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의 LED TV 경쟁이 싱겁다. 두께에서 삼성은 2.9cm LG는 9cm이니 시작부터 상대가 안되는 제품을 가지고 견주려하니 게임이 될리 만무하다. 특히 LED TV는 화질만이 강조되는 TV가 아닌 LED BLU를 채택하면서 기존의 냉음극형광램프(CCFL)보다 두께면에서도 강점을 지니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LG가 두께는 삼성LED TV보다 두껍지만 화질이 좋다라는 마케팅에 시장이 호응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LED TV는 기존 CCFL TV보다 가격이 3배에 달하는 고가제품임을 소비자가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도 구입을 결정하려는 프리미엄급 제품이다. 그렇다면 최고의 품질을 가진 제품으로 소비자관심이 축소되고 집중화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LG가 9cm LED TV를 가지고 삼성과 경쟁할 것이 아니라 출시시기가 좀 늦더라도 두께와 화질 모두에서 경쟁이 가능한 에지방식을 적용한 LED TV를 전면에 내세워야 했다. 이미 LED TV 브랜드이미지에서 한풀 꺽힌 마당이니 앞으로 획기적으로 삼성 LED와 차별되는 마케팅요소를 구비하지 않는 한 삼성 LED의 선점효과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LG가 이번에 55인치 에지방식의 2.4cm LED TV를 내놓겠다고 하는데 이에 삼성은 32인치 LED TV를 내놓겠다고 응수하고 나서고 있다. 간단히 생각해 봐도 50인치대와 30인치대는 기술경쟁에 있어 10인치당 3개월 격차로 계산해 보면 6개월 정도는 삼성에 미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 늦은 출시시기를 보태면 거의 9개월의 격차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미 기술에서는 뒤처지고 들어가는 TV시장에서, 더구나 프리미엄 급 LCD TV시장에서, 삼성 LEDTV와 어떤 차별대우를 받을 것인지는 미리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LG LED에 대한 이미지도 구겨놓은 상황이라면 상황은 좀 더 심각한 편이라 할 수 있다.

이번 LED TV 출시경쟁을 보며 삼성과 LG가 다른 길을 걷는 시작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길이란 이제 LCD TV에서는 제품기획력이 포장기획에 촛점이 맞추어지는 시대는 지나고 내용물 자체구비 경쟁에 의해 제품경쟁력이 좌우되는 것을 말한다. 부품사업에 공을 들였고 이제 공룡이 된 삼성은 세트제품에서 부품사업과 시너지효과를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해 왔었다. 부품(DS)사업에서 양산해 내는 부품의 양이 삼성전자 DMC에서 소화해 내기에는 그 규모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시장에 저가로 삼성부품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고 부품사업을 내재화시키지 못한 세트기업들은 그 수혜를 듬뿜 받아 왔었다. 한마디로 삼성이 벌어야 할 돈을 세트 경쟁사가 나누어 가진 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부품을 내재화하지도 않고 부품경쟁이 치열하여 저가로 시장에 쏟아진 부품을 탑재해 막대한 이익을 올리곤 했었던 세트사업 경쟁구도에 있어 LED BLU LCD TV에서 홀로 뛰쳐나가는 삼성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이는 삼성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특이한 사건에 해당한다. IT세트사업에 있어 창조형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고 항상 한 보 뒤처져 2등제품만을 출시해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던 국내 가전 양강기업들 중 삼성이 이뤄낸 성과는 제품기획에서 삼성이 가진 장점을 접목시켜 제품경쟁력을 극대화시키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크게 부여할 수 있다.

삼성이 가진 장점은 역시 독보적인 부품사업에 있다. 그 어느 세트기업도 삼성이 영위하는 부품사업에 신규로 뛰어들어 삼성과 맞짱을 뜰 수 없다. 치킨게임과 같은 멍청해 보이는 경쟁도 마다하지 않고 비웃음을 받았던 삼성이 이번 LED TV를 계기로 부품에서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제품으로 시너지를 올릴 수 있는 방법에 눈을 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곰곰히 따져보면 삼성부품에 특화된 IT세트제품이 나올 여지가 많다. 이번 LED TV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신생법인을 만들어 LED부품사업에 뛰어들었던 삼성LED는 삼성전자에만 부품을 공급하는데도 물량이 딸린다 들었다. D램도 낸드플래시도 범용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삼성제품에서 필요로 하는 특화된 D램과 낸드라면 삼성 LED TV와 같이 독점적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사업아이템이 많이 나올 수 있다. 굳이 경쟁 IT기업들에 싼가격에 부품을 공급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삼성을 위한 제품에 부품경쟁력을 더한 기획제품이 많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번에 LG산전이 인피니언과의 합작사를 설립한다고 하던데, LG가 반도체사업을 하고 싶으면 떳떳하게 "하고 싶다" 말하고 하면 될 것이지 바다를 건너고 멀리 있는 기업과 합작하면서까지 쉬엄쉬엄 할 게 뭐 있나 싶다. 그놈의 입의 방정이지. 제 발등을 제가 찍은 아픔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LG가 자존심을 꺽지 않는 한 말이다.

