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만, 미국의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현금확보 경쟁을 하고 있다고 한다. 2007년 4분기는 모든 메모리 제조업체들의 손실이 일년 중 최대로 예상되고 있는데도 막대한 돈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최근 60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 및 회사채를 발행했고, 일본의 엘피다는 3000억∼4000억 엔(약 2조4900억∼3조3200억 원), 미국 마이크론은 10억∼15억 달러(약 9400억∼1조4100억 원)의 현금을 끌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의 후발 기업들도 최근 50억∼60억 달러(약 4조7000억∼5조6400억 원)를 사채발행 등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안개 속 반도체 시장… 시장 예측 어려워 현금 확보 경쟁 동아일보에서>

현재 메모리 시황이 좋지 않아 메모리업체들이 현금확보 경쟁에 나서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런데, 투자자금을 빌려주는 기관투자자가 더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마치 원하는 액수를 말하라, 그러면 무조건 원하는 대로 빌려주마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엘피다는 기술경쟁력이 거의 동등하니 그렇다 쳐도, 기술력이 분기 이상 떨어지는 마이크론이나 대만 메모리 제조업체들까지 원하는 투자자금을 마음껏 끌어들이고 있으니, 메모리 시황이 좋아지려면 더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 아니 고착화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메모리 업체들을 바라보는 기관투자자들의 시선도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메모리 시황이 지금은 좋지 않아도, 아니 좋지 않기에, 투자처가 생긴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봐야하나 싶기도 하다. 사실 메모리 제조업체들은 시황이 좋으면 자금수요가 없어진다. 현금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호황기에는 돈을 빌릴 필요가 없는 시기이고, 불황일 때만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관투자자들의 기저(基底)에는 메모리 사업이란게 원래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앞으로 좋아질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언듯 포투가 예전에 올렸던 글 중에서 메모리 가격을 볼펜 가격으로 언급한 생각이 나서 글을 찾아 보았다. 날짜는 6월 18일자인데, 그 날은 다음 블로그에서 티스토리로 이사를 감행한 날이고, 포투가 쓴 모든 글의 쓴 날짜가 6월 18일로 통일된 날이다. 글의 내용을 보면 아마도 4월 말경에 쓴 글인 듯 싶다.

글은 디스플레이 사업이 형편없이 고전을 하고 있는 시기에, 메모리 제조업체들도 디스플레이업체 꼴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을 담고 있다. D램 플래시메모리도 디스플레이와 동조될 우려 <포투가 사는 세상 블로그에서>

메모리 시황은, 포투 개인적으로는 내년 하반기(3분기 말경)가 되면 좋아질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또 달라졌다. 후발업체들이 쉽사리 떨어져나가려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큰 이유이다. 조금만 더 버티면 찬란한 미래가 보일거라는 나름대로의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에 더해서 이들 후발 메모리 제조업체들을 뒷받침하는 돈줄이 메마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인텔이 예전부터 반도체 부품업체에서 세트업체로의 변신에 혈안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면 답이 보이는 듯 하다. 요새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하나같이 SSD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데, SSD 사업에서 더 나아가 세트까지 가야 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 부품업체로는 한계에 직면하는 시기가 도래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부품 토털 솔루션에서 더 나아가 세트업체로의 변신을 어느 업체가 먼저 이루어내느냐가 관건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샌디스크가 메모리 제조업체의 한계를 미리 내다본 것 같아 보인다. 샌디스크가 한 발 앞서간 것은 분명하다. 세트업체로의 도전을 왕성히 하고 있으니 그런 것이다.

메모리 부품 제조업체들에게는 참으로 혼란한 시기다. 역시 부품업체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시기라 하겠다.


  1. Magicboy 2007/12/23 15:34  address  reply

    역시 아직..경제는 어렵기만 하군요..^^
    삼전이 대만쪽 업체를 고사시키려고 내년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대만쪽에서도 기관에서 돈을 끌어다 쓰고 있다고 하면...
    ... 최종적으로 어느 한쪽이 무너지면... 서브프라임같은 연쇄 부도 사태까지 벌어지는건가요??-0-;;;

    • 포투 2007/12/24 08:23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메모리 경기에서 순환싸이클이 무너지고, 이제는 어찌하지 못하는, 후발업체들을 제어하지 못하는 지경으로 치닫을 수도 있다고 여겨집니다.

      연쇄부도 사태까지는 가지 않겠지요. 삼전의 한계도 있으니 말이지요. 아마도 후발업체들이 이를 노리고 버티려 하는 것이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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