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강한 분위기다. 하지만 D램가격이 지금 크게 반등해 버리면 그동안 어려웠던 보람이 없다. 독일의 D램업체 키몬다가 파산하는 것 이외에 D램기술이 없어 뒤처진 기술로 D램을 제조해야 되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대만의 D램 제조업체들은 아직도 건재한 모습이다. 일본의 엘피다와 미국의 마이크론이 감싸고 있는 렉스칩, 난야, 이노테라가 아직 남아 있다. 이들 기업들이 남아 있는 한 파산될 것으로 기대되는 프로모스와 윈본드는 기업명만 사라질 뿐 생산설비는 그대로 대만D램기업들에 이전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파산은 생산공백으로 이어져 단기적인 D램가격상승만을 가져올 뿐 다시 생산량은 원위치될 것이 뻔해 보인다. 아니 파산된 기업들의 D램 제조설비는 연결 강화로 한 차원 높은 D램기술과 만나면서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다. 엘피다와 마이크론의 기술경쟁력이 파산D램제조설비에 더해질것이란 얘기다.

대만의 D램업체가 기업명만 사라질 뿐 생산설비가 두 군데로 이합집산하게 되면 치킨게임의 승자라는 삼성전자가 얻어야 하는 전리품(戰利品)은 줄어들 게 된다. 오히려 버티기에 성공하면서 생산설비가 늘어나게 되는 엘피다(파워칩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슴)와 마이크론이 치킨게임 중단으로 발생되는 가격상승의 수혜를 듬뿍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하이닉스는 프로모스와 연결되어 있는 끈도 사라질 뿐 더러, 파산이 기정사실로 굳어져 있어 조급하게 지분투자한 현금도 날라가게 되어, 점유율 하락과 D램가격상승시 물량감소로 이중고를 겪을 수 밖에 없다. 프로모스에 생산기술이전하는 것이 기술유출로 이어질 것이냐, 아니냐란 공방 속에 강행처리한 프로모스 지분투자에 대한 실패책임은 뒤로 묻히는 분위기다. 이번에 하이닉스가 7,000억원에 해당하는 유상증자를 또 한다는 하이닉스 주주단의 발표가 있었다. 돈을 투입해 봐야 목돈을 한 몫에 말아먹는 의사결정이 빈번하면 그 또한 얼마가지 못한다. 돈이 기업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 기업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는 불변의 원칙이 아닌가? 이번에 주주단이 하이닉스 자금지원책을 검토하면서 경영책임론이 거론될 만도 한데 도통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역시 은행도 주인이 없고 하이닉스도 주인이 없어, 나가는 돈이 내 돈이 아니고 돈을 잃어도 내돈을 잃는 것이 아니라는 무책임의 표상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다. 이래서 은행도 일반기업처럼 주인이 있어야 돈 아까운 줄 알게 되는 것이다.

어쨋든 이번 치킨게임은 참 오래 지속되었다. 2008년 말에 터진 금융위기와 겹치면서 치킨게임시간이 단축되는 효과를 가져오나 했지만, 2009년 1/4분기를 지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작년 말경에는 삼성전자 마저 미래가 보이지 않을 만큼 암흑이었다. 그래서 삼성전자도 한 발 뒤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전 사업부가 적자를 내는 상황으로 몰리니 반도체 부문의 적자를 메워줄 사업부가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2009년 들어서 극적으로 휴대폰과 LCD에 더해 낸드플래시 가격 마저 반등에 성공하면서 삼성전자의 여력이 나아졌다. 물론 여력이라 함은 치킨게임을 연장시킬 힘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와 D램 사업에서 경쟁하는 반도체기업들은 D램매출에 편중되어 있다. 가격이 오른 플래시메모리 사업으로 D램의 적자분을 메워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하이닉스나 마이크론이나 매 일반 한가지다. 오히려 마이크론이 하이닉스 보다 더 나은 형편일 수 있다. 마이크론은 든든한 배경을 지니고 있어 그렇다. 기술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인텔이라는 뒷배경은 참으로 든든한 존재다. 아마 마이크론은 삼성전자가 아무리 몰아쳐도 파산위기로 몰리지 않을 것이다. 인텔의 지원과 달러를 퍼 붓고 있는 미국정부가 뒤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목표로 삼아야 하는 타깃이 점점 좁혀지고 있다.

