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관련해 포투가 연달아서 글을 쓰고 있다. 그 만큼 메모리와 관련되어 정리가 되지 않고 있어서 그렇다. 디스플레이 사업과 관련해서도 한창 글을 쓸 때가 있었지만 디스플레이 사업이 제 괘도에 안착하자 흥미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사실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사업은 많이 닮아있다. 장치사업이란 점이 그렇고 공장이 가동되면 브레이크 없이 엑셀을 밟아야 하는 것도 닮아 있다. 차이라면 원판에서 뽑아낼 수 있는 제품의 수에 있다. 사실 그런 점에서 메모리 사업이 디스플레이 사업에 비해 장점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메모리는 한 장의 웨이퍼에서 500개의 메모리 제품을 뽑아내다가도 미세공정이 진일보하면 700개도 800개도 양산할 수 있는데 반해 디스플레이는 한 장의 원판(유리기판)에서 뽑아낼 수 있는 제품(패널)의 수가 한정되어 있다.
이런 디스플레이의 단점에 의해 디스플레이 패널 물량경쟁이 종지부를 일찍 찍게 된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 어쩌면 재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즉, 디스플레이 사업은 공장을 가동하면 줄기차게 생산하는 수 밖에 선택이 없다. 그리고, 그 특정공장에서 양산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패널 수량도 투입된 유리원판을 세어보면 거의 정확하게 추산할 수 있다. 물론 디스플레이 사업에 있어서도 수율이란 것이 있지만 불량이라고 해서 폐기 처분하는 디스플레이 패널은 거의 극소수다. 단지 얼마간의 돈이라도 받고 좀 불량이 있는 패널을 처분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이다.
메모리에서는 파워칩이 UTT(Untested) 디램이란 제품으로 테스트 비용을 제하고 저가로 넘겨버리는 사업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메모리는 테스트에서 불량이 발생하면 그냥 폐기가 된다고 보면 쉽다. 테스트도 웨이퍼 레벨에서 다이(Die)를 검사하는 전공정 테스트와 후공정 즉 패키징을 끝낸 상태에서 하는 테스트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메모리 사업에 있어서는 다이가 불량이 나면 패키징전에 걸러내는 일이 중요하다. 다이의 패드를 골든 와이어로 패키지와 연결해서 완제품으로 만드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용이 들어간 메모리를 테스트했는데 불량률이 높으면 양산비용은 엄청 올라가게 된다.
두서없이 적어가고 있지만 정리하자면 디스플레이 사업은 불량이 어느정도 허용되지만 메모리에서는 완제품의 불량율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패키징 전 공정에서 불량 다이를 잡아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일반적으로 수율이 얼마라는 각 테스트공정마다의 데이터가 나오지 않는 한 제대로 알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팹이 안정화된다는 것은 각 공정이 톱니가 맞물리듯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팹이 혼란하면 많은 공정 중 한 두 개의 공정이 차질을 빚을 확율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를 바로잡기란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된다. 양산은 그 후로 밀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팹 안정화의 최고방법은 공정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공정전환을 바삐 자주 바꾸려하면 팹 공정이 불안해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사업에서는 원판 투입량에 따라서 생산량이 어느 정도 파악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거의 다 파악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즉, 디스플레이 패널의 수요가 월 100만장인데 디스플레이 업계에서의 생산량 집계를 뽑아보니 120만장이라 나온다면 추가투자를 집행을 꺼리게 되어 있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디스플레이 불황시에는 업계 스스로 설비투자를 자제하는 방향으로 나가기에 불황 사이클이 짧아지는 효과를 냈고, 대형업체는 물론이고 중소형 디스플레이 업체 모두 공존하는 사업으로 나아가고 있기도 하다.
현재까지 그렇다는 것이지 앞으로 메모리 사업처럼 물량전쟁을 치룰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메모리 업계에서와 같은 무지막지한 전쟁은 벌어지지 않으리란 판단이다. 메모리처럼 한 장의 웨이퍼에서 뽑아낼 수 있는 제품의 양을 공정기술의 진화에 의해 생산량을 증가시킬 수 없어 제품 원가를 줄이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단지 디스플레이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말을 해 줄 뿐이다. 그렇지만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기업이라고 해도 원천적으로 제품의 원가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는 사업이 디스플레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서로 서로 자제하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뻔한 전개가 보이기 때문인 것이다.
