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08년 영업실적(반도체 -6,900억원)을 발표했고, 하이닉스 또한 영업실적(-7,820)을 발표했다. 사실 이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전에 쓴 글에 남겨주신 ??장군님의 댓글에서 기인한다. 글 말미에 포투가 하이닉스의 2008년 4분기 영업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급이라고 언급했는데 그 근거를 알고 싶다는 댓글내용이었다. 하이닉스의 영업실적이 어닝서프라이즈라는 표현은 어찌 보면 감각적인 것이었다. 감(感)이었는데 근거를 내놓으라니 잠시 포투의 생각을 정리하기도 했다.
모두가 인지하다시피 2008년 4분기는 최악의 불황기였다. 메모리, LCD 패널의 부품뿐 아니라 PC, 휴대폰, LCD TV 할 것 없이 세계수요가 격감해버렸기에 영업실적은 부품사업이든 세트사업이든 실적악화를 면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같이 부품사업과 세트사업을 같이 영위하는 기업내부에서는 영업실적에 어떤 상호작용이 발생할까를 생각해 보았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주력부품인 LCD패널과 메모리 부품가격이 원가이하로 떨어져버렸다. 삼성전자 외부매출인 경우에는 시장가격으로 판매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내부매출은 어떨까? 원가이하로 DMC부문으로 팔릴까를 생각해 보면 이는 '아니다'란 생각이다. 적어도 일정부분의 마진이 붙어 DMC로 넘어가고, DS에게는 실적악화를 완화시켜주고 DMC는 DS의 손실분을 떠앉는 구조일 가능성이 높다. 즉, 부품사업 불황기 때에는 세트사업에서 부품사업의 손실을 떠앉고 호황기라면 DMC가 DS의 부품가격을 시장가격보다는 낮은 가격에 공급받게 되어 DS의 이익분이 DMC로 이전되는 상호작용이 있다고 본다.
이번 2008년 4분기에는 삼성전자 부품사업 뿐 아니라 세트부분까지 동시에 불황에 직면했다. 그렇더라도 DMC에서 DS에서 받아오는 부품가격이 원가이하였을까를 생각해보면 역시'아니올시다'다. 물론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사업부 간 내부거래일지라도 지독한 수지타산을 하기때문에 시장에 형성된 가격으로 부품을 주고 받는지는 확인할 길 없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삼성전자 내부 조직간 경쟁이 아무리 심하게 전개되더라도 부품가격을 원가이하로 DS에서 DMC로 넘어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럴거라면 삼성전자는 부품사업과 세트사업을 회사 내에서 같이 할 이유가 없다. 그럴거라면 세트(DMC)와 부품(DS)부문을 분리독립시켜버려야 한다. 삼성전자는 지주회사로 계열사 지분만 갖는 껍데기로 남고 말이다. 물론 삼성그룹이 이렇게 지주회사로 가고 싶은 욕망이야 지대하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못하기에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쨋든 삼성전자 사업부가 분리독립되지 않는 바에야 서로 간의 시너지를 올릴 수 있는 기본경영방침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는 생각인 것이다.
어쨋든 삼성전자의 부품과 세트간 이익이전 상호작용을 피해서 이익을 올렸던 예를 들어 보겠다. DS의 LCD패널부품사업이 호황기를 맞이했을 때 DMC부문에서는 대만산 LCD패널 구매를 대거 늘린 바 있다. 이를 이해하자면 LCD패널 호황기에는 DS부문 입장에서는 원가에 적은 마진 얼마를 붙여 DMC로 공급하는 내부거래를 많이 하면 할 수록 손해가 나는 이익구조가 돼 버린다. DS에서는 삼성전자 내부매출을 최소화하고 외부매출을 늘리는 편이 영업실적에 보탬이 된다. 그래도 어는 정도의 삼성전자 내부 매출이 발생할 수 밖에 없어 DS부문의 영업실적이 줄어들고 DMC부문의 영업실적은 좋아지는 상호작용을 했다고 본다. 그렇기에 호황기에 LGD(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LCD 패널사업부와 영업실적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LCD시설투자를 공격적으로 했고, LCD패널공장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는 DS LCD패널부품사업부의 이익이 일정부분 DMC의 이익으로 이전해가는 상호작용에 따른 효과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호황기에 시장가격이 고공행진을 해도 삼성전자 내부거래에서는 마진을 많이 붙일 수 없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기업투명성과 관련이 없는 얘기다. 부품사업과 세트사업을 같이 하는 기업의 숙명이라고 보는 편이 낫다.
