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가격이 올해들어 폭락을 거듭하니 말들이 많이 나온다. 작년 연말 대비해서 70%이상이 떨어졌는데, 그래도 D램 공급량은 줄어들지 않고, 줄일 계획도 없는 것이 삼성전자, 하이닉스의 전략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D램 가격이 생산 원가를 밑돌게 해서 영업적자가 누적되면 대만, 유럽, 미국, 일본의 D램업체가 팹 가동을 줄이던가 설비투자의 지연, 보류시키게 해 D램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그동안 벌어논 사내 유보금이 버티기를 할 수 있는 여력을 갖게 한 것이다.
그런데, 과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일견 보기에 삼성전자는 D램에서 적자를 봐도 낸드 플래시나 휴대폰, 가전 사업에서 나오는 이익으로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LCD가 발목을 잡고 있다. LCD 사업이 이익이 발생하기는 커녕 장기 적자사업으로 돌입하고 있는 과정이고, 언제 꾸준한 이익이 발생할지도 예측하기 힘들고, 사업을 유지하려면 추가투자를 계속해야 하고 이래저래 돈먹는 하마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이닉스는 D램에서 영업적자를 보고 이를 플래시메모리에서 상쇄를 시켜야 하는데 이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 세계의 메모리 업체들이 D램과 플래시메모리를 병행해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D램에서 보는 손해를 참다가 참지 못하면 제일 먼저 할 일이 D램을 생산하던 팹에서 플래시메모리로 전환해서 생산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D램 가격 폭락 현상이 플래시메모리로 전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결국 D램이나 플래시메모리나 같은 연장선에 있는 것이고 버티기를 해봐야, 세계 D램 업체들이 감산을 하든 그렇지 않든 3개월은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3개월 이상을 우직하게 버틴다면 공멸의 길로 갈수도 있다. D램 가격이 저가로도 생산이 될 수 있다라는 인식을 시장에 확고하게 심게 된다면 메모리 사업에서 막대한 이익을 내는 시기를 스스로 접게 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이다.
볼펜을 200원에 팔던 것을 볼펜회사가 줄어들어 볼펜 공급이 수요에 못미친다 해서 1000원에 판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220원에 팔게 되면 다른 볼펜회사가 생겨나 공급을 늘릴 것이다. 그럼 또 다시 가격이 내려질거고, 그런게 무서워서라도 가격을 200원에 유지하려 할 것이다. 이제는 메모리가 생필품이 되었다. 메모리 업체들이 줄어들기 보다 오히려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메모리사업이 디스플레이 사업과 동조될 우려가 있다. 기껏 투자해봐야 이익을 얻지 못하는 구조를 스스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혼자서 다 벌려고 하지 말고, 같이 먹고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같이 굶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라는 부품으로 막대한 이익을 내던 시기는 지나갔고, 메모리 부품을 이용한 완성품 업체가 예전 메모리 업체가 벌던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