이에 반해 메모리사업은 월 12인치 웨이퍼 투입량이 10만매인 기업이 100만매의 기업과도 동등한 아니 우월한 위치에서 경쟁을 할 수 있고 또 이겨낼 수 있는 사업이다. 가격경쟁력에서 월 10만매를 투입하는 메모리 기업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미세공정기술에서 앞선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디스플레 사업에서는 원판 투입량에 의한 완제품 생산 개수가 한정되지만 메모리 사업에서는 거의 한계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하겠다. 그러니 메모리업체들은 어떻게든 어려움을 극복해 보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앞선 미세공정을 먼저 도입해서 안정화시킨다면 메모리 1등 기업인 삼성전자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겨내려는 의욕이 저마다의 메모리 기업에게 있으니 발버둥을 칠 만큼 치게 된다. 생산규모가 적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많기에 포기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메모리 기업들은 해보고,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그 때는 손을 들지만 그 때가면 거의 초토화가 돼버리고 만다. 그래서 메모리 전쟁 후에는 메모리기업이 없어지기도 하고 M&A 매물로 다른 기업으로 흡수되기도 하는 구고조정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 희생양이 당기업만 아니면 구조조정 후에는 바로 호황기로 들어서니 모 아니면 도랄까 긑까지 버텨보는 것이 아니 끝까지 버텨야 하는 것이 메모리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당면과제란 점이다.
글 제목이 의욕과 인내라 했는데 글이 좀 엉뚱한 곳으로 흘렀다.
메모리 사업에서의 의욕이라 함은 앞서겠다는 의지를 말한다. 인내라는 점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말이다. 이는 전적으로 포투의 생각이다. 현재 메모리 제품 라인업당 마진이 좋은 제품은 뻔히 보인다. 모바일 D램이 좋고 낸드중에서는 SLC(Single Level Cell)타입이 MLC(Multi Level Cell)보다 상대적으로 좋다. 그래픽 디램도 상대적으로 좋아보이고 516Mb보다 1Gb의 DDR2가 좋다. 물론 DDR2보다는 DDR3가 마진이 좋다.
그런데, 가만히 메모리 제품을 살펴보면 마진이 좋은 이유가 있다. 그 어느 메모리 업체라고 마진이 좋은 메모리를 양산하고 싶지 않은 메모리 업체가 어디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다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DDR3 디램의 경우는 뻔해 보인다. DDR3는 메모리제품 중에 프리미엄 급 제품이다. 어느 분야도 마찬가지로 프리미엄급은 수요처가 한정되어 있다. 한정된 매출처를 공략할 수 있는 업체라야 선발로 주도적인 위치에 올라있어야 선점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시장도 형성되지 않았는데 후발업체가 어슬프게 뛰어들면 이미 그 시장은 프리미엄 시장이 아니다. 마진은 떨어져도 벌써 떨어진 후라는 것이다.
메모리 사업에 있어서는 하고 싶어도, 뛰어넘고 싶어도 참아야 할 때가 많다. 만약에 앞서고자 한다면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각오로 해야 한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봐서 걸리면 대박이다라는 생각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메모리 사업은 그런 류의 대박이 가능한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때가 아니면 인내해야 한다. 의욕을 앞세우다가는 기업의 존망(存亡)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리게 된다.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요즘 하이닉스가 뭔가를 자꾸 하려고 하고 있어서다. 지금 하이닉스에게는 의욕보다는 인내가 필요해 보인다고 하겠다. 추스리는 것이 먼저이지 일을 벌리는 게 중요한 시점이 아니란 생각인 것이다.
포투님 안녕하세요 내용에 상관없이 질문좀 드릴께요
목록중에 PC라는 부분이 잇엇는데.. 반도체쪽 글 다 읽고
보려고 햇는데 없어졌네요.. 목록을 합치신건가요.. 아님 지우신건가요.. 보고싶은데...~~
정보통신 카테고리에 반도체, PC, 휴대폰, 디스플레이를 함께 합쳤습니다. 지운 글은 하나도 없습니다.
비슷한 주제이고 연관성이 많은 관계로 카테고리를 정리를 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혼란을 드린 것 같습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원가절감 양산능력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생각했는데,
07년 3분기때만 해도 공정전환문제로 순간 버벅거리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4분기 실적을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4년동안 샀다 팔았다 하다 믿을만해보여 장기로 들고 있으려고 했다가 실신 직전입니다. 하도 답답해서 여기저기 뒤적이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종갑사장 risk가 심각한가보네요. 시장 상황이야 어쩔 수 없는거고, 08년도 1분기에는 수율이 좀 나오려나... 걱정되네요. 주식시장 정말 무섭습니다(흑흑).
일본업체들은 분야별로 한 회사로 몰아주기 작업에 들어가는 것 같은데(LCD샤프 메모리 엘피다 반도체 도시바 등등), 우리나라는 다른나라보다 같은나라 회사가 가장 큰 라이벌이니, 걱정이 크네요.
기업 간 경쟁환경이 달라지고 있으니 이제 변화가 보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변화의 선봉장으로 삼성전자가 나서는 것이 가장 보기 좋을텐데 하는 생각입니다.
하이닉스는 이제 더 나빠질 것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M11이 약간 걱정이 되는 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좋아질 것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