포투가 어쩌다가 그렇게 싫어하던 삼성을 응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기댈 다른 대안이 없음일까?


<첨언 : LG부품사업에 대한 본문과 좀 다른이야기 15:30>

LG전자가 LED BLU와 AM OLED 부품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지 않으면 LG디스플레이(LGD)의 사업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것이다. AM OLED가 가격이 비싼 반면에 화질에서는 LCD와 비교해 별 게 아니라는 LG 관계자의 코멘트를 보면서 참 우스운 사람들이 LG맨으로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비싼 연봉 받으면서 장난치나? 그렇게 장난치면 "아 그렇구나"하고 시장에서 알아 모실 줄 안다면, 다 집어치우고 기술마케팅의 기본부터 다시 배워야 할거다.

LG가 부품사업에 소극적인 이유로 자신감 결여라고 보고 있다. "해봤어야 뭘 해 볼 텐데 막대한 투자를 해 놓았는데 시장이 열리지 않으면 어찌 한단 말인가?" 이런 식의 고민이 아닐까.

남용 LG전자 사장은 LG텔레콤에서 성과를 올렸었다. 통신사업은 어찌 보면 잔돈사업이다. 투자를 최소화하는 짠물경영이 통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안 그래도 LG전자가 최근에 야심차게 사업을 추진했던 부품사업이었던 PDP패널에서 애를 먹었으니 부품사업에의 두려움은 더해졌을 것이다. LG전자 내에서 부품사업을 벌이기가 무서우니 드라이브를 걸 동력을 상실한 것이고 말이다.

LG그룹에서 부품맨으로 기치를 올리고 있는 권영수 LGD사장에게 IT부품사업 특히 디스플레이부품사업의 전권을 맡기면 될 듯 보이는데 역시 LG그룹내 성과보이기와 캐리어에서 딸린다는 오너의 판단인 모양이다. 이러다 붕 뜨면 묘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삼성과의 경쟁은 안되겠다는 LG 내부판단이 설 날이 머지 않았다.


  1. pmsn016 2009/06/11 08:14  address  reply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포투님의 고견을 접하고 있습니다.
    번번히 눈팅만 하고 가다가,, 댓글이 없기에 감히(?) 용기내어 인사를 남겨봅니다.
    삼성 이재용씨의 자질에 대한 포투님의 판단은,, 후한 쪽인가요, 박한 쪽인가요?
    (다소 난감한,, 생뚱맞은 질문이라면,, 무시하셔도 상관없습니다.)

    • 포투 2009/06/12 21:41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박하지 않습니다.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견이란 단어는 저에게 가당치 않습니다. 포투블로그 글들은 극히 주관적인 사견이니 가볍게 소설읽듯 보시면 좋겠습니다.

  2. 헬보이 2009/06/13 20:47  address  reply

    ^^ 고견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이....요 몇달전에

    대만 메모리업체와 일본업체와 짝짜궁하는 딜이 있었는데

    포투님이 그거...그까이꺼 되지 않을 확율...해도.....실패한다고 했지 않습니까?


    저도 그거보구 하닉주식 살려고하다가..말았네요 ^^

    • 포투 2009/06/13 22:07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어쩌다 맞을 수도 있는 것이고, 틀릴 때도 자주 있습니다.
      일부 예상이 맞았다 하여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즐거운 휴일 되십시요.

  3. 자아탈출 2009/08/10 15:32  address  reply

    LG가 이번에 55인치 에지방식의 2.4cm LED TV를 내놓겠다고 하는데 이에 삼성은 32인치 LED TV를 내놓겠다고 응수하고 나서고 있다

    -> 위의 55인치와 32인치가 바뀐게 아닌가요??

    • 포투 2009/08/10 16:17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바뀐게 아닙니다. LCD도 마찬가지지만, LED TV는 비슷한 해상도의 작은 TV를 더 만들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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