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인수후보자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LG는 제일 유력해 보이는 업체인데 애써 마다하고, 현대중공업은 경기불황(선박수주 급감) 여파로 여력이 없어보이고, SK는 명분세우기가 지난(至難)해 보인다. 최근에 OB맥주 인수전에 롯데가 사모펀드에 밀려 실사에 참여치도 못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하이닉스에도 사모펀드가 덤벼들 수 있을까도 더불어 생각해 봤다.

하이닉스 매각 대상 지분은 주주관리협의회 소속 지분 31.85%인데 채권단에서는 매각대금으로 3조원을 바라는 눈치다. 하이닉스 매각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인수자는 3조원에 더해 플러스 알파에 해당하는 돈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플러스 알파가 얼마의 돈이 들어갈 지는 추산하기도 어려운 실정인 것이고 말이다. 메모리 불황기여서 하이닉스를 매각하는 것이 어렵다고 매각작업을 내년으로 미루면 안되는 이유는 1년이 미뤄지면 그동안 하이닉스에 추가자금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그런데, 관점을 달리해서 어떤 사모펀드나 기업이 딸랑 3조원만을 가지고 하이닉스 지분을 인수한다고 가정해 보겠다. 쉽게 이야기를 풀기 위해서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기업을 SK텔레콤으로 가정하고, 줄여서 SK로 부르겠다. SK가 하이닉스 지분을  3조원만으로 인수하고 필요한 추가자금을 채권단에서 지원받는 것으로 단서를 붙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하고, 설비투자를 축소하고, 구조조정에 매달린다면 하이닉스가 양산하는 메모리 가격은 고공행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또, 시기적으로 지금은 300밀리 신규 반도체팹을 지을 때도 아니다. 미세공정 전환을 위해 돈이 들어갈 뿐이지, 대규모투자가 있어야 하는 시기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추가적인 자금출혈없이 하이닉스를 인수하기에는 지금이 최적이라고 볼 수 있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데도 낸드플래시 가격이 먼저 반등했고 D램가격도 1달러를 회복했다. 메모리 수요가 줄어드는데도 메모리 가격이 반등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세계경기가 1년 후에는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시기가 좋아서, SK가 채권단으로부터 하이닉스가 1년 정도 버틸 수 있는 자금지원을 조건으로 내걸 수 있고 채권단도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면, SK는 3조원만으로 하이닉스를 인수하고 1년이라는 시간을 벌 수 있다. 1년 후에 하이닉스의 가치가 얼마나 올라가 있을까를 생가해 볼 필요가 있다. 메모리 수요가 늘지 않는 요즘도 적자에 못 버티는 메모리 기업들이 감산하는 이유로 메모리 가격이 슬금슬금 올라가고 있다. 하이닉스는 이제 엘피다를, 엉뚱하게 환율의 영향으로, 확실하게 제친 메모리 가격경쟁력 2위업체다. D램 가격이 1달러를 넘어섰어도 엘피다 마이크론은 돈이 되지 않지만, 하이닉스는 드디어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갑자기 D램 가격이 1달러 중반으로 치솟지 않는 한 감산기조에서 벗어나 양산을 늘릴 수 없는 처지가 된 3위 이하 기업들이다.

다른 쪽으로는 하이닉스가 완공해서 가동하기 시작한 청주의 낸드플래시 전용 팹 M11의 존재가치다. M11이 캐파를 3만장 수준으로 가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팹은 M10이 캐파를 늘렸던 과정을 보자면 10만장을 넘어 12만장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만장으로 셋업된 팹의 캐파를 늘리는 것은 신규로 셋업하는 것과 경쟁력에 있어 비교할 수 없다. 또, 다행스럽게도 낸드플래시 가격이 쉽게 빨리 반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적은 이유도 있지만, 적은 규모의 감산으로도 가격이 오를 만큼 낸드플래시 수요가 D램보다는 탄탄하다는 방증(傍證)이었다. 사실 낸드플래시 가격이 이렇게 빨리 반등할 것이란 예상을 한 업체는 없었을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도시바, 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예상과 다르게 낸드플래시 수요가 견조하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그것은 2008년 말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락하면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낸 측면이 크다. 특히 SSD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제 애플이 아이팟이나 아이폰 신제품이 언제 출시되나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SSD 신규시장에 직접 참여해 시장을 주도적으로 늘일 수 있는 때문이기도 하다.

정리하자면 SK가 하이닉스 인수를 위해 3조원 가량을 들이면, 채권단으로부터 투자자금지원을 전제로 1년이라는 시간을 벌 수 있고, 투자자금으로 가격이 좋은 낸드플래시를 위해 M11에 집중적인 캐파증설로 이익을 늘릴 수 있으며, D램은 적은투자만으로 상대경쟁자들의 체질약화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3조원의 투자로 1년 후에는 하이닉스의 가치는 적어도 50% 이상은 높아져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4분기에는 하이닉스가 영업흑자로 돌아설 것이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이닉스가 흑자전환에 성공한다면 추가로 투자될 자금조달도 수월해 질 수 있슴이다. 더불어 기나긴 메모리 불황기가 지나고 다시 찾아오는 호황기다. 보통 호황기는 짧게는 1년 반에서 3년정도다. 이때 돈을 벌게 된다면 추가로 들어가는 돈은 커녕 매년 돈을 리턴해주는 효자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슴이다.

여력있고, 능력있는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는 뉴스를 기대해 본다.


  1. Danny 2009/04/04 00:52  address  reply

    포투님... 정말 천재가 아니신지....
    글을 읽을 때 마다 예리한 분석력에 늘 놀랄 따름입니다.
    지금은 반도체업에 종사하고 있지 않지만 오랫동안 종사했기에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데
    항상 포투님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에 놀랄뿐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 포투 2009/04/04 08:02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그냥 읽을 만 했다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글이 좀 부족합니다. 끝을 내려면 시간이 좀 걸리기에 서둘러 마무리 짓는 일이 많습니다.

  2. SAMMY 2009/04/05 22:08  address  reply

    최근 중국 정부의 고위직 인사들이 하이닉스 우시공장을 방문하는데
    중국 정부의 하이닉스의 인수 의지가 워낙 강하다고 합니다.
    국내업체에서는 3조이상 써낼 기업이 없겠지만 중국이라면 6조라도 마다 안할 것 같습니다.
    하이닉스 대주주가 외환은행 론스타란 점도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 포투 2009/04/06 08:28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하이닉스의 인수가치가 높은데도 국내매각으로 좁히다보니 평가절하되는 측면이 큽니다.

  3. 헬보이 2009/04/06 07:00  address  reply

    아마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하이닉스 노조에선...국외 매각은 절대 불가(특히 중국.대만쪽에서 입질온다면...
    불법파업도 불사한다는 의지입니다. 하이닉스공단내에서 중국.대만쪽 업체한테 팔려서 잘된\
    케이스가 하나도 없습니다.)

  4. 헬보이 2009/04/06 07:01  address  reply

    이번..백엔드쪽 장비매각에서도 노조의 반대로 불발 되었습니다.\

    현재는 국내 모업체와 오 가고 있는데...불투명한 상태네요

  5. 오체투지 2009/04/27 23:30  address  reply

    제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하이닉스는 현대중공업과 LG의 싸움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LG는 부인하지만, 분명 삼성전자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반도체가 필요할 것이고 현대중공업은 사업다각화라는 관점에서 인수전에 뛰어들 거라 예상됩니다. 다른 기업들은 인수여력이 없어 보이기도 하구요...(한 개 라인당 보통 2~4조원 이상이 드는 투자비용을 감당할 기업은 별로 없어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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