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일정규모를 갖춘 기업들은 사업 포트폴리오(portfolio)를 재구성하곤 한다. 불경기에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호황기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걱정이 없다. 그런데, 불경기는 하나같이 걱정이어서 불경기에 손실을 최소화 또는 이익을 얼마 간이라도 내려고 노력한다.

이를 다른 면에서 보면 사업손실을 걱정하는 때는 불경기인 경우가 많았다. 즉, 불경기를 준비하는 시점이 호황기가 아니라 불경기에 지치고 지쳐 호황기가 언제올지 요원해 보일 때 기업들이 불경기에 촛점을 맞추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짠다는 얘기다. 이에 대표적인 국내 대기업은 분명해 보인다.

불경기에 포커싱(focusing)이 맞춰지면 조직 스케일(scale)이 작아진다. 기업규모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을 슬림화하는 것은 불경기를 대비하는 자세중에 기본이라 알려져 있다. 불요불급(不要不急)한 비용을 줄이는 것도 두번 째로 대두된다. 내부비용을 줄이면 수익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에 단기간에 수익성을 높이고 싶은 전문경영인이 들어서면서 쥐어짜기 경영에 돌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M&A로 치고 빠지는 전문적인 기업사냥꾼들의 그것과도 같다.

더해 마케팅 비용도 줄이려 한다. 제품 홍보나 기업홍보중에서 불경기에 불요불급해 보이는 비용은 당연히 기업홍보 쪽이다. 기업홍보는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없는 것이고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장기투자(비용)가 기본이기 때문이다. 반면 제품홍보는 줄이려 하지 않는다. 지독한 기업은 간혹 마케팅 비용에서 제품홍보비용까지 줄이는 기업들이 있다. 이는 독과점 시장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얘기다. 세계시장에서 보다 국내시장에서의 광고비 지출이 줄어드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국내는 경쟁이 제한되어 있고, 세계는 알려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불균형지출행태가 대기업에게서 보이는 것이다. 모든 홍보비용을 가리지 않고 줄이는 기업이 있다면 앞으로 볼짱 다 본기업이다.

비용을 줄이면 틈새가 보이게 된다. 그 틈새가 벌어져 대만계, 중국계 기업들이 몰려오고 있기도 한다. 불요불급한 비용만을 줄이면 얼마나 좋을까 만 현실은 그렇지않은 경우가 많다. 비용을 줄인다는 것에는 부품, 소재, 소모재만의 비용절감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력이 움직이는데 비용이 줄게되면 행동반경이 줄어든다. 인건비를 줄이게 되면 일인당 업무량은 늘어나는데 인력관리비가 줄어들게 되면 생산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여기서 생산성이란 것은 공장에서의 제품생산성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의 출장이 줄어들게 될 것이고, 만나는 거래처 사람들도 줄어들게 될 것이고, 대면고객횟수도 줄어들게 된다.

연구개발분야로 보면 내부에서 백날 연구해도 성과가 나오지 않는 과제가 외부 아웃소싱(outsourcing)하면 단숨에 해결되는 일이 많다. 효율성을 따진다면 내부연구역량 강화만으로 효율성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M&A에 참 인색한 기업이 많다. 대한민국 IT 대표기업이 더 그렇다. 내부 해바라기형이다. 반면 해외 IT기업들은 그렇지 않다. 작은 M&A는 수시로 이뤄진다. 국내를 보면 NHN이 본보기다. 내부역량에 기대고 내부에서 모든 해결책이 나온다면 그보다 이상적일 수는 없다. 하지만 자급주의를 고수해서 승승장구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이미 세계 제 일의 기업이어야 한다.

그런데, 세계 제 일의 IT기업도 그렇게 순수혈통에 의한 자급주의를 중시하지 않는다. 그런 방식을 고수했다면 현재의 일등에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초기에 경쟁자를 없애거나 필요한 기술흡수를 위해 시도 때도 없이 소규모 M&A가 이뤄진다. 타깃이 일등으로 맞춰져 있는 기업들은 변화무쌍한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싹수보이는 벤처기업을 창업초기에 인수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설령 기업인수가 실패로 돌아가도 이는 일등으로 가는 또는 유지하기 위한 필요한 비용으로 인식한다.

많은 대기업들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있다. 신성장동력을 찾으려도 노력하는 것도 이에 당연히 포함된다. 내부역량을 두루 살펴 잘할 수 있는 사업분야로 진출하면 성공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맞아 보인다. 이는 누구라도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일이기에 내, 외부반발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런데, 수익은 어떨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사업이란 수익성이 떨어져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거나 고마진사업에서 퇴출되는 과정인 경우가 많다.

현재의 수익성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봐야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오늘 그려본 그림과 한달 후 그려 본 그림을 비교해 보면 수익성이 나아지기는 커녕 더 나빠져 있을 가능성이 더 많다. 보편화된 사업분야에 이런 일은 흔하다. 어느 기업이라도 진출할 수 있는 사업분야에서 큰 수익을 얻겠다는 청사진을 그린다는 것이 어쩌면 더 이상한 일이다. 다른 기업이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져도 기존 핵심역량이 신사업과 궁합이 맞아 시너지효과가 발생해 능히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그런데, 그건 내부속사정이고 내부속계획이지 않을까 싶다.

보통 꿈꾸는 자는 자신이 그리고 싶은대로 꿈꾸기 마련이다.

이제 결론을 내자면 이렇다. 비용을 줄이더라도 진짜 돈이 오가는 비용 만을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초등학생들에게 계산기 하나 쥐어주고, 옆에서 경리사원이 지출항목을 조목조목 알기쉽게 설명해 주며, 지출을 줄일 계획을 세워보라고 하면 그럴 듯한 비용절감계획이 나올 것이다. 아마 불경기 전문가인 최고경영진이 야심차게 내 논 비용절감계획에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 계획도 간혹 보일 것이다. 잘했다고 칭찬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별 내용이 없을 수도 있단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불경기 때 불경기를 대비하는 것은 기업조직을 불경기로 더욱 더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시장은 불경기를 빠져나와도 기업내부는 여전히 혹한(酷寒)이 계속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날이 더워지고 웃통을 벗어제낄 때가 돼서야 호황이구나 한다. 그리고, 또 그제서야 호황에 물들어간다. 그래온 것 아닌가 싶다.

불경기 전문가 보다는 호황기 전문가가 기업 CEO로 적합하다. 아무리 그래도 불경기 삼년동안 버는 돈 보다는 호황기 일년 버는 돈이 더 많을 것이 당연지사(當然之事)이니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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