MB)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1200만화소 디지털카메라를 내장한 휴대폰(Pixon12)을 출시하기도 했다.
1000만화소 디카 사진 한 장을 찍으면 모바일기기(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내부메모리 용량이 10MB 씩 줄어든단 얘기다. 현재 나오는 스마트폰의 내부메모리 용량은 8GB까지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 1GB면 사진 100장을 저장할 수 있고 8GB라면 800장을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 용량이다. 현재 1200만화소까지 지원가능한 스마트폰이 나왔으니 향후 2000만화소 디카가 나오지 말란 보장도 없다. 이미 디지털카메라는 1300만화소까지 지원하는 일제 제품이 나와 있다.
앞으로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세트기업들은 낸드메모리 수급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스마트폰을 만들지 않으면 모를까 휴대폰 장사를 하는데 메모리없이는 판에 끼지도 못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애플이 발빠르게 낸드메모리 4총사(삼성전자, 도시바, 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모두를 아이폰 3GS 낸드메모리를 부품공급사로 두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내부메모리가 늘어나면 이에 호응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게 되어 있다. 사진을 찍을 때만 낸드메모리 용량이 쓰이는 것이 아니고 영화나 뮤직비디오 같은 동영상이 스마트폰에서 무리없이 돌아가게 하려면 스마트폰의 심장격인 모바일CPU(AP 프로세서)의 성능도 따라서 올라가야 한다. 어쩌면 머지않은 장래에 PC에서 그래픽카드를 꽂는 이유로 그래픽지원칩이 내장된 AP프로세서가 나오게 될 수도 있다.
휴대폰시장이 스마트폰시장과 동격으로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스마트폰 세계 4강을 꼽아보면 애플, RIM, 노키아, 삼성전자다. LG전자는 스마트폰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으니 경쟁에 가세할 지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지 아직 모르겠다. 마지못해 시장에 참여한다는 식으로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올릴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휴대폰 시장에서 3위로 치고 올라온 기업이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음은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곧 출시한다고 했으니 삼성의 제트폰과 비교해 어떻게 차별화시킨 LG전략폰이 나올지 기대가 된다. 아이폰 3GS처럼 내부가 속속들이 파헤쳐져서 모바일 CPU는 어떤 기업의 부품이고, 낸드메모리는 어느 기업으로 부터 공급받아 조립되는지 공개되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LG전자의 미적지근한 스마트폰 행보를 보면 낸드플래시메모리를 내장하면서 최소한의 용량인 1, 2GB 탑재에 골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소니에릭슨, 모토로라, LG전자까지 모두 포함하면 크게 7개기업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각축을 벌일 것이다. 스마트폰은 쉽게 PC폰이다. 스마트폰에 10인치가 넘는 액정디스플레이를 꽂아 임시로 PC를 대용해 쓰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날이 올 것이다. 스마트폰이 데스크톱 PC에서의 본체가 되고 스마트폰에 마우스, 키보드, 모니터를 장착하는 기형적인 모양새가 나올 수도 있다. 아니 지금보면 기형적인 모습이지만 미래에선 그것이 정상일 수도 있다.
스마트폰이 PC로의 최대약점은 디스플레이다. LG전자는 최근 4인치 HD LCD 액정디스플레이를 장착하기도 했고 삼성전자의 AMOLED는 3.7인치까지 크기를 키워놨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가 내년에 4인치를 넘어서 5인치가 되더라도 놀라울 일이 아니다. 묘하게도 휴대폰의 디스플레이 크기키우기 경쟁에는 LG전자가 빠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 특이하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창이 커지면 커질 수록 성능이 좋아져야 하며, 스마트폰의 하드웨어적인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AP프로세서와 모바일D램이며 낸드플래시메모리가 된다. 더 나아가 그래픽 관련 IC가 추가되어야 할 필요성도 점차 커진다.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한가지로 좁혀진다. 외형(폼팩터)이 디자인의 기본이라지만 스마트폰에서의 경쟁요소는 반도체 칩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휴대폰 경쟁에서 디자인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누비는 전략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점차 다가온다는 얘기와 같은 것이다.
국내IT기업들이 PC시장에서 맥을 못춘 이유는 인텔의 CPU와 MS의 OS가 PC성능을 좌우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기업이 또는 개인이라도 PC부품을 사다가 PC를 조립할 수 있다. 마진이 박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고, 보통 마진이 박하면 리스크는 줄어드는 것이 사업의 속성인데 PC사업은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이래서는 PC사업이 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델이나 HP가 시장을 장악했다가 에이서가 두각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무래도 원가경쟁력이 앞 선 중국계 기업이 PC사업에는 제격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PC와 닮아 있지만 사업성에서 보면 기대치 않은 기회가 열려있는 시장이다. 인텔과 MS의 판단착오로 모바일에서의 CPU와 OS시장이 춘추전국시대로 돌입했기 때문이다. 모바일CPU에서의 인텔입지가 만만치 않지만 PC시장에서의 그것과는 견줄 수가 없다. 삼성전자의 AP프로세서는 말할 것도 없고 국내의 팹리스업체도 AP프로세서를 출시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ARM사가 코어프로세서를 반도체IP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OS에서는 오픈소스열풍이 불어서 MS의 모바일윈도우를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왔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모바일OS시장에 큰 바람을 몰고 왔다.
PC에서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CPU와 OS가 스마트폰으로 오면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에 따른 최대수혜를 받을 만한 기업이 보인다. 스마트폰의 부품을 크게 보면 AP프로세서, 모바일D램, 내장용 낸드플래시메모리, OLED 또는 LCD, 외장용 SSD(Solid State Drive) 또는 HDD, CIS(CMOS 이미지센서), 웹브라우저, 모바일OS다. 이중에 거의 모든 부품과 OS를 내재화시키면서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해 있는 기업은 유일하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창으로 HD LCD를 밀고 있는 LG전자의 경우는 반도체 IC부품에서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노키아나 애플도 LG전자와 마찬가지로 반도체부품 사정이 안좋은 것 아니냐고 한다면, 애플과 노키아는 필요한 반도체 부품을 여러 공급사를 두고 수급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들고 싶다. 애플은 낸드플래메모리 공급사를 한 두 곳으로 한정짓지 않았다. 스마트폰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반도체 부품에서 같은 수급전략으로 나아갈 것이라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과연 LG전자가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로부터 메모리 반도체부품을 수급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아니 전량을 국내업체로부터 수급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시장점유율 만큼이라도 배분해서 공급받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느냐 하는 얘기다.
이미 LCD패널 교차구매에서 삼성과 LG 사이에 갈등의 골을 보여준 바 있다. 대만산 LCD 패널을 비싸게 구매하는 한이 있더라도 LG는 삼성에 도움되는 혹은 삼성이 LG의 이익에 도움되는 LCD패널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을 아직도 굽히지 않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그리고, LG전자가 스마트폰 경쟁에서 한 발 물러선 이유도 짐작할 수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곳 저곳에서 콜(call)이 들어오리라 예상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그동안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치킨게임을 벌인 사실이 무색하게 할 환경이 도래할 수도 있다. 선택의 문제였던 것이 필수로 변하려 한다. 인생역전이 있다더니 그야말로 메모리기업 인생역전의 장이 머지않은 장래에 펼쳐질지 모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