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2009년 2분기 영업실적이 좋았다. 삼성전자는 DS와 DMC로 나뉘어 있다. 2분기 실적이 세트와 부품 부문간의 투톱(DS 이윤우 부회장, DMC 최지성 사장)체제의 톱니바퀴 산물이라 하지만 포투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DMC의 창조경영에 의한 실적호전으로 본다는 것이다. DMC의 LED TV와 제트폰에 의한 실적호전을 말함이다.

DS는 투자가 움추러 들었다. 이는 DS부문이 독자적으로 시설투자를 집행할 수 없는 한계를 갖기 시작한 때문이다. 버는 돈이 없었으니 투자를 감행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2009년 1분기에 가동률을 낮춘 것은 실기다. 여태 삼성은 시황에 따라서 가동률을 크게 조절하지 않았었다. 경쟁업체를 살리는 수요공급 맞추기는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가동률을 줄일 처지니 신규 시설투자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삼성전자의 DS부문 신규시설투자 얘기는 2분기까지 나오지도 않았다. 이제서야 미국 오스틴 공장의 낸드 캐파를 6만장에 10만장으로 늘리겠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을 뿐이다. 국내에서 그렇게 초미의 관심사였던 8인치 팹의 12인치 팹으로의 전환(화성 10라인의 팹증설 투자)도 시간만 끌어 왔고 결정이 아직도 되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의 DS부문이 성장해 왔던 동력은 불황에 아랑곳없는 시설투자였다. 삼성전자가 수요와 공급을 잘 가늠해서 공급량을 늘린 것도 아니었고 때를 잘 탄 것도 아니었다. 불황에 신규시설투자를 하면 호황에 공장이 완공됐을 뿐이다. 달리 말하면 불황에 투자했기에 지금의 삼성전자가 있을 수 있었다. 불황기에 호황을 예측해서 시설투자를 한 것이 아니라 무턱대고 시설투자한 것이 싸이클에 맞춰져 왔다는 것이다. '무턱'이라는 표현을 달리 말하면, 불황기에 투자해야 2년 후에 올 호황기에 공장이 완공될 수 있다는 단순경영이 힘을 발휘했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싸이클이 있었기에 단순투자가 힘을 발휘해 왔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은 삼성이 싸이클을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는 하나 언제나 확실한 것은 없었다.

이는 LGD가 8세대 시설투자를 결정한 시점을 보면 알 수 있다. 남들은 공급초과를 걱정하고 있을 때 권영수사장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이는 과거 삼성의 투자결정 방식이었다. 지금 삼성전자는 샤프가 10세대 LCD패널 공장을 완공시킬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11세대 LCD패널 신규공장 투자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으며 메모리에서는 신규팹 투자를 거론치도 못하고 있다. 벌써 3분기에 들어서 온 세상이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하는 시점에서도 말이다.

DS에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음은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삼성이 투자하는 방식은 이것 재고, 저것 재서 한 것이 아니었다. 시황에 관계없이 분기별 공급량을 꾸준히 늘려왔을 뿐이고 경쟁사는 그렇게 하지 못해 호황이 찾아오면서 그 수혜를 삼성이 먼저 가져간 덕분에 지금의 메모리가 있고 LCD패널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던 것이 삼성이 DS와 DMC로 나뉘어지면서 DS 시설투자가 움추러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삼성이 투자에 앞서 수요와 공급을 따지고 있다. 이렇게 따지는 것은 경쟁업체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경제관련 기자도, 경제학자도, 일부 소비자도 주판을 튕겨보고 있는 일이다. 모두가 최적의 투자시점이라고 볼 수 있는 시기에 투자를 결정하면 누구나가 예측하는 투자시점이기에 최적 투자시점은 맞을 수 있어도 돈이 되는 시점은 아니다. 이렇게 삼성이 남들도 예측할 수 있을 때 투자를 해서 지금의 지배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해 큰 투자는 몸을 사리면서 적은 투자로 실속을 차리려고 하고 있다. 성공투자흐름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실속을 챙기면 좋을 텐데 실속에 눈이 어두어 큰 흐름을 돌리려 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 잔 재미에 빠지게 되면 경영도 R&D도 잔재주 쪽으로 촛점이 맞춰지게 된다. 언젠가 삼성이 하이닉스의 강점을 벤치마킹(benchmarking)했다라는 표현을 한 적이 있는데 벤치마킹까지는 좋은데 삼성의 강점을 잃어가는 모습을 같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낸드메모리에서 이미 인텔과 마이크론에 선수를 빼앗겼다. 계단식 미세공정 개발 관행이 후발업체에게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기존발상을 깨는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음이고 D램과 낸드 개발일정을 비슷하게 잡은 탓이다. 특성을 고려했다면 선수를 빼앗기지 않았을 것이다. D램과 낸드가 크게 다른 점은 리플래시(reflash)다. 낸드는 셀(cell)만 설계되면 타이밍은 고려치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D램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한 웨이퍼에서 복수의 셀을 검증할 수 있다. 오직 셀 구현만을 보면 된다는 것이다. D램과는 다르게 접근한 노력이 마이크론에서 보이고 있다. D램에서는 뒤지면서 낸드에서는 삼성을 앞서고 있다. 아직도 삼성은 기존의 개발스케줄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일정만 앞당긴 것이라 본다는 것이다. 개발방식에 변화를 준 것이 아니라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래서는 시행착오가 나올 수 있음이다.

삼성이 조금은 1등의 나태가 보이기도 한다. 삼성이 빼앗기 위해 노력했던 메모리와 LCD 패널 1등을 위한 절박함이 없어지고 관행에 의한 느슨함이 조직에 배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있다는 것이다. 기존방식만을 고수하다가 1등에서 물러난 기업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일단 후발에게 한 방을 먹었으면 변화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삼성에게서 변화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DMC에서는 창조적인 모습이 보이는데 DS는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트폰에 들어간다는 삼성AP도 LED TV에 들어가는 LCD패널(LED BLU)도 DMC가 적극 채용하지 않았다면 묻혔을 가능성이 높다. DS가 주도하는 것이라면 DMC에 의해서가 아니라 글로벌 표준에서 역량을 보였어야 한다. 그것이 DS가 나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는 DS가 부품사업을 영위하고 있기에 그런 것이다. 어느 한 세트업체에 맞춰 공급한다는 것으로는 삼성 부품부문인 DS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이고 커다란 실적일 수도 없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DS(메모리, LCD패널)의 삼성지배력이 약해질 것이다. DS가 투자할 여력이 없다면  DMC가 보탤 수 있는 경영시스템이 마련되야 한다. DS가 자체적으로 투자여력을 갖출 시점에는 모든 경쟁기업들도 숨을 돌릴 시점이 된다. 삼성이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짐작 못할 바는 아니지만 6개월 정도만 이렇게 지나간다면 크나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의 부품지배력을 말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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