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기업의 제품이 2등기업 제품과 비교해 객관적으로 경쟁우위에 있는 제품이라면 굳이 2등기업 제품과 비교하는 마케팅 전략은 손해다. 오히려 따라하는 2등기업의 마케팅에 도움을 줄 뿐이다. 2등기업의 마케팅은 그 반대다. 적극적으로 1등제품과 자사제품을 비교연장선상에 놓으려 해야 한다.
하지만 2등기업이 1등기업과의 제품경쟁에서 아무런 경쟁우위가 없으면서 무턱대고 1등제품과 품질으로 맞비교하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기술에 무관심하고 품질에서 비교우위를 갖지 못해 2등기업에 안주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1등기업을 해 본 적이 없는 2등기업은 시장을 보는 눈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1등기업의 제품과 마케팅을 따라하는 것이지만, 1등을 따라가는 전략이라도 발전시켜야 2등이라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감성으로 소비자에게 호소하는 전략이 어느 정도 들어 먹혔다. 품질은 떨어져도 수치화하기 어려운 시각적인, 청각적인 미세한 틈새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면 받아들여졌었다. 미려한 언사로 소비자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것이 가능했다는 얘기인 것이고, 이는 소비자가 해당 제품에 대한 정보의 습득이 용이치 않은데서 비롯되었다.
기업이 제품에 대한 단점을 감추면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었다. 보통 기업의 제품정보는 기업의 홍보담당자가 기자에게 전해주고, 언론사 뉴스로 액면그대로 노출되곤 한다. 이런 양상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기술과 관련한 제품정보 같은 경우의 언론사 뉴스는 해당기업의 홍보담당자가 언론사 기자역할도 겸한다고 할 수 있다. 연예, 스포츠 관련 인터넷 언론사가 범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기자들이 쉽게 기사화 시킬 수 있는 분야가 그것들이기 때문이다. 어쨋든 그래서 몇몇 알려진 언론사 뉴스만 보고 어떤 판단지표로 삼는 사람들은 뒷북을 치기가 십상이고, 가지고 있는 원천데이터에 오류가 있고 이에 근거해 결정을 내리게 되는 셈이 되니, 판단미스에 의한 금전적인 피해를 보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이 감추고 싶은 단점이 가려지지 않는 세상이다. 물론 세상에는 아직도 메이저 언론사만을 매체인냥 인식하고 다른 인터넷언론들은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제품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잠시의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제품에 대한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다. 기업이 가리고 싶은 단점은 더 이상 가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품의 단점이 가려지지 않는다고 해서 기업이 자사제품의 판매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나온 기본적인 전략이 1등기업과의 가격차별화다. 1등제품이 100원에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면 품질이 떨어지는 2등기업의 제품을 80원에 팔자는 전략이란 얘기다. 이는 지금도 시장에서 꽤 받아들여지고 있는 2등기업들의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통한다.
소비자는 제품품질과 가격을 보고 구매결정을 해야 한다. 2등기업의 제품이 1등기업 제품에 비교해 품질이 떨어지고, 저렴한 부품이 사용되고, 앞선 기술이 제품에 적용되지 않았다면 2등기업이 제시하는 제품가격을 1등기업의 제품가격에서 스스로 디스카운트(discount)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MOLED가 적용되지 않고 LCD패널이 쓰인 제품은 1등제품과 얼마의 가격차이가 무난할 것인지, LED 광원을 적용한 LED TV에서 두께차이로 인한 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다.
다르게 1등제품에 가격 프리미엄을 얹져 계산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애플의 아이폰은 브랜드 만으로 제품품질에 비해 가격을 기꺼이 높게 쳐 사줄 준비가 돼 있는 소비자들이 많다. 최근 삼성의 휴대폰은 삼성CPU(ARM 코어 AP프로세서)를 장착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비메모리 발전을 위해 아니 대한민국의 CPU 자존심을 업(up)해 준 댓가로 얼마간의 추가비용을 기꺼히 지불해 줄 수 있다. 또, 휴대폰에 장착되는 메모리가 국산이라면 얼마의 가격을 더 지불할 용의도 있다. 물론 예를 든 경우는 포투의 개인성향이 많이 반영된 것이지만 많은 소비자들 스스로도 그런 비슷한 잣대를 가지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의 구매에 관한 잣대를 흐트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게 되는데 그것이 마케팅이다. 품질을 거론하긴 커녕 에러투성이인 제품도 애국심 마케팅에 기대어 OS를 팔아 먹으려고 하는 국내기업도 보인다. 뭐 이를 탓할 수는 없다. 분명 시장에는 그런 마케팅이 여전히 유용하게 적용되는 타깃이 존재한다. 목표타깃을 어디로 정할 지는 순전히 기업에 달려 있단 것이다.
그렇지만 뻔히 2등제품을 출시하면서 1등제품과 비교해 떨어질 것 없다고 과장광고하면서 제품가격에서 폭리를 취하려는 못된 기업마케팅은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1등제품과 차이나는 품질, 부품, 기술, 자존심에 대한 부분은 2등제품 가격에 반영되어야 한다. 결국 이를 시정시킬 수 있는 힘은 소비자에게서 나온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거짓마케팅에 속지 말아야 한다. 속는 순간 바가지를 쓰게 되는 것이란 얘기다.
물건 한 개 가격이 수 억원을 호가하는 아파트라면 좀 더 세밀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10만원짜리 물건을 살 때 보다 따져 볼 것이 많기 때문이다. 아파트 장사하는 기업입장에서 추호(秋毫)의 헛점이라도 보이면 장사에 타격이 큼은 당연한 것이다. 단점을 가리지 못하는 세상에서, 여전히 좋은 점만 부각시켜 폭리를 취하려는 못된 기업들이 여전히 많은 세상이다. 한국토지신탁이란 아파트 장사치도 돈에 눈이 멀어 코아루 브랜드 가치 하락과 입주자 편익저하 그리고 추후 아파트 재산가치 하락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물건을 팔면서 물건을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가격을 얼마로 책정해야 하는지, 마케팅은 타깃을 어디에 두고 할 것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보인다. 아직도 소비자를 희롱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지만 소비자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