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실적에 매달리면 안된다. 하던대로, 빚을 내서라도, 투자로 공격해야 한다. 삼성전자 DS부문 얘기다. 삼성전자가 DS와 DMC부문으로 나뉘어진 후 첫 성적표는 DMC의 완승이다. 당연한 결과다. DMC는 LG전자를 보면 된다. 실적이 좋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DS는 LGD와 H사를 보면 된다. 실적이 좋을 수가 없다. 6대 총괄시대일 때는 실적에 크게 구애받지 않았다. 전체실적이 중요했지, 각 총괄 마다의 실적은 무의미했다. 무의미했다는 얘기는 각 총괄별과 이익 특성이 있기에 항상 좋을 수는 없었고 번갈아 굴곡이 있었다는 것이다. 어느 총괄의 실적이 항상 좋을 수는 없었고, 어느 한 총괄의 실적이 좋지 않았을 때 다른 총괄이 실적을 내 주면서 톱니바퀴가 구르듯 흘러 왔던 것이다.
여러 개 였던 총괄이 두 개의 사업부문으로 통합되자 이상한 기류가 엿보이고 있다. DMC는 돈을 최대한 벌어야 하는 시기지만 DS는 손해가 나더라도 부품지배력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기다. 그런데, DS부문이 손실을 최소화하고 도리어 이익을 내려하고 있다. 지금 이 시기에 DS가 이익을 내려하면 경쟁사에게 숨통을 틔어주게 된다. 이미 LCD 패널과 메모리가격은 상승으로 방향을 잡았다.
LCD패널의 경우에는 LGD, 샤프에 비해 투자에 소극적이기까지 한다. DS가 과감하게 투자결단을 내리지 못함은 바로 옆에 실적으로 비교되는 DMC가 있는 탓이다. DS가 투자하고 싶어도 손실이 늘어날 수 밖에 없기에 망설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 번 투자기회를 놓치면 고착화가 된다. 고착화란 공급량이 경쟁사에 의해 높아지고 난 다음에 투자를 결정하면 투자 대비 이익이 좋지 않게 되고, 투자비를 뽑아내는 시간이 걸리는 순간, 투자비를 뽑아낸 경쟁사는 삼성전자가 헤매고 있는 시기에 투자를 결정하는 싸이클이 정착된다는 것이다.
한 번 투자기회를 놓치면 다시 1등을 되찾기가 어려움은 마쓰시타를 보면 알 수 있다. 한 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익을 내고 있는 유일한 PDP패널업체 마쓰시타를 말함이다. 패널시장은 메모리 시장처럼 물량경쟁을 벌일 수 없는 구조다. 한 번 점유율을 빼앗기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수 배의 리스크가 뒤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한 번 투자지연으로 인한 점유율 하락은 삼성에게 어울리지 않는 경영이다.
메모리도 빼놓을 수 없는데 낸드는 생산업체 모두가 이익을 낼 수 있는 가격까지 올라 있으며, D램의 경우도 범용D램을 제외하고 모두 이익을 낼 수 있는 가격까지 올라 있다. 범용 마저 손익분기점 언저리를 향하고 있다. 보통은 이쯤해서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와야 했다. 그런데, 삼성은 지금 힘을 갖고 있지 못한다. 몸조심을 한 결과다.
메모리나 LCD패널 공급과 수요를 예측하는 민간업체들이 많다. 그들 업체들이 참조하는 가장 큰 데이터는 삼성의 움직임이다. 삼성이 움직이면 공급데이터는 요동치게 된다. 수요 대비 공급초과란 예측이 봇물을 이룬다는 얘기다. 삼성의 미래 공급량을 기정사실화 하기 때문이다. 경쟁사는 공급초과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 한 번 또 삼성과 붙자고 덤빌 경쟁사는 없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없다는 것이다. 시간이 좀 경과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래서 기나긴 치킨게임을 벌였던 것이다.
치킨게임이 반복되는 것은 경쟁사가 기력을 회복했을 때 삼성이 물량을 쏟아내자 경쟁사도 힘 되는 양껏 물량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치킨게임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치킨게임 싸이클을 단절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삼성이 마다한 셈이다. 만일 1분기 쯤에 12인치 10만장 캐파 신규팹 D램, 낸드 두 개를 건설하겠다는 투자발표를 할 수 있었다면 내년 쯤에 그동안 쏟아 부었던 투자금을 일거에 회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시점에서의 투자결정은 경쟁사의 저항없이 그대로 스며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에 저항을 하려면 맞대응을 해야 하는데 그런 힘을 가진 업체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이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삼성이 어떻게 하고 있나"라고 다시 물어보고 싶다. 지금도 삼성은 투자를 꺼리고 있는 분위기다. 오스틴 공장 증설을 결정한 것은 굉장히 보수적인 투자결정이다. 오스틴 낸드 증설물량 정도는 미국 내에서 소화가 가능하리란 경영판단에 따른 것이란 얘기다. 삼성의 투자분위기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 삼성이 시장수요를 맞추기 위한 만큼만 공급량을 늘려왔나를 생각해 봐야 한다. 시장수요가 늘어나면 이에 비례해 공급량을 늘리겠다란 말은 틀린 얘기가 아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얘기다. 하지만 부품시장의 수요와 공급에서 공급을 맡고있는 삼성DS가 시장의 수요를 따라가겠다는 의미는 삼성과 경쟁하는 모든 경쟁사를 아우르고 가겠다는 의미와 같다.
그런 마인드라면 애초에 치킨게임은 벌이지 말았어야 한다. 거의 3년 동안 시설투자만 했지 벌어들인 돈은 얼마되지도 않았다. 그 나마 적자가 나는 시기도 있었다. 지금와서 경쟁사를 모두 아우른다는 얘기는 정말로 웃긴 발상이다. 아니 멍청한 짓을 넘어 삼성 스스로 자해에 해당하는 짓인 것이다.
이 모든 일의 시초는 삼성전자의 DS와 DMC로의 조직 이원화다. 돈이 남아도는 DMC와 돈이 쪼달리는 DS를 조율하지 못하기 때문에 DS의 삼성 부품 지배력에 균열이 가고 있는 것이란 얘기다. "두 개의 톱니바퀴 잘 물려 돌아갔다"란 평가가 6개월 후에도 나올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포투는 이에 비관적인 입장이다. DMC의 남아도는 돈을 DS로 돌릴 방안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삼성 부품 지배력은 약해져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