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다. 급하면 실리에 눈이 멀어 당장의 결정이 이익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보면 큰 손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정장기거래를 원하는 해외 D램 수요사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몰려든다고 한다. 드디어 D램시장에 호황의 기운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호황을 맞이하며 삼성전자 보다는 하이닉스가 우려스런 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이 하이닉스에 비해 견고하다. 오너일가가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삼성전자 안에서의 내부경쟁과 상호견제를 하도록 하기 위한 경영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당면과제였고, 이에 따른 조직인사도 마친바 있다. 실리와 실속을 따지자면 DS와 DMC부분의 조직개편은 우려스런 점이 크나 오너일가가 직접 경영을 관리하기가 곤란하다는 측면에서 보면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되는 조직개편이다.
이에 반해 하이닉스의 경우는 우의제 전 사장이 물러나고 김종갑 사장 체제로 들어서면서 경영진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이닉스에게도 오너가 있어 인적조율을 해서, 있을 수 있는 경영진의 현장무시를 바탕으로 한, 독선에 대한 견제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하이닉스는 기본적인 안전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즉, 김종갑 사장 친정체제를 구축하면서 조직의 효율성 보다는 추진성에 방점을 찍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김종갑 사장의 행보에 제재를 가하기는 커녕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김종갑 사장 출신이 전직 산자부 차관인데 채권단 내 어느 누구라도 대놓고 김종갑 사장의 앞길을 막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하이닉스 채권단이라는 것이 재무제표를 보는 것에 능한 재무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이니, 하이닉스 경영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고 보는 것이 또한 맞다. 김종갑 사장이 반도체 전문가를 자처했으니 조언을 들었을 리도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안다고 생각한 사람이 나중에 잘못 알고 있었슴이 드러나면 그보다 곤란한 게 없슴을 몸소 보여준 바 있다.
이(조직의 효율성 보다는 추진성)는 그동안 김종갑 사장의 하이닉스가 걸어온 발자취를 보면 알 수 있다. 삼성전자를 이겨보겠다는 시도는 좋았으되 준비없이 이뤄진 댓가는 그야말로 처참한 결과로 나타났다. 이는 내부의 견제 또는 조언자 구실을 해주는 장치가 상실되어 있다는 방증(傍證)이다. 그야말로 결정이 되었으면 추진에는 파죽지세였다. 물론 그 결정이 현장을 무시한 이유로 경영진과 현장이 따로 노는, 경영진의 목표에 실무에서 따라주지 못하는 또는 그 반대로도 엇박자를 내왔다.
D램 호황기를 맞이하여 무슨 걱정이 있나 하겠지만, 김종갑 사장은 하이닉스에 취임해 D램 호황기를 겪어보지 못했다. D램 공급량이 딸리면 D램 수요사는 줄을 서게 되어 있다. D램 영업맨들은 모자라는 D램을 각사에 골고루 배분해 주는 것이 업무의 일과가 되는 시기가 D램 호황기다. 우려스런 것은 현 하이닉스 경영진이 조급해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2009년에 하이닉스는 추가자금조달을 필요로 한다. 얼마간의 자금이라도 덜 조달하고 업황개선으로 메우려는 시도가 일어날 수 있슴이다. 즉, 필요한 자금이 5,000억원 대라면 아무리 자체적으로 해결하려 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2,000억원 내외라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픈 욕구가 샘솟을 수 있다. 마침 김종갑 사장도 하이닉스에서 실적이 필요한 때다.
포인트는 하이닉스가 급하게 움직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필요한 자금에 대한 조달계획을 짜고 D램 영업에 있어서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경영진의 조급함은 영업맨에게 전달되기 마련이다. 지금 장기공급계약은 많으면 많을 수록 손해다. 만일 하이닉스 발 장기공급계약 체결 건이 뉴스로 터져나오면 이 계약으로 하이닉스는 얼마를 손해봤겠구나라고 가늠해야 한다. 하이닉스가 장기계약을 했더라도 월 간 조정을 하면 된다고 투자자들에게 쉽게 속일 수 있겠으나, 정상적인 계약보다는 선수금이 오가는 입도선매(立稻先賣)식 계약이라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현 하이닉스 경영진이 그깟 일 쯤 못하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런 질문을 포투가 받는 다면, 반대로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현 김종갑 사장 친정체제의 하이닉스 경영진이 그동안 경영타개를 위해 뭔가 보여준게 있나?" 경영타개는 고사하고 하이닉스호를 침몰직전까지 몰고 간 당사자들이 현 하이닉스 경영진이다. 그들이 이제 잘하겠지를 바라는 것 보다는 간섭이나 방해가 되지 않았으면 다행으로 여기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그동안 하이닉스에 기대했던 많은 부분은 보기좋게 빗나갔었다. 그런 관행이 어디가나? 아직 하이닉스에서 인적쇄신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것이다.
언젠가 포투가 하이닉스를 보면서 메모리 가격만 봐야한다고 한 적이 있다. 하이닉스 발 뉴스는 신경쓰지 말고 D램 가격만을 보면 된다고 했던 것이고, 이제는 올라가는 가격에 맞는 영업을 하이닉스가 잘해야 할텐데 하는 걱정을 한다는 것이다. 포투의 하이닉스(김종갑 사장 재임기)에 대한 시각이 드러나는 데, 무슨 액션이 필요할 때 하이닉스는 실족을 거듭해 왔고 액션이 필요없는 또는 액션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조용한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게 하이닉스였다. 이번에 하이닉스에게 또 한 번의 액션이 필요한 때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계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메모리기업들이 호황기에 접어들어 돈을 버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한 푼의 손해도 보지말고 얼마를 벌 수 있느냐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