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가 40나노 미세공정에서의 수율이 제로수준이고 두 달 내에 수율을 25%까지 올리겠다는 뉴스가 나왔다. TSMC는 40나노 수율이 안나온 댓가로 페널티(penalty)를 기꺼이 물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고, 엔비디아는 글로벌파운드리와 접촉하면서 미세공정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 검토했다는 뉴스도 동시다발적으로 뜨고 있다.

TSMC가 파운드리 사업에서 AMD와 엔비디아에게서 오더를 받았는데 수율이 안나와서 제품을 공급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엔비디아와 AMD입장에서 입게 될 손해를 계산해 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최첨단 미세공정의 파운드리 오더는 개발비용이 제일 비싸다. 비싸다는 것은 파운드리 공정이 양산 런(run)되기까지 검증하는데 드는 초기 개발비용이 비싸다는 것이다. 팹리스업체들이 최첨단 미세공정을 고집하는 이유는 초기 개발비용은 비싸더라도 양산물량이 많아서 개당 원가를 떨어뜨리는 데 경쟁사 보다 앞선 미세공정으로 IC를 양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즉, 최고의 미세공정을 선택했다는 의미는 파운드리 계약이 비싼 초기개발비용을 감안하더라도 IC 개당 원가를 줄일 수 있는 대량주문이란 얘기다. 보통 파운드리 계약이 성사되면 TSMC 미세공정에 맞춰서 양사의 칩디자인과 공정기술 개발자들이 모여서 칩 디자인을 하고, 반도체라인에 흘려 테스트를 하고, 상호간에 컨펌(confirm)하면 공은 TSMC에게로 넘어간다. TSMC가 수율을 두 달 내에 25%까지 올리겠다는 의미는 엔비디아 혹은 AMD와 파운드리 계약을 맺고, TSMC가 제공하는 공정파라미터를 기준으로 반도체 설계를 거쳤고, 상호간에 테스트를 거쳐서 양산을 해도 되겠다는 컨펌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TSMC는 수율이 나오지 않아서 계약한대로 반도체 칩을 양산해서 엔비디아와 AMD에 IC를 공급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얼마 전에 매그나칩 관련 글을 쓰면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TSMC와 같은 파운드리 업체가 IC 개당 가격을 1달러로 공급하면 오더를 냈던 팹리스업체들은 2달러는 양반이고, 3달러나 4달러로도 시장에 공급하기도 한다. TSMC가 월간 10만개의 IC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고 TSMC의 귀책사유로 인해 공급하지 못한 것이어서 페널티를 물기로 했다고 쳐도 엔비디아가 그 IC를 팔아서 남겼을 마진을 모두 보전해 주지 못한다. 1달러에 공급하기로 했는데 페널티로 공급가격의 세배까지 물어내기는 곤란할 것이란 얘기다. 완전히 엔비디아와 AMD가 TSMC와 이번 건을 계기로 등을 돌리고 돌아서겠다는 각오가 있지 않은 한 서로 적정선에서 타협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AMD와 엔비디아에게 화두는 인텔과의 넷북용 CPU 또는 플랫폼(무어스타운, Moorestown) 경쟁이다. 인텔의 ATOM CPU를 누르기 위해 TSMC의 가장 앞선 미세공정으로의 파운드리를 선택했을 것이란 얘기다. 넷북은 노트북에 비해 성능과 크기를 줄여서 휴대성을 강화하고 세컨드 노트북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는 가격경쟁이 치열하게 맞붙은 시장이다. 엔비디아와 AMD가 TSMC에게서 원하는 만큼 페널티로 보상을 받는다해도 적시에 넷북제조업체에 CPU와 플랫폼을 공급하지 못하면 넷북시장의 신뢰를 잃을 뿐 더러 인텔 아톰CPU와의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또, TSMC에게서 받은 페널티를 넷북 제조업체에게 토해내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많다. TSMC에게서 보상을 받아도 보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TSMC 입장에서는 자신있게 오더를 받았던 40나노 미세공정 수율이 뉴스대로 제로수준인 것이 맞다면,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두 달 만에 25% 까지 수율을 올리겠다고 공수표를 남발하는 것은 엔비디아와 AMD가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두 달 만에 수율을 제로에서 25%로 끌어올린다는 얘기는 꿈 같은 얘기다. 물론 팹공정라인에서 수율관리에 있어 치명적이고도 분명한 오류를 범했고 그 원인을 찾아 냈다면 모른다. 하지만 이런 아마추어적인 수율관리실패가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서 일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아마도 40나노 팹에서 반도체장비에서의 기계적인 에러에 기인한다고 보는 것이 맞고 설계마진이 빡빡한 것이 아니었겠는가 하는 추측이 오히려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한마디로 TSMC가 미세공정 개발역량에 비해 서둘러 주문을 받았다는 얘기다.

그동안 TSMC가 세계 1위의 파운드리 업체로 승승장구(乘勝長驅)했던 이유는 세계최고의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력과 납기를 완벽하게 지켜왔기 때문이다. 세계 2위 UMC가 있음에도 TSMC에 오더를 맡겼던 팹리스업체들이 위험분산을 이유로 오더를 나누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 믿었던, 파운드리 사업에 있어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납기를 TSMC가 지키지 못한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세계 1위 지위가 흔들릴 것은 자명한 이치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엔비디아와 AMD가 곧바로 세계 2위의 파운드리 업체인 UMC 팹에서 부족한 물량을 당장 채우지도 못한다. 그리고, UMC가 40나노 팹을 공개했다는 소식도 아직 들려오지 않는다. 이는 야심차게 인텔을 상대로 맞불을 놓겠다는 넷북용 CPU시장에서 경쟁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어이없는 이유로 고배를 마시게 되는 난감한 처지에 빠짐을 의미한다. 넷북 초기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지 못하면, 세를 불리지 못하면, 인텔 아톰CPU로 제조업체들이 넷북을 쏟아내면 이를 회복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동안 쏟아 부었던 넷북용 CPU 개발비용을 회수하는 것도 물 건너가게 되고 인텔을 쫒기는 커녕 지레 주저 앉는 황당한 처지에 빠지게 된다.

