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다가 헛 짓(D램 고정거래가격 50%인상)을 하겠다는 뉴스가 있는데, 댓글로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포투의 생각은 강력응징이다. 되지도 않는 짓을 벌이다니 엘피다의 경영진이 구석으로 몰리다 보니 이제 정신이 약간 이상해졌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과거를 돌아보면 엘피다의 뉴스게임은 자신감의 발로였었다. 대규모 시설투자로 삼성을 잡겠다고 호언했을 때가 대표적이었다. 그러다 철퇴(鐵槌)를 맞은 바가 있었는데, 이번의 경우는 자신감이 넘쳐나서 그런 것이 아니고, 엘피다가 생존에 목말아 하는 처지에서 나온 뉴스라서 또 사정이 다르다.
동업자정신도 팽개친 엘피다가 업계 1위기업인 삼성전자도 가만있는데 D램 가격을 조정하려는 시도는 저항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물론 저항은 D램을 필요로 하는 수요기업들을 말한다. D램업계 가격 결정 룰이 합리적이진 않지만 시장가격에 맡겨왔던 구도를 경쟁에 밀려나서 대만에 가서까지 손을 벌려야 하는 처지로 몰린 엘피다가 만지작하려는 짓은 거의 미친 짓이다. 여기서 D램사업에서 동업자정신이란 가끔 업계정리를 하고 가야 하는 D램사업에서의 지배구도를 말한다. 엘피다는 업계의 보이지 않는 룰을 대만정부(TMC)에 붙음으로 어긴 바 있다. 또 어떤 짓을 벌일 지 모르는 업계의 공적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아마도 엘피다가 내적인 이유(TMC와의 지분교환을 앞 두고 기업가치 상승)로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이는 역공을 불러올 것이어서 엘피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가만 보면 하이닉스의 경영진이나 엘피다의 경영진이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다. 시장을 앞서가려는 시도는 좋으나 기업의 역량이 따라주지 않으니 실무진들이 무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몰린다는 것이다. 실무진의 무리는 항상 그렇듯이 수익악화를 가져왔었고 생존의 위기로 내몰린 바 있었다. 시장을 앞서가려는 시도는 벤처기업 정신이다. 시설투자를 한 껏 해 놓은 기업이 다달이 양산되는 D램 물량이 계속 쌓이고 있는 반면 D램 수요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짓은 모험이지 않을 수 없다. 또, 모험을 해야 하는 D램업계의 룰에 의해 패자는 승자의 처분을 기다리는 것이 맞다. 이번 엘피다의 도발은 분수에 넘치는 짓이라는 것이다.
엘피다 사카모토 유키오 사장이 언론에 선공을 폈으니 이번에는 하이닉스 김종갑 사장이 나서고 싶어 할 지도 모르겠다. 보통 박자를 맞추는 대응을 해왔었다.
D램 사업은 시장구도가 어이없게 짜져 있어 이 틀이 깨지지 않는 한 D램가격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 1위기업인 삼성전자가 시장의 틀을 바꾸려 하지 않는 한 말이다. 그 틀을 다시 짤 수 있는 권력을 얻기 위해 그동안 되지도 않는 치킨게임도 벌여왔던 것이다. 그런데, 게임의 패자가 설치고 다니는 꼴이라니, 게임의 끝은 아직 멀었다는 인식을 하게 만드는 모양새다.
이제 하이닉스가 엘피다의 도발에 뭐라 대응하던 말든, 삼성전자의 의지에 주목해야 된다. 생각 같아서는 대규모 시설투자 발표를 해서 경쟁자들을 공포에 젖어들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엘피다가 삼성전자로 하여 그런 욕심을 갖게 만든 것이다. 벼랑에 몰리면 발악한다고 하던데 엘피다가 그 꼴이라고 판단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욕심이 생기는 것이다. 어차피 내친 걸음이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치킨게임을 벌이느라 까먹은 현금이 10만장 캐파 300mm팹 하나를 짓고도 남을 돈이다. 이제 6개월 정도 더 밀어붙이면 나가 떨이질 타깃 기업이 보인다.
삼성전자 내 컨트롤 타워가 있다면 이는 단기간의 수익악화을 떠나서 전략적으로 밀어붙여야 하는 사안이다. 또, 전략적이라는 말은 삼성전자는 좋아하는 단어다. 사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오너일가가 뒷전으로 물러나지 않았다면 고민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D램 시장에서의 세계 1위 점유율은 막무가내 밀어붙이기 경쟁에서의 승리의 댓가였다. 이건희 전회장이 물러난 마당에 삼성전자 내 현 경영진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수 도 있다. 오너가 빠진 가운데 전략적인 결정을 도맡아 내릴 수 있는 컨트롤 타워의 장(長)으로 누군가 나서야 할 시점으로 보이기에 그렇다.
그나저나 엘피다 사카모토 유키오 사장이 무슨 맘을 가지고 이렇게 설치는 지 알 수가 없다. 잔잔해 지려는 호수에 돌을 던진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