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공장검거가 끝이 나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었던지, 짧은 글(트위터)로 느낌을 적어 놓고 보니, 머리 속이 내내 관련 생각으로 맴돈다. 그것은 바로 전기자동차와 전기배터리에 관해서다. 나름 정리해 보려 한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가 LG화학과 삼성SDI에서 양산 준비중에 있다. 이미 대형 거래선과 장기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LG화학은 미국의 GM으로부터 '볼트'에 장착될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으며, 삼성SDI는 독일의 BMW에 공급한다고 한다.

현재 알려진 전기자동차 제조원가에서 리튬이온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50%에 달한다고 한다. 자동차라는 기계를 생각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철판을 두른 외형이다. 앞면은 어떻고 전폭은 어떻고 후방면은 어떻고다. 자동차의 외형을 이루는 것은 철덩어리다. 현대, 기아차에 강판을 공급하려고 현대제철의 당진공장 고로 건설이 한창이기도 하다. 전기배터리가 나오기 전에 자동차 제조원가중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단일부품은 자동차용 강판이다. 자동차 외형을 이루는 냉연강판은 대당 1톤(ton)정도가 필요하고 원가비중은 5-6%라 하니 전기자동차에서 전기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또,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부품은 2만 5000개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이 많은 자동차 부품 중에 휘발류와 경유 등의 화석연료를 씀으로 인해 필요한 부품 비중을 70%만으로 잡는다면 현재 화석연료자동차에서 전기자동차로 넘어가면 기술적인 진입장벽은 상당부분 낮아질 것이라 예상된다.

간단하게 생각해 보면, 전기자동차는 휘발류를 태워서 나오는 추진력을 기어를 통해 바퀴에 전달하기 위해 노즐 분사로 시작되는 흡입, 압축, 폭발, 배기행정이 없어진다. 휘발류를 태워서 나오는 에너지가 내내 일정하지도 않을 것이고 '폭발'이란 단어에 포함되어 있듯 제어하기 힘든 휘발류 엔진에 자동차업체들의 기술력이 응집된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불장난을 해보면, 마른 장작을 태워보면 불꽃이 푸른 색에서 빨간 색으로 수시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연소가 제 멋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차 업체들은 환경규제에 맞추기 위해 배기가스를 줄이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기도 하다. 당연 전기자동차는 배기가스를 신경쓸 일이 없어진다.

전기자동차는 휘발류를 태워서 바퀴를 굴리기 때문에 생기는 제어에 대한 난해함이 상당부분 줄어든다. 왠만한 남자라면 건전지 몇 개와 전기모터 하나와 바퀴를 사다가 간단한 장난감 자동차를 쉽게 만들 수 있다. 대학생들의 동아리 쯤 되면 속도를 제어하고 방향을 제어하는 등의 발전을 이루기도 한다. 전기로 모터를 구동하고 제어하는 기술은 많이 보편화된 기술이다. 그러나, 휘발류를 태워서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일이란 시작부터 난감한 일이다. 적어도 시골에서 쓰이는 경운기 정도를 만지작 거려야 굴러가는 자동차의 기초기술을 장난삼아라도 경험할 수 있다.

또 글이 많이 나왔다. 결국 포투가 하려는 말은 전기자동차가 주류인 자동차시장은 기술적인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것 뿐 아니라, 아예 없어질 수도 있는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겠다는 기업들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생겨날 것이란 것이다. 국내에서도 전기 배터리로 굴러다니는 저속 전기자동차는 중소기업에서 나오고 있다.

장난감 키트처럼, 또는 PC에서 플랫폼이라 해서 인텔, AMD, 엔비디아가 CPU와 그래픽과 칩셋 솔루션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듯이, 전기자동차 토털솔루션(total solution) 시대가 올 수도 있다. 그런 세상이 오면 수많은 PC조립업체가 있듯이 또는 그 누구라도 원한다면 PC를 조립하듯이, 전기자동차를 DIY(Do it yourself)해서 타고 다니는 일이 꿈만은 아닌 세상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쌍용자동차가 매물도 나왔다. 또, 저렴하게 나올 공산이 크다. 과거 삼성그룹이 부산 자동차공장을 세우는데 투자했던 자금규모는, 물론 르노에 팔면서 4조원 가량을 손해봤지만, 5조원에 이른다. 쌍용자동차는 판매망과 A/S망을 갖추고 있고 구조조정도 어느 정도 마무리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전기자동차는 3년 후 쯤이면 개화될 것으로 보이는 시점이다. 삼성SDI와 LG화학이 리튬이온배터리를 본격 양산하는 시점이 그 즈음이 되리라 보고 있다.

쌍용자동차가 매물로 나온 시점과 전기자동차 시장의 개화시점을 보면 톱니가 맞아 돌아가듯 잘 돌아가고 있다. 적기인 셈이고 투자기회가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기아차, 르노삼성에게의 기회가 아니라 전기전자업체인 삼성전자, LG전자에게로의 기회다. 또, 굳이 삼성과 LG만의 기회라고 볼 수도 없다. 전기자동차 기술을 업신여기는 것이 아니라 휘발류 자동차와 비교하면 핵심자동차기술의 난이도가 현격하게 낮아졌음을 주시하는 것이다. 제조업 진출을 바라는 SK라고 못할 사업이 아니란 점이고 대우조선해양에 헛물을 들이킨 반대급부로 오히려 신사업을 추진할 여력을 갖춘 한화라고 못 뛰어들 사업이 아니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수급이 원할해지는 날이 오면 자동차사업에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은 전기자동차 핵심기술이 아니라 판매망과 A/S망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 기존의 자동차 3강 또는 5강만이 살아남는다는 얘기는 헛된 얘기로 치부되고 국가별로 수 십 개의 전기자동차 업체들이 난립하는 시대가 오지 말란 보장도 없는 것이다.

전기자동차 세상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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