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를 감산한다고 하고 엘피다와 파워칩은 D램을 감산하겠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아직 요지부동(搖之不動)이다. 최근 반도체 개발전략을 수정해 양산기술에 집중해 생산성을 확보하겠다고 오히려 몰아붙이고 있기도 하다.
삼성電, 16년만에 반도체 전략 수정
아마도 삼성전자를 위협할 만한 메모리 제조 경쟁업체가 있었다면 그토록 몰아붙이지 못했을 것이다. 작년 말에 엘피다와 파워칩의 D램,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양산을 위한 300mm팹 증설계획을 보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올해 적어도 3분기까지는 시황이 좋지 않아야 한다고, 또 그렇게 돼야 일본과 대만의 메모리 부품제조기업들에게 커다란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라던 예상대로 힘차게 몰아붙인 결과로, 대규모 시설투자를 감행했던 기업들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를 걸을 수 밖에 없기에, 결국 후발업체들이 자충수를 둔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전에 일본기업들이 한국기업에게 메모리 부품의 왕좌를 넘겨주었던 것은 일본 메모리제조기업들이 불황기에 몸을 사리고 적시에 시설투자를 하지 않았던 전략실패에 기인한다. 이번에는 그런 실패를 되풀이 할 수 없다는 의지로 메모리 불경기로 진입한지 얼마 안돼 공격적인 시설투자에 나섰던 것인데, 이번에는 반대로 메모리 시황이 더 안좋아지면서 애써 투자해 돈 300mm팹을 놀려야 하는 상황에까지 몰렸다. 대규모 투자를 해 지어논 공장을 가동하지 않고 놀린다면 향후 감가상각에 따른 실적악화는 경쟁사보다 더 심할 것이란 사실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300mm 팹이 없어도 또는 200mm 팹이라도 웨이퍼 한 장에서 또는 시간 당 제일 많은 칩을 양산해 낼 수 있다면, 그 기업은 과거 하이닉스가 그랬듯이 거뜬히 생존하고 또 거기에 그치지 않고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한 장의 웨이퍼에서 많은 칩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미세공정기술이 앞서야되겠고, 시간 당 웨이퍼 투입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공정안에서 또는 공정 간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함은 기정사실(旣定事實)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신규투자로는 미세공정기술은 몰라도 시간당 웨이퍼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것은 반도체장비를 다루는데 익숙해져야 특성을 꿰고 있어야 반도체 전체공정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첨단 반도체장비라면 아마도 매뉴얼 익히는데에 만도 많은 시간이 투자되어야 할 것이고 반도체 장비 응용기술은 좀 더 시간이 지나야 여력이 생길 수 있슴이다.
기존의 메모리사업에서의 경쟁구도는 삼성전자의 앞선 반도체 팹에서의 앞선 미세공정기술에 후발업체들의 뒤진 반도체 팹에서의 뒤진 미세공정기술 간의 경쟁이었다. 이렇기에 후발업체입장에서는 뒤진 미세공정기술을 만회하기 위해 반도체 장비 잡고 수율 높이기 또는 시간 당 웨이퍼 투입량 늘리기에 몸부림을 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삼성전자의 공정기술 전문가들에게는 최첨단 반도체장비 만을 다루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어서 반도체장비를 가지고 초 단위 공정분석을 통한 웨이퍼투입량의 확대분야에서는 후발업체에게 뒤질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보고 있다. 그것은 반도체장비를 잘 알고 오랜 시간동안 같은 반도체장비를 다뤄 봐야 공정시간을 단축할 틈도 발견해 낼 수 있는 것이지, 분기마다 쏟아져 들어오는 최첨단 반도체장비를 보며 삼성전자 장비기술 전문가들이 이미 들어온 반도체장비가지고 씨름할 틈도 없었다는 것이며 새로운 반도체장비를 돌아보기 바뻤다고도 볼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삼성전자의 선도기술과 후발업체의 후행기술의 숙련도 경쟁에서 후발업체들이 300mm 반도체 신규팹을 증설해 미세공정기술로 삼성전자와 대결하는 구조도 바뀌게 되자 후발업체들에게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첨단 반도체 장비를 따라가는데도 힘에 겨운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하이닉스도 기껏 낸드플래시 전용 300mm반도체 팹을 청주에 지어놓고도 풀가동을 미루고 있고, 엘피다와 도시바, 파워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는 최신 반도체장비로 램프업된 신규메모리 공장에서의 생산성을 자신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실 정상적으로는 최신 300mm 팹에서의 양산성은 세계최고여야 옳다. 아니 적어도 그 기업 내에서의 양산성은 최고여야 옳은 것이다. 후발업체들이 과감한 투자를 감행한 이유가 삼성전자가 앞서가는 미세공정기술을 따라가 보자는데 집중을 했다고 보여지기에 양산성은 자사 내 최고인 팹이어야 하는 것인데, 신규 팹에서의 풀가동을 미룬다는 것은 예기치 못했던 문제점이 발견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음식도 먹어 본 사람이 맛을 제대로 안다고, 반도체 장비도 새로운 최신 반도체 장비를 많이 다뤄본 사람이 많은 삼성전자와 한 세대 뒤진 반도체 장비를 가지고 씨름하던 사람들이 많은 후발업체와의 경쟁은 이미 삼성전자 쪽에 승기가 기울어진 채 물량전쟁이 진행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니 후발업체들이 삼성전자를 이겨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시간이 흘러 새로운 반도체 장비가 익숙해질 즈음에서야 후발업체들의 반격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나 그동안의 대규모 시설투자로 인한 수익악화는 후발업체들의 미래 투자여력을 갉아먹게 될 것이니 또 다시 전의 경쟁구도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LCD 패널 부품 사업에서도 LGD를 비롯한 대만기업들이 감산에 나서고 있으나 삼성전자는 그대로 간다고 하던데, 이러다가 세트기업이 아니어도 부품공룡으로 세계IT업계를 지배하는 엉뚱한 패러다임(paradigm)이 만들어지는 역사의 현장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깊이 있는 내용의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근에 삼성이 샌디스크를 인수한다고 하였는데, 신문을 보면 그 내용이 그 내용이더군요.