정리하자면 삼성전자 부품사업 불황기에는 세트사업의 영업실적이 줄어드는 상호작용이 있고, 호황기에는 세트사업 부문의 영업실적이 부풀려지는 효과를 보인다. 이번 2008년 4분기에는 부품, 세트 할 것 없이 불황이 닥쳐왔으니, DMC부문의 경우는 DS부문의 영업손실 일정부분을 이전 받는 것에, 자체 세트사업 부문의 영업실적도 좋지 않았으니 DMC 영업실적 악화가 배가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실적은 호황기에는 삼성전자 내부거래로 인해 영업실적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고, 불황기에는 손실을 보전받는 경향이 있다. 그 규모를 어림잡자면 메모리 시장가격이 원가아래로 떨어지는 만큼 비례해서 DMC부문에서 DS 손실분을 이어 받기에 2,000억원에서 4,000억원 사이의 규모의 손실분이 DMC로 이전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삼성전자 DMC부문 중 휴대폰 사업의 모바일 D램 같은 경우가 가장 큰 손실분을 이전 받았을 것이란 예상을 할 수 있고 PC, 서버, MP3, PMP, LCD TV도 규모가 적을 뿐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보여진다.
이제 전 글에 달린 댓글에 대한 답변을 하자면 삼성전자 내부거래로 인한 손실보전분(2,000억원)과 시스템 LSI사업부의 이익분(1200억원)을 포함하고, 모바일 D램, 서버용 D램, SSD, 메모리카드 등의 하이닉스가 가지지 못하는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분(1,000억원) 정도를 포함하면 대략 4,200억원 정도의 손실분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본다. 하이닉스가 영위하는 사업과 동일한 부분에서의 삼성전자의 영업실적은 -6,900억원이 아니라 1조 1,100억원이어야 한다는 나름계산이 나온다. 여기서 시스템LSI 사업의 영업이익분은 2008년 매출이 3조4,200억원이라 하니, 이를 분기별로 따져보기 위해 4등분 했고 이익율을 15%로 대충 잡았다.
시스템LSI 지난해 매출 3조4,20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20% 성장
결과적으로 하이닉스가 영위하는 메모리사업에서의 가격경쟁력이 삼성전자의 동일 사업분분의 가격경쟁력에 근접했다는 측면에서 하이닉스 2008년 4분기 영업실적이 어닝서프라이즈였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사업 불황시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의 영업실적이 부풀려지는 착시현상을 제거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혹시나 하고 포투님 답변을 기대하고 들어왔는데...
이렇게 열심히 설명해 주시니... 너무 감사드립니다.
포투님께서 말씀해 주신 "삼성전자 사업총괄 간의 내부거래"라는 요소를 전혀 생각지 못 하고 우문을 드렸네요...
결론적으로 4Q 영업이익 실적을 종합해보면
- 삼성전자, 하이닉스 : 실질적으로 약 -30% 동등 수준
- 마이크론 : -47% 정도로 기억되고...
- 엘피다 : 오늘 (2/6) 실적발표 한다는데.. 대략 마이크론 수준이 될 것 같고...
- 3위권 대만업체들 : -50~100% 수준
이 정도로 정리를 하면 될 듯 싶네요....