전글에서 언급한 바 있드시 D램 치킨게임의 타깃은 엘피다다. 하이닉스는 어찌 되었든 2009년을 버틸 수 있는 실탄을 공급받게 되었다. 프로모스 건은 손실로 처리하고, 경영책임은 별개로 치고, 깨끗이 잊으면 된다. 추가손실을 야기할 부위를 끊어내고 정돈되는 과정을 거친 셈이다. 물론 경영실패로 손실이 더한 측면이 강하지만 책임을 묻는,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없으니, 어찌 됐던 그렇다는 것이다. 마이크론도 TMC의 유혹을 견뎌냈다. 키몬다 파산으로 이노테라의 지분을 저렴하게 얻는 과실을 취하며 난야와 견고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엘피다는 TMC와의 제휴문제로 그동안 동지였던 파워칩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측면이 적지 않다. 렉스칩과 함께 TMC로 몸을 내 던지면서 대만정부의 돈(공적자금)을 받게 생겼다. 엘피다는 소원해진 파워칩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과제가 새로이 생겼다. 이렇게 본다면 엘피다가 TMC와 연합해서 얻은 결과는 대만정부의 돈이외에 별로 없다. 파워칩과의 문제로 엘피다의 D램점유율은 떨어질 수 있고, TMC에 지분을 투자하지만 매출이 발생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데에는 적어도 2년 정도는 지나야 한다. 명색이 지분을 투자하는 대주주 신분이니 TMC에 추가로 자금이 필요하다면 꼬박꼬박 TMC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 엘피다 기업통장에서 현금을 인출해야 될 것이다. 어쩌면 TMC로 부터 자금지원 받은 몫과 TMC에 들어가야 하는 돈은 상쇄되고, 세계적인 장사꾼 기질을 가졌다는 중국인에게 놀아나면 헛 짓을 하고 마는 것에 그치지 않고, 회사를 갖다 바치는 수모를 면치 못할 것이다. 기술은 빼앗기고 엘피다가 TMC에 합병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좀 무리한 예측같아 보이지만 엘피다가 TMC와 손을 잡게 되면 엘피다의 D램생산물량 조절은 TMC를 통하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시간이 가면 갈 수록 엘피다가 TMC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해지게 되고 결국에 가서는 종속되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TMC가 엘피다와 마이크론과 통합협상을 하면서 제일 먼저 내세운 것이 메모리기술을 TMC에 달란 것이었다. 엘피다가 D램기술을 TMC에 준다는 전제로 대만정부의 돈을 지원받는 것이란 얘기다. 마이크론이 대만정부의 유혹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다.

TMC가 시간이 흘러 만일 엘피다에게 로열티를 주지 않고 D램을 생산할 수 있는 D램기술 독립기반을 갖는다면 엘피다의 존재의미는 사라진다. 엘피다는 대만기업이 아니다. D램기술만 빼앗기고 대만에서 물러서야 될 수도 있다. 이런 엘피다에 안좋은 예측이 나오는 이유는 엘피다가 대만정부와 TMC 관련협상을 진행하면서 저자세로 임했다는 점이 크다. 아마도 많은 D램 특허기술 사용권이나 권리를 TMC에 팔았지 않았지 않았겠는가 하는 게 포투의 생각이다.

