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의 자신감 넘치는 인터뷰가 뉴스로 많이 나왔다.

"작년 비싼 수업료, 54나노 D램 양산으로 만회"…김종갑 하이닉스 사장
하이닉스 김종갑 사장 "수익성 회복 해법 찾을 것"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에게서 많은 얘기가 쏟아져 나왔는데, 그 중에서 80나노에서는 성공했고 이에 대한 자만심으로 60나노대에서는 비싼 수업료를 냈다는 얘기가 또 나왔다.

누가 자만심을? 하이닉스 직원들이?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의 자만심이 아니고?

하이닉스, 66나노 일부 폐기說에 반도체값 출렁
하이닉스가 2008년 기회를 성공으로 이루길(48나노 낸드플래시, 54나노 D램에 기대) 2008.02.02 '포투가 사는 세상'

위에 링크된 두 글을 다시 읽어 보면, 66나노 D램에 대한 실패도 실패지만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시점에서 경영에 있어 실족(失足)한 포인트를 알 수 있다. 그것은 작년 말에 66나노 실패에 대한 대응책으로 공격적으로 54나노 미세공정으로 전환을 계획한다고 했다가 66나노가 일시적으로 안정되었다는 판단착오로 54나노 공정전환을 늦추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또 한 번 입었다는 것을 알수 있다고 하겠다. 이로 인해 투자규모가 축소된 계획에서 또 한번 줄어들어 2008년 하이닉스 투자계획이 2조 5천억이란 얘기가 나왔다. 이는 그 짧은 기간동안(2007년 3분기 말, 4분기, 2008년 1분기, 2분기 초) 약 8개월 동안 까먹은 영업이익 만큼의 투자축소가 이루어졌다고 보면 맞을 듯하다.

66나노에 대한 미련때문에 버리지 못하고 미적미적했던 경영판단 실패가 하이닉스의 미래성장기반를 상당부분 훼손시킨 것이다. 이제, 또 하이닉스는 궁색한 짜내기 경영으로 돌입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그런데도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까먹은 돈이 거의 1조 5천억이 넘어서는 규모라 볼 수 있는데, 이를 비싼 수업료로 치부(恥部)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하이닉스가 경쟁력을 가지기 위한 방법으로 여러가지가 나왔는데, 한 번 열거해 보려고 한다. 54나노 D램, 48나노 낸드, 모바일 메모리 시장 점유율 10%까지 늘려 20%까지, 휴대폰 용 e낸드, 외장메모리 용 uSD 카드, CMOS 이미지 센서(CIS), 32GB SSD 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매출의 6% 수준이었던 연구개발 투자를 2010년까지 10%로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

하이닉스가 하겠다고 계획하고 있는 것을, 이뤄내겠다고 하는 것을 계획단계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사실 맞지 않다. 다만 포투가 우려스런 부분은 하이닉스가 아직 해 보지 않은 일을 여러분야로 동시다발적으로 사업확장한다는 데 있다. 처음들어 보는 e낸드와 uSD가 늘어났다. CIS와 SSD도 추진하고 있다.

하이닉스가 제품다각화 하려는 사업분야를 가만히 보면, e낸드는 빼고, 다른 사업은 세계 최고의 기업이 거의 독점하고 있거나 선두업체가 이미 한 발 앞서간 사업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 R&D 투자를 늘린다고 하고 있다. 실리콘화일이나 피델릭스와 협력을 강화할 때 하이닉스는 최소한의 투자로 기술을 들여와 하이닉스의 메모리 양산기술과 결합하는 형태의 사업을 추진한다고 봤는데, 또 사업계획이 바뀐 모양이다.

이는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 본인 입으로 "취임 후 9달 동안 사업계획을 10번이나 고치고" 라고 언급한 바 있다. 포투도 한 분야에 재미를 갖다가는 금방 바꿔서 이랬다 저랬다 하는 처지에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도 한 개인인데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라고 생각하면 그만인데 하는 생각도 잠시 든다. 9달 동안 사업계획을 10번이나 바꾼 것을 스스로 잘했다고 하고 있는 듯한, 줏대를 의심케 하는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이니 사업계획이 바뀔 때마다 그에 장단을 맞추어야 했을 하이닉스 임직원들의 허둥스런 몸짓이 보인다고나 할까 그렇다.