다시 한 번 좋은 글 감사드리며,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아시다시피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것입니다. 대갈장군님 덕분에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지금 삼성의 D램/낸드 수율이 안 좋은건지 아니면 가격을 너무 후려쳐서 그런건지 모르지만 영업실적이 너무 안 좋네요. 게다가 이번에 임원들 감봉까지 했는데도 저 정도라면 정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삼성은 빨리 영원한 1등이라는 자만심을 지우고 40나노 D램 양산을 최대한 빨리해서 경쟁자들을 또 한번 절망에 빠지게 하는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삼성이 40나노 급 양산을 올해 3/4분기나 4/4분기에 시작한다고 하던데 하이닉스 역시 비슷하더군요. 삼성이 얼마나 허술하게 진행해 온 것인지 참 한심스럽습니다.
삼성전자가 4분기 몰아닥친 세계적인 수요급감에 잘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금일(2월 6일) 엘피다의 실적발표로는 영업손실율이 94% 가까이 되는데 이는 거의 매출액에 근접한 수치입니다. 엘피다의 이런 저조한 수익에는 엘피다를 타킷으로 했다고 느껴지는 하이닉스의 고도의 전략(엘피다의 강점이었던 모바일/그래픽 D램의 공격적인 공략)이 주효했다고 보는데요.(물론 환율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포투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하이닉스는 아래 헬보이님이 남겨주신 것 처럼 어느 한 디바이스를 공략하면 집중적으로 물량을 쏟아내는데 도사입니다. D램에서 낸드로 옮겨가면서 가격폭락을 유도했고, 이번 2008년 4분기에는 모바일, 그래픽 D램이었습니다.
하이닉스의 디바이스 바꿔 대규모 양산하기 전략이 그동안 실효를 거두지 못하다가, 낸드를 줄이고 모바일 D램쪽을 공략한 시점이 공교롭게 엔화 폭등시점과 세계적인 수요급감기와 교차하면서 일본내 세트메이커들에 공급하는 엘피다 모바일 D램이 수요가 줄어들은 이유가 4분기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입니다.
또, 대만의 파워칩과 렉스칩으로 부터 받아오는 D램 물량을 제 때 처리하지 못하고 상당량이 재고로 남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렇기에 원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일본 내 엘피다 반도체 팹의 가동율은 줄었을 것이고, 일본 반도체 공장을 놀리면서 인건비는 줄이지 못했으니 4분기 영업실적에 반영되었을 것이란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하이닉스의 전략이 맞아들었습니다. 엘피다의 물량을 상당부분 빼앗아 온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역시 가격경쟁력에 있어 엘피다 보다 하이닉스가 우위에 있어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해린아빠/ 그래서...하이닉스를 메모리업계의 미꾸라지라고 합니다.
손만 대면 가격 폭락이 왔었습니다.
그리고...삼성.하닉 모두 현재는 절대 안전한 구간이 아닙니다.
올 상반기까지 지켜봐야 됩니다. 수요가 받쳐주지않는한 치킨게임 종료는 없습니다.
일단 올 상반기까지는 수요가 공급을 따라올 정도로 증가하지는 않을테니 치킨게임은 계속 되겠군요. 단, 윈도우 7이 나오는 올 하반기에는 조금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두고 봐야겠죠 (윈도우 비스타 때 대거 투자하다가 치킨 게임 시작).
또한 D램 업체들의 기술경쟁력을 보자면 엘피다보다는 대만 업체들이 파산 신청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한국 업체들은 50나노대에서 올 하반기에 40나노로 진입하는데 비해 엘피다는 60나노대, 대만 업체들은 80나노대도 (프로모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만 업체들은 이런 기술들을 자체 개발한 것이 아니라 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외국 기업에서 들여온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심각한 것 같습니다. 물론 대만 정부에서 지금보다 더 강도 높은 개입을 하게 된다면 상황이 조금은 더 길어질 수는 있겠습니다.
단, 대만 업체들까지는 몰아낼 수 있겠지만 마이크론이나 엘피다는 어려울 것이기에 나중에 새로운 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것이기에 좀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