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가 2009년 하반기에 플러스 성장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작년 말 부터 시작한 경기에 대한 경계심이 풀어지고 숨이 돌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돈은 많이 풀렸는데 경기가 살아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사실 경기가 호전되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드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미국을 필두로 각 나라들이 출구전략이라 부르며 경계하는 것은 그냥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초(超)자를 앞에 붙여야 하는 인플레이션을 말하는 것이다.
국가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많이 벌고 또 많이 써야 한다. 미국이 경기가 하강하자 달러를 풀어댄 것은 미국인들이 쓸 돈이 없다고 보고 호주머니를 채워주려는 목적이 강했다. 저리로 돈을 빌려서라도 돈을 쓰고 살라는 미국정부의 정책이었다는 얘기다. 국민들이 호주머니를 털어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수입이 더 좋을 것이란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바닥론을 들이대며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지지 않는다고 언론에서 떠들어 댄 것이며, 이제는 바닥론을 넘어서 하반기에는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떠들어 대고 있기도 하다.
경기가 살아난다고 동네방네 떠들어대면 진짜 경기가 살아나는데 일조를 하기도 한다. 이를 소비심리 진작정책이라며 먹혀들면 공무원들이 좋아하기도 한다.
다소 엉뚱한 제목을 달고 포투가 경제 글을 씀은 초(超)자가 붙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수수방관하는 것은 오히려 리스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최근 어느 증권사에서 지금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리스크를 안는 것이란 글을 본 적도 있다. 그럼에도 국내 증시에서는 투신이 연일 주식을 쏟아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달라고 펀드를 환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이상하게도 국민들이 주식붐이 불어 너도나도 펀드가입에 나서고 나면 주식시장이 하강해 손해를 입히는 일이 반복돼 왔다. 지금의 펀드런(fund-run)은 또 다시 반복적으로 벌어져 왔던 순환을 예상케 하는데 이는 이미 부동산 시장에서 불고 있는 전세자금 상승열풍을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국민들이 돈을 투자할 대상처가 크게 주식과 부동산이라 본다면 현재의 펀드런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향할 곳은 또 다른 투자대상일 수 밖에 없다. 채권투자는 개인투자자들이 돈을 쟁겨놓기는 좀 시시한 면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통이 큰 투자자들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나중에 연간 성장율이 1, 2%로 정체되고 금리가 안정되면 채권투자 수익율도 매력적으로 보일 때가 오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사람들이 주식펀드에 쟁겨두는 돈은 여윳돈이다. 공격적인 투자자는 직접투자를 선호하지 간접투자를 선호하지 않는다. 간접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세뇌를 당하듯이 들었던 구절이 있는데 "펀드는 오래 묵혀놔야 수익율이 좋다"란 얘기다. 어떤 이유인지는 중요치 않다. 어쨋든 오래 묵혀놨던 펀드는 돈이 되어 돌아오지 못했다. 돈이 되긴 커녕 본전이 가까워오자 서둘러 펀드를 해지한 국민들이 많았고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 펀드환매자들에게 다시 주식시장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위해서는 얼마 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망각의 시간이라도 필요하다는 얘기인 것이다. 이에 필요로 하는 시간이 3개월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6개월이 필요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다리는 시간동안 사람들이 손에 쥔 목돈을 수시입출금 계좌에 넣어둘 것인가 하는 점이다. 투자를 잠시 쉰다는 전제에서 사람들의 목돈굴리기 우선순위는 주식투자와 대척점에 있으며 안전한 투자처로 인정받고 있는 부동산시장일 가능성이 높다.
묘하게도 주식투자로는 큰 돈을 벌지 못하는 동안, 손실 난 펀드에 돈이 묶여 있는 동안, 주식시장과 같은 처지였던 부동산시장은 단기간에 큰 수익을 얻은 투자자들을 양산했다. 부동산 불패신화가 다시 확인된 것이다. 또 다시 확인된 주식투자 필패와 부동산 불패 의미는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출구전략이란 제목을 달아 놓고 글 전개는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지만 얘기하고 싶은 것은 거의 다 했다.
대한민국은 출구전략에서 다른 나라들 보다 앞설 수 없다. 먼저 미국이 앞장서야 할 것이고, 이에 EU가 따를 것이며, 그 다음 번 중국과 함께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출구전략에서 가장 빠른 나라는 영국일 가능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영국이 제일 앞선다 해서 이를 바로 따르기는 쉽지 않다. 별 이유 없다. 정책소신이 그렇게 강하지 않은 한국은행과 정부가 리스크를 안을 수 있는 정책을 굳이 시행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고 대한민국의 금리정책방향은 항상 후행해 왔다.
출구전략이란 것은 쉽게 시중의 자금을 각 국 중앙은행이 회수한다는 것이다. 시중유동성이 줄어든다는 얘기는 투자와 소비를 줄이겠다는 얘기와 같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이 하반기 4, 5%가 된다면 모르겠지만 2, 3%의 성장으로 경기가 과열됐다며 유동성을 줄일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억측인 것이다. 이는 미국도 다르지 않다. 미국의 경기는 3% 근방이 어떤 의미있는 선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며, 이는 올해가 지나기 전에 볼 수 없는 수치라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무슨 짓을 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결정할 판단근거를 마련하려는 심리가 있다. 스스로 근거를 마련키 어렵기에 군중심리에 의존하기도 한다. '짓'이라 표현한 것은 투자라는 것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고, 보통 '짓'으로 끝날 위험성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며, 쉽게 저지르지 못하기에 '짓'이라 표현하는 것이다.
보통은 어떤 짓을 벌인다는 얘기는 무엇에 씌여서,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란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2009년 하반기를 살면서 어떤 짓을 하지 않음은 도리어 얼마 후 크게 후회할 가만히 있는 짓을 하는 것이란 얘기로 글을 맺으려 한다.
경제 관련 카테고리 글은 정말 오랜만에 쓴다. 미네르바가 헛 짓을 해대는 통에 글 쓸 생각이 생기지 않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