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중국시장에 저가로 낸드플래시메모리를 공급한다고 한다. 전자신문에 따르면 12비트 ECC로 생산원가를 줄였기에 삼성전자 낸드부품보다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12비트 ECC(Error Correcting Code)가 8비트 ECC 보다 수율이 좋게 나올 것은 당연하다. ECC 기술은 별 다른 것이 없다. 입력한 데이터가 중간회로(낸드 메모리에 데이터가 저장되었다가 읽히는 과정에서의 회로)를 거쳐서 출력되는 데이터의 값과 다른 데이터를 찾아내서 원래의 데이터로 고치는 회로를 추가하는 것이 ECC회로인 것이다. 코드라 표현되는 부분은 ECC 알고리즘이 여러가지이고 핵심이 아이디어인지라 ECC회로라 하지 않고 코드라 표현한 것일 뿐이다. ROM(Read Only Memory)에 코드가 박혀서 처리되는 방법은 예전 기술이다. 또, ROM은 일부 알고리즘을 처리하기 위해서 낸드내부에 내장하기에는 차지하는 부피가 크기도 하다.

기술적으로 보면 12비트 보다 8비트 ECC는 다이(die) 면적에서도 세이브가 되며, 테스트 속도에서도 세이브가 되며, 수율도 월등히 좋아지게 된다. 단점은 한가지다. 8비트 보다 에러를 찾아내고(detect), 올바른 데이터로 고치는(correct)하는 회로면적을 줄였으니 낸드에 저장되어 있던 데이터 중간 중간에 잘못된 데이터가 섞여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이번에 마이크론의 12비트 ECC를 보며 한참 전에 파워칩이 테스트없이 D램을 출하했던 UTT(Untested) 방식과 일맥상통하는 영업방식을 구사한다는 생각이다. 파워칩은 D램에서 아예 테스트를 하지 않고 중소 세트업체나 유통사에 테스트 검증을 떠 넘겨 자체 테스트 비용을 줄여 이익을 극대화했던 것이고, 마이크론은 최소한의 테스트 만큼은 거쳐 저가 낸드 메모리를 원하는 중국의 세트업체에 덤핑가격으로 넘기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어서 상술측면에서 보면 많이 닮았다.

언젠가 포투도 UTT D램에 된련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다를 것이 없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자가 나타나는 것은 기업논리 상 당연한 것이다. 이는 돈이 되는 시장을 마이크론이 선점했다는 얘기와 같은 것이다. 이미 중국시장에서 저가 세트업체들의 요구가 있었을 텐데 삼성전자는 이를 무시한 것이고 마이크론은 적극 시장요구를 반영해 부품을 공급한 것이니 일정부분 마이크론에 낸드점유율을 빼앗기는 이유는 기업조직의 순발력과 중국시장을 바라보는 인식차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12비트와 8비트의 ECC는 메모리 최종테스트에서 굿다이와 뱃다이를 판별해 내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 의도한 로직으로 구동하는지 여부에 대한 테스트외에 ECC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테스트는 별도인 것이며, 기존 낸드메모리 업계가 관행적으로 해왔던 ECC 성공율을 내리면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영업 아이디어가 마이크론에서 나온 것이다. ECC에서 항상 불량데이터를 양산하는 회로가 존재한다면 그건 불량 다이(bad die)인 것이고 이는 걸러져야 한다. 그러나, ECC를 통해서 걸러내지는 것은 돌발적이 환경에서의 언제 튈 지 모르는 요동(에러)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쉽게 사용전압이 어느 한순간 스파크를 칠 수 있는 것이며, 가지고 다니다가 물리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며, 정전기에 노출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ECC를 강화한 낸드메모리에서는 돌발적인 환경에서의 데이터손상정도가 줄어들어 오작동을 방지하는 것이다.

대만에서 마이크론이 난야, 이노테라를 통해 대만인의 상술을 전수받아 메모리 사업에 접목시켜 보여지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그동안 등한시했던 대만 메모리기업들의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 세트시장의 니드(need)로 향하고 있다는 반증이어서 경각심을 갖게 하고 있다.

그런데, 1기가 낸드플래시 메모리에서 12비트 ECC와 8비트 ECC 차이를 구별해 낼 수 있는 소비자가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답은 "없겠다"다. 만일 낸드플래시메모리 내부회로에 8비트 ECC가 필요한 공간과 12비트 ECC로도 충분한 공간으로 구분한다면 생산효율성(수율, 과정)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크론이 저가시장을 타깃으로 12비트 ECC낸드를 공급한다고 해서 삼성전자가 그대로 따라하기에는 성에 차지 않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 신뢰의 문제다. 후발업체 만이 할 수 있는 전략으로 선발업체가 이익을 빼앗겼다 해도 후발을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다. 선발업체의 프리미엄은 그냥(점유율만 높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이 공급을 시작했다는 중국의 낸드메모리 수요업체는 저가 MP3 플레이어 세트업체라고 한다. 충분히 일리있는 말이다. MP3라는 것은 동작시키면 저장된 대량의 데이터를 줄줄이 쏟아내는 세트 특성때문이다. 저장할 때도 마찬가지다. MP3는 쓰여지는 데이터 종류가 많지 않고, 또 조각조각 나뉘어 쓰여지거나 이곳저곳에 쓰여질 확률도 낮은 세트제품이다. 그렇다면 아무런 문제도 발생되지 않을 확률이 더 높아진다. 마이크론이 낸드메모리에 음원파일용은 명령어 실행용 데이터와는 따로 처리하는 회로를 따로 마련했다면 8비트 ECC 낸드와 비교해 손색없는 낸드부품이 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조직이 커짐에 따라 순발력이 뒤처지고 있는 징조가 하나, 둘 경우가 보이고 있다. LGD에 중국시장을 선점당한 것도 그렇고 이번 마이크론의 경우도 그렇다. 그러고 보니 삼성전자에는 중국통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아니 중국통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삼성조직의 중국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변하지 않았다고 봐야 할런지 모르겠다.

그런데, 마이크론은 뛰고 있는데 하이닉스는 뭐하고 있나? 돈 안되는 R&D에 아직도 매진하고 있나? 그래도 하이닉스는 이를 자랑으로 삼고 있으니 말 다한 측면도 있다. 답답한 하이닉스에 대한 언급은 당분간 삼간다. 언젠가 삼성전자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었듯이 말이다.

삼성전자의 저가 낸드 중국시장 대응책이 어떤 것인지, 또 언제 나올수 있을지 지켜 볼 필요가 있다.


  1. James 2009/07/31 11:28  address  reply

    낸드의 경우 하이닉스는 48nm에서 크게 고전하여 현재 M/S 측면이나 tech측면에서 많이 열세에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이닉스는 41nm에서 돌팔구를 찾아야 하는데 개발도 문제지만 양산투자 문제도 걸려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하이닉스가 안타까운 것은 Mobile DRAM의 경쟁력은 어느정도 갖추었는데 Nand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Nand경쟁력이 확보되어야 Mobile시장에서 보다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삼성의 경우 얼마전에 이윤우부회장, 이재용전무등이 중국 Huawei를 방문하였습니다. 중국시장에 대해서 많은 관심이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향후 중국시장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저도 궁금한 사항입니다. 삼성의 경우 다양한 Nand 응용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입장이라 크게 신경쓰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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