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다와 마이크론이 올 연말께 40나노 대 미세공정 전환을 추진한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추진시점이 비슷하다. 현재 엘피다가 65나노, 마이크론이 68나노로 D램을 찍어내고 있는데 40나노대 공정을 넘보고 있는 것이다.
기술력이 딸려서 50나노대를 건너뛰고 40나노대를 성공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맞는 말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40나노대를 추진한다고 했으면 당장 50나노대 쯤은 쉽게 라인에 적용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40나노 전환을 시도한다는 얘기는 전환을 위해 반도체장비를 셋업시킨다는 의미다. 기술이 떨어져 당장은 전환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50나노대를 셋업시키는 노력을 40나노에 집중한다는 얘기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즉, 현재 60나노대 D램을 찍어내고 있다가 실전적인, 쉽게 접근 가능한 50나노대를 건너뛴다는 얘기는 기존 라인 공정전환의 순서를 따르지 않겠다는 의미다. 보통은 50나노대에 공정기술 개발인력이 배정되고 40나노에 일부 연구인력이 배정돼 공정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데 50나노대를 건너뛰면 온 개발인력이 40나노대에 집중하는 결과를 낳는다.
엘피다와 마이크론 경영진 입장에서는 40나노가 국내 전문가들의 뜻대로 내년 4분기 쯤 가서야 성공하게 된다면 그동안 D램은 60나노대 공정으로 찍어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DDR3는 언감생심이다. 그야 말로 배수의 진이다.
과거, 언젠가, 1년 반은 넘었지 싶은데 국내 H사가 60나노대에서 헤매고 있을 때 그까짓 돈안되는 공정 집어치우고 50나노대 공정전환에 집중해야 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수율이 나오지 않는 60나노대를 붙잡고 앉아있을 시간에 과감히 폐기처분하고 50나노대에 집중하면 수율부진으로 손해를 나는 것이나 50나노대 셋업으로 지연되는 물량확대로 인한 손실이나 매일반이나 마찬가지이니 50나노대에 집중할 만하다는 글이었었다.
그런데, 결과론적으로는 H사는 60나노를 손실에 울면서도 부여안고 가는 방법을 택했다. 그동안 60나노 수율부진으로 까먹은 돈이 얼마며, 60나노대 수율을 안정화시키느라고 투입된 개발인력으로 앞선 공정 개발지연에 따른 손실이 얼마일까를 돈으로 환산하면 300mm 10만장 캐파 D램 팹 하나 쯤의 시설투자비 쯤은 충분히 나올 것이다. 수율이 안나와 돈을 잃고, 50나노대 미세공정에 매진해야 할 개발인력의 일부가 60나노대 실전공정 라인에 투입되는 개발력 분산을 가져왔고, 공을 들이는 만큼 내치기 힘들어 계속 끌고가는 악순환에서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형국으로 악화됐다. 바둑에서 버리는 돌이 있듯 60나노가 그래야 했다.
하긴 들인 돈이 얼마인데 이제와서 60나노대 공정을 포기하겠느냐는 것이다. 아마도 평생 끌고갈 수 있다면 끌고 가고 싶은 만큼의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인사가 있을 수도 있다. 50나노대로의 이전도 엄청 늦어버렸다. 이 모든게 60나노대 심혈을 기울였던 고집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쨋든 엘피다와 마이크론이 추진하는 40나노대 미세공정 전환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잘하면 내년 1분기가 가기 전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런 경영판단이어야 D램 특히 DDR3 장사를 접을 수도 있는 '50나노 건너뛰고 40나노' 올인전략을 펼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내 H사는 애착을 버릴 수 없어, 겁이 나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지만 엘피다와 마이크론이 나란히 추진하겠다고 나선 배경은 충분히 있을 것이다.
가능성이 보였기에 또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가 나타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미세공정 전환은 장난이 아니다. 40나노대 공정전환을 위한 반도체 장비는 현재 최고가와 최고 사양을 자랑할 것은 뻔하다. 다뤄보지도 않은, 만져보지도 못한 장비를 왠만큼 다루기에도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40나노대 구현이 가능한 반도체장비를 고가로 구입해 D램을 찍어내겠다는 것은 확신을 심어주는 어떤 목소리가 없는 한 벌일 수 없는 일이다.
32나노대 낸드에서도 '못한다 못한다' 했는데 인텔과 마이크론은 해낸 바 있었다. 이번에도 40나노대 '못한다 못한다' 부르짓고 있지만, 결국 해낸다면 따라가기 위해 분주해질 것이다. 지금 낸드 32나노대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과 같이 말이다. 경쟁사가 건너뛰는 승부수를 뛰운다면 삼성도 건너뛰기를 해야 한다. 확인하고 가기에는 지금까지 벌여놓은, 벌려놓은 사업이 크다. 더구나 돈도 제대로 벌지도 못하고 쏟아붓기만 한 사업기반이다. 방관하다 송두리채 날아갈 수 있슴이다.
일단 수소문해야 한다. 무슨 확신으로 불나방이 저 죽을 줄 모르고 불에 뛰어드는지 말이다. 혹시 불나방이 불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꿀을 향한 것이라면 문제가 커질 수 있슴이다. 기술을 자신하면 안된다. 기술은 언제라도 한순간에 뒤집힐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마력이 있기에 지금도 불철주야(不撤晝夜)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연구원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