얼마 전에 자일링스가 삼성전자와 45나노 파운드리 계약을 한 바 있었다. 프로그래머블 IC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알테라는 TSMC의 고객이기도 한데, 이번에 TSMC가 정확히 40나노 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40나노 대의 미세공정에서 치명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가 자일링스와 45나노 파운드리 팹을 위한 디자인(칩설계)에 한창일텐데, 만일 순조롭게 진행되어 단시간에 성공적인 공급이 이뤄짐을 보이게 되면 파운드리 시장 판도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운드리업체에 특정 팹리스업체들이 오더를 내는 이유는 당연히 개당 가격을 낮출 수 있고 안정적으로 공급받길 기대해서다.  IC 당 원가를 낮추는 방법은 가장 미세한 파운드리 미세공정을 보유한 업체에게 주문을 내는 방법이고, 주문을 내서 계약을 하면 정확한 납기를 지켜야 함은 팹리스업체의 영업과 이익에 직결되기에 이는 기본으로 쳐야 한다. 이번 TSMC의 수율 제로 건은 납기를 맞추지도 못했고 일부 계약물량의 몇 %를 공급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거의 전부를 공급하지 못한 것으로 이는 기술력과 업력이 떨어지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같은 파운드리 후발업체들에게 벌어질 만한 사건이다. 그래서 40나노대 미세공정 파운드리 팹을 보유하고 있다는 삼성전자에 파운드리 계약을 망설이는 이유 중에 하나도 이런 치명적인 계약불이행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엔비디아와 AMD는 파운드리 세컨드(second)업체를 찾아볼 밖에 없게 됐다. 달걀은 한 바구니에 담지말란 얘기가 주식시장에만 통용되는 말이 아닌 것이다. TSMC를 믿어도 너무 믿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 팹리스업체들 입장에서는 칩 디자인을 한 업체의 반도체공정에 맞추는 것이 연구인력을 줄일 수 있고 칩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랬기에, 원칙적으로는 진작 세컨드 업체를 두고 있어야 함에도 계속 TSMC를 절대적으로 믿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TSMC에 대한 믿음이 깨졌으니 일차적으로는 경영에 부담이 갈 수 밖에 없어졌다. 세컨드업체(UMC나 삼성전자)를 물색하고 나면 그 업체에 맞는 미세공정에 맞추기 위해 엔지니어들이 배정되어야 한다. 이는 개발비용증가를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엔비디아와 AMD의 직접적인 경쟁자인 인텔을 상대하기에 좀 더 버거운 상황에 처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정된 개발력이 분산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TSMC의 40나노 제로 수율 사건은 엔비디아와 AMD에게 제 2의 파운드리 업체를 물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텔과의 경쟁에서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게 되어, 또 다른 경영선택을 강요받을 수도 있게 만들었다. 이 세상에서 어느 업체가 40나노대 미세공정 팹을 보유하고 있고 일년 365일 매일 같이 수율 끌어올리기에 매달리고 있는지 다들 알고 있다. 세컨드 파운드리 업체 우선순위로 삼성전자가 차순위로 하이닉스가 대두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삼성전자는 CPU사업에서 또 한 번의 기회를 잡았다는 생각이다.


  1. 반도체맨 2009/06/24 02:06  address  reply

    안녕하세요?
    메모리의 공정과 비메모리의 공정을 조금 다릅니다.
    같은 40nm가 똑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삼성의 비메모리(S-line)의 경우 60nm까지 지원 가능할거예요.
    하이닉스도 foundry을 시도하고 있지만 많은 infra을 요구하고 있기에 조금 힘든면이 있고,
    현재 90nm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공정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고 있고, TSMC을 따라가는 형태죠.)

    아뭏튼, 비메모리의 공정(system IC)은 메모리와는 사뭇 다릅니다.

  2. 무지개포스 2009/07/24 18:41  address  reply

    7월 24일 현재 삼성전자에서는 45nm 공정의 스파르탄6를 Xilinx사에 공급하고 있는듯 합니다.
    Xilinx사 웹페이지에서 오더가 진행중 입니다. 다만 Xilinx사의 45nm 공정의 버텍스6는
    UMC와 계약되어 있는데 현재 오더가 불가능 합니다. 아마 UMC쪽에 문제가 있는듯 합니다.

    • 포투 2009/07/25 07:57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UMC에 45nm에서 기술적인 문제가 생겼다면, 경쟁사가 오더를 내고 있는 TSMC로 오더를 내지는 않을 것이고 삼성 쪽 일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파운드리 업체들은 미세공정 전환주기에 있어 메모리업체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데, 시간이 감에 따라 경쟁력에서 한계를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보 주셔서 고맙습니다.

  3. 로우닉스주주 2009/07/25 00:03  address  reply

    자세히는 모르고 별셋전자는 자사용 SoC 칩을 45nm로 뽑아내고 있는데요.
    여기 라인이야 S라인이 가장 최신이니 여기겠죠.
    수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네요.

    • 포투 2009/07/25 08:16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아직 돈이 되는 수율과는 거리가 멀겁니다.
      당장은 손해 덜보고 공급하는 것이 S라인 엔지니어에게 당면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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