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파운드리를 이용해 반도체 IC(디지털TV용 통합수신칩) 개발에 나서기로 했단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LG전자 내부의 반도체 개발 역량을 살리기로 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만일 정부가 중간에 끼지 않고 민간기업 간 파운드리 계약으로 상생협력을 이뤄냈다면 더 큰 점수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LG전자는 반도체 팹이 없는 회사다. 그동안 포투가 반도체 관련해서 LG전자에 우호적이지 않은 글을 많이 쓴 이유는 자명(自明)하다. LG전자 내에 반도체IC(시스템IC) 개발인력이 풍부한데도 불구하고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하이닉스를 돌처럼 본다는 이유가 하나이고, 하이닉스를 인수하지 않겠다는 오너의 방침이라 해도 국내에 있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팹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민간회사로는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이는 LG전자에 투자하는 주주들에게 도리가 아닌 것이다.
적은 투자자금을 들여서 이익은 크게 뽑아낼 수 있는 노다지 사업을 LG전자가 끝내 마다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단 얘기다. 또, 그 사업기회란 것이 LG전자에게만 주어진 것이라 실망이 더했다고 하겠다. 여기서 LG에게만 이란 표현은 가장 손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업이 LG전자라 본다는 얘기다.
LG전자는 반도체 사업에 두루 능통한 기업이다. LG그룹은 LG반도체를 통해 메모리사업을 전개했을 때 파운드리 사업도 겸했던 바 있었다. LG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보다는 시스템IC 설계로 더 큰 돈을 벌 수 있음을 익히 알고 있는 기업이다. 한마디로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은 푼돈사업이고, 시스템IC 사업은 리스크없는 목돈사업으로, 시장은 무한대로 열려있다. 리스크가 없다는 얘기는 LG전자의 기업볼륨을 보고, 이미 갖춰져 있는 개발역량을 보고, 파운드리사업과의 리스크 차이를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파운드리 사업은 IC를 만들어 공급하면서 일정마진을 붙이는데 웨이퍼 투입량을 기준으로 공급가격을 매긴다. 웨이퍼 한 장에서 500개의 IC를 뽑아내든, 1,000개의 IC를 뽑아내든 웨이퍼 한장을 런(run)시키는 비용만을 파운드리 기업에 지불하면 그만이다. 물론 월간 웨이퍼 할당 오더를 대량으로 내야 구매단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
사실 삼성전자의 입장에서 LG전자와의 파운드리 계약은 별로 반갑지 않은 일이다. LG전자가 시스템IC를 개발해 삼성전자가 대신 만들어 공급하면 삼성전자에 떨어지는 돈이 1만원 이라면 LG전자는 10만을 벌 수 있을 것이기에 LG전자의 이익을 위해 자사 반도체 팹이 이용되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단 얘기다. 다른 쪽으로는 LG전자 입장에서도 시스템 IC 설계도를 삼성전자에 보이겠다는 결정이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랄 수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 안착을 위해 파운드리 할당팹의 웨이퍼 캐파를 소화하기 위한 물량확보에 주안점을 뒀겠고, LG전자는 어차피 자사 반도체 팹은 없고 국내 파운드리 팹을 제공하는 업체중에 미세공정서비스에서 가장 앞서있는 삼성전자 팹을 이용해야 세계 시장에서 가격과 품질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니 서로 간의 필요가 비즈니스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진작에 계약이 이뤄졌으면 더 좋았을 것이지만, 이제라도 성사된 것은 LG와 삼성 모두에게 박수를 쳐줄 반가운 일이다.
LG전자가 팹리스 반도체설계사업을 강하게 추진한다면 사업파트너로 하이닉스를 선택할 것이란 예상을 깬 것도 흥미로운데, 이는 현금고갈로 인해 파운드리 사업에 눈을 돌릴 여력도 갖추지 못한 하이닉스에게서 제대로 된 파운드리 서비스를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파운드리란 것이 팹만 빌려주고 마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사업에 관해서는 전에 많이 썼기에 생략하기로 한다.
이제 LG전자가 시스템IC를 개발해서 삼성전자 반도체 팹을 통해 IC가 쏟아져 나오게 되는 시점에서의 후폭풍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최근 LCD사업에서 실질적인 상호교차구매가 성사직전에 와 있는데, 이는 LG와 삼성이 상호 주고 받을 것이 있었기에 논의시작 자체가 가능했던 것이었고, 주변의 입김도 통할 수 있었다. 상호교차하는 것이 서로의 이익인데 왜 하지 않느냐는 시장의 압력을 버티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LG가 팔 수 있는 시스템IC를 확보하게 되면 시스템IC분야에서도 상호교차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을 수 있다. 아니 LG전자에게 부족한 반도체 역량을 삼성으로부터 빌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삼성전자가 최근에 개발에 성공한 소비전력을 줄인 1GHz 대 모바일 CPU는 LG전자에게 구미가 당기는 부품이다. 어차피 LG전자는 휴대폰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퀄컴이든 인텔에게든 비싼 값을 치르고 모바일CPU를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과의 협력관계가 원활해지면 LG전자가 원하는 IC 스펙도 반영할 수 있어 자사 휴대폰 경쟁력을 자체적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게 된다.
오랜만에 LG전자가 주주들의 이익에 어필(appeal)할 수 있는 결정을 내렸다. 더 나아가 삼성의 메모리를 스스럼없이 구매하겠다는 LG오너의 결단이 나온다면 여러가지로 금상첨화(錦上添花)일 것이다.
포투님의 글을 늘 재미있게 읽고 있는 사람입니다만, 최근에 한RSS로 새로운 글이 잘 보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트래픽을 줄이려고 PHP 코드수정을 했었는데 RSS 에러의 원인이었습니다.
한RSS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한 달 이상 수집이 안되었더군요. 지금은 정상적으로 동작합니다.
불편을 끼쳐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한동안 뜸하시다 싶었는데 오늘 한RSS에 포투님 글이 여러개 올라와서 읽고 있습니다.
예전에 빅딜 이후에 흘러다니던 이야기들을 생각해 보면 엘지와 삼성의 협력이라... 격세지감이라고 해야할 것 같네요.
예. 많이 변했습니다. 삼성은 물론이고 LG도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한RSS로 구독하시는 분들은 포투가 한동안 글을 안쓰고 있다고 생각하시겠단 생각이 드는 군요.
스스로 메모리쪽에 대해서 조금알만하다..싶었는데, 저에게 초심을
돌려주시는 통찰력을 보여 주시네요.우연히 들렀다가 많은 것을
얻어 갑니다. 종종 들려도 되겠지요?
세상에 많고 많은 의견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가볍게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LG와 삼성이 메모리 협력을 넘어서 LCD패널 교차구매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맨날 한다는 이야기만 하고 정작 시행하지는 않더군요;;
LCD패널 교차구매건은 삼성, LG가 이제까지 공들인 노력(또는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시행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포투님의 글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타지에서 생활하는데...한국 출장가게 되면...한번 뵙고 식사모시면서 고견을 듣고 싶기도 합니다...^^
이런좋은 글을 혹시 괜찮으시면..주변분들과도 공유하고 싶은데..괜찮으신지요? 부탁좀 드립니다.
공유하셔도 됩니다.
글에 모난 부분이 많습니다. 도움이 되신다면 다행이란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메모리 회사는 아니지만...그쪽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데....탁월하신 식견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한국 출장가면...자세한 말씀 나누고 싶네요...^^ 다시한번 감사드리며....즐거운 한주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