나중에 깊이 있는 분석글 기대하겠습니다^^
샌디스크 역시 부품제조회사이지요. 다만 삼성전자가 M&A에 나섰다는 데 의미를 많이 두면 될 뿐이란 생각입니다. 첫 M&A로 VIA나 ARM이 더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부품공룡이란말이 참 맘에 드네요.
나라도 엉망이라는데(?)
여기라도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삼성전자를 부품공룡이라 표현하는 데에 억지스런 면이 있습니다. 존도님이 재미있게 생각하신다니 다행이란 생각입니다.
그럼 하이닉스는 이에 어찌 대응해야 할까요?? 한 나라안에서 두 반도체 기업 모두 잘되는 길은 없는지요. 여러모로 현재 시장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하이닉스는 이미 다른 길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봅니다. 여러사업을 동시에 하면서 기존의 사업방식을 버리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어찌될 지 모릅니다.
확실한 것은 하이닉스의 역량이 분산되는 만큼 메모리 양산 경쟁력은 그 만큼 떨어질 것이라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메모리시장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아직 진행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언제나 삼성전자가 정점에 있었지만, 그 자리를 확고히 하지 못하는 중입니다.
역시 문제는 메모리 반도체 특히 기존의 낸드 플래쉬와 DRAM의 기술 발전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지고 있고, 현실적으로 현재 상황은 그 집적기술 개발 속도로만 보자면 정체 또는 한계라는 표현이 적당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감산과 증산이라는 원초적인 경쟁상태에 삼성조차 휘말린 것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습니다. 더 이상 현저한 기술력이란 없다는 것이지요.
오히려 DRAM 에서는 마이크론이 낸드에서는 도시바가 변합없는 기술 우위를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며 삼성전자는 이들을, 하이닉스는 삼성전자를 뒤쫓아 가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만, 반도체 라인이 예상외로 3D적인 노동 희생을 바탕으로 생산량을 유지하기 때문에 또, 생산기술 면에서 실질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기에 원가 경쟁력에서 두 회사가 앞서나가는 것이고, 특히 삼성은 자본과 수요처를 갖고 있기에 자신있는 행보를 보일 수 있는 것이지요.
개인적으로는, 하이닉스가 현재 눈을 돌리고 있는 RFID, 자동차용 반도체 등에서 성공하여 업종 전환을 이루었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메모리 시장이라는 정글은 투자여력과 기술 등에서 뒤떨어지는 상황에서 버티기는 힘든 곳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지만, 자동차용 반도체와 같이 그 안정성이 직접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시장에서 현재의 메모리에서 보여지는 품질 경쟁력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메모리시장에서의 승자결정전이 만약 메모리 사업만을 가지고 겨루는 것이었다면 삼성전자가 우위에 서기 힘들었을 겁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경쟁기업 모두에게 삼성전자가 우위를 점해야 하는 일 대 다자 간 전쟁이니 말이지요.
그런데, D램 물량 전쟁 중에 삼성전자에게 승운이 닿았는지 다른 사업인 LCD와 휴대폰 시황이 좋았습니다. 그렇기에 D램에서 자신있게 몰아붙였던 것이고, 이왕의 싸움 낸드플래시까지로 확전하게 한 힘이 돼 주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LCD가 한 풀 꺽이면서 또 휴대폰에서 노키아가 힘을 쓰면서 여력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보여집니다. 그렇기에 삼성전자로서도 단시간의 승부가 필요하리란 판단을 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막바지에 온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이닉스가 추진하는 RFID와 반도체용 반도체는 급작스런 사업입니다. 준비가 안돼있던 사업이란 것이고, 하이닉스가 잘하는 메모리 셀로 해결할 수 없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리란 생각입니다. 아날로그 관련 IP는 귀하니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그 길에 들어섰으니 빠른 길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