엘피다가 대만정부로 부터 유입되는 돈으로 연명(延命)에 그치게 한다면 엘피다는 추가로 대만정부에 손을 벌릴 수 밖에 없다. 연명케 하는 방법은 D램 가격조절이고 이는 치킨게임의 연장에 의해서 달성될 것이다. TMC로 힘이 몰리면 어떡할거냐는 우려는 잠시 접어둬도 좋다는 생각이다. 현 엘피다 D램기술에 도달하는데만 하세월일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2009년 1/4분기 실적발표일(4월 24일)이 다가왔다. 실적과 더불어 D램 치킨게임 관련한 언급이 있을지 주목된다.


  1. 헬보이 2009/04/23 11:56  address  reply

    낸드는 투자가 좀 더디지만 왜 그런 궁금히네요????????????

  2. 바다펭귄 2009/04/23 15:54  address  reply

    글쎄요.. 지금도 메모리 업계에서 거의 한국 대 기타잡국(!)의 양상으로 퍼져나가고 있는데 만약에 삼성에서 상대방을 다 죽여버리겠다고 선언하면 정부에서 가만히 있을까요?

    대만은 이미 대놓고 지원하겠다고 하고 있고 일본도 지금 엘피다를 지원할 준비를 착착하고 있으며 미국도 체면 따위는 잊어버렸는데 잘못하다가는 삼성이 외국 정부랑 상대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우리라 봅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을 빼고 본다면 삼성이 좀 더 무리해서 치킨게임을 연장한다면 상대방으로서는 그것만큼 고통스러운 것도 없겠죠.

    • 포투 2009/04/23 22:39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D램 사업을 하는 한 가지를 치지 못하면 마진은 극히 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겨우 평균 10% 미만의 영업이익율을 위해서 치킨게임을 벌였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는 삼성전자 뿐이 아니라 치킨게임참여기업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적어도 우열은 가려져야 할 겁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바보천치가 따로 없습니다.

  3. 헬보이 2009/04/24 07:27  address  reply

    헉....전 문장이 사라져 버렸네요....

    다름이 아니라...하닉이 현재 영업적자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낸드를 투자를 하지 않고
    (투자계획은 있지만) d램에 집중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이번의 하닉의 자본확충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네요...역시 하닉은 천운이 있는 기업입니다.

    • 포투 2009/04/24 08:29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D램에 집중하는 전략때문이 아니라 낸드를 한 곳으로 모마 투자할 기회를 놓쳤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생각입니다.

      M10은 D램 라인으로 M11은 낸드라인으로 집중하는 차원에서 M10 낸드 생산설비를 들어내고 D램으로 전환하고 나서 M11에 낸드를 투자해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속없이 겉 멋을 부린 셈입니다.

  4. 자이링크 2009/04/24 14:57  address  reply

    옳은 말씀입니다. 이제와서 포기할거면 시작도 하지 말았어야 하죠. 환율상황도 우호적인 편이고 삼성전자가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가 만약 여기서 물러난다면 현 경영진은 모두 옷벗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삼성전자가 대만, 미국, 일본 정부와 싸운다고 했을때 결국 타겟은 미국은 제외하고 대만과 일본일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중요한게 삼성전자역시 한국정부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즈니스 프랜들리 말로만 외칠게 아니라 보조금으로 자국기업 연명시키는 짓을 하는 해외국가에 대해서는 국내경쟁업체 기업에게 실제로 도움을 줘야하는데 이건 뭐 "알아서 잘하지?" 이따위 태도를 보이니 정말 한심한 정부죠.

    • 포투 2009/04/24 16:28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삼성전자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엘피다의 인위적인 가격결정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D램가격은 시장가격에 맡겨야 한다는 얘기였고, 여전히 D램이 공급초과 상황이어서 가파른 가격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엘피다와는 대립각에 섰습니다. 그게 당연한 수순이겠고 말이지요.

      삼성전자가 마무리를 잘 해야 보람이 있을 겁니다. 이는 하이닉스에게도 통하는 일입니다. 키를 삼성전자가 잡는다 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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