다만 e낸드는 하이닉스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사업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커녕 LG전자도 잡을 수 없는 하이닉스 처지에서 노키아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LG디스플레이가 곤경에 처했을 때 미국의 벤처기업 비지오(VIZIO)와 서로 기대어 일어섰듯이, 하이닉스에게도 기댈 곳이 필요하단 생각이다. 기댈 곳이 LG전자라면 하이닉스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서도 최선이겠지만, LG전자 내부에 복잡한 사정이 있는 것이니, 노키아 잡기에 주력함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뭐 못할 일이 뭐 있나? 삼성전자도 애플의 아이팟에 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저가로 몰아주기해서 국내 MP3업체들을 고사시키는 데 엄중(嚴重)한 일익을 담당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판이다. 노키아와 하이닉스가 협력하는데 걸림돌이 될 일은 없다. 이미 국내 휴대폰 시장은 소비자에게 좋지않은 독과점 구조로 변해 버린 상황이기에 더 그렇다.

하이닉스가 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해 노키아에게 맞춤형 e낸드를 세계 최저가로 공급한다고 해서 뭐 안될 일이 뭐가 있나 싶다. 어차피 노키아도 휴대폰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의 대안을 찾고 있을 터다. 도시바 한 기업 가지고는 성에 차지 않을테니 하이닉스가 제격일 수 있는 것이다.

하이닉스가 2008년 들어서 사업을 많이 벌이고 있는데, 버릴 것은 버리고 가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한 사업분야로도 세계기업으로 일굴 수 있는 사업아이템인데, 그 많은 사업을 다 이루려한다는 것은 욕심일 수 밖에 없다. R&D 인력도 양이 문제가 아니라 질을 중요시해야 한다. R&D 강화를 위해 서울대, 포스텍, KAIST 등 국내 우수 대학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매년 230명씩 선발하겠다고 하던데, 투자자들은 그것 보다는 두 명 또는 세 명의 한 분야 세계 최고의 고급인력을 하이닉스가 삼고초려()해 영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싶어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어쨋든, 하이닉스가 또는 하이닉스 깁종갑 사장이 하는 일이 모두 잘되어 원하는 사업계획대로 이뤄낼 수 있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본다. 그런데, 원하는 사업계획이 어느 정도 일관성을 유지해야 계획대로 이룰 수 있는 성취도 있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1. 오픈검색 2008/04/21 16:32  address  reply

    일본의 종합 전자회사도 과거의 잘못을 깨닫고, 회사의 역량을 경쟁력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하이닉스는 다각화로 가는 모양세를 취한다고 하니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지 감이 안 오는군요.

    요즘은 대기업도 선장 잘못 만나면 한순간에 무너지던데, 한국 반도체의 한축을 이루고 있는 하이닉스도 올바른 선택으로 삼성과 경쟁하며 세계적인 반도체 전문 기업으로 성장을 하였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있네요^^

    • 포투 2008/04/21 20:28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하이닉스가 추진하는 많은 사업 중에서 하나라도 대박이 터지면 된다고 여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설마 추진하고 있는 그 모든 사업이 일사천리로 성공하리라 여기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모든 것이 하이닉스가 원하는대로 이루어진다면 인텔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거란 생각입니다. 모든 솔루션을 자체적으로 보유하는 기업이 되기에 그렇다고 보는 것입니다.

  2. 강호길 2008/04/23 18:37  address  reply

    가끔 뭐랄까 객기가 발동해서, 반박 하는 내용의 글을 쓰고자 해도 감탄만 하고 갑니다..ㅎㅎ

    • 포투 2008/04/23 20:58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어떤 뜻인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하이닉스 내부사정을 모르고, 포투 내키는대로 쓰는 글이니 틀린 부분이 있으시면 그냥 반박하시면 될텐데 하는 생각입니다.

      사실 포투가 쓰는 글은 맞지 않는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3. 비밀방문자 2008/04/24 16:24  address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포투 2008/04/24 21:42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후배'라는 단어에 왠지 눈길이 갑니다.

      포투는 하이닉스 내부사정을 알지 못하며, 연락을 취하거나 해서 알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포투가 반도체 관련 글, 특히 하이닉스 관련 글을 많이 쓰는 이유는 하이닉스를 알게 되면 IT산업 전반의 흐름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편으로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포투가 쓰는 글 같은 글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는 것도 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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