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30나노 미세공정으로 당초 계획했던 내 년 말에서 상반기로 6개월 앞당겨 양산을 시작한다고 한다. 경쟁업체들은 감산에 돌입하고, 낸드플래시 캐파를 줄이고, D램으로 돌리고, 투자계획을 미루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메모리 가격약세에 부채질할 수 있는 미세공정전환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설비투자는 줄인다고 하면서 미세공정의 빠른 전환으로 비트 그로스(bit growth)는 상승세를 유지하려는 선두업체의 전략이 무시무시하기까지 하다.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독주’ 굳힌다
삼성, 30나노 낸드플래시메모리 조기 양산

메모리가 원가 수준이하로 가격이 떨어져도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디스플레이 업체들과 다르게 양산능력을 유지하려고 버티는 이유는 메모리 가격 하락 폭 보다 원가절감을 더 하면 마진을 얻어낼 수 있다는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3분기까지 삼성전자 만이 메모리 사업에서 흑자를 냈고 그외 메모리 기업들이 적자를 본 이유는 간단하다. 메모리 가격 하락 폭 보다 원가절감을 하지 못한 것이 이유인 것이다.

지금 이런 와중에서 삼성전자가 30나노 미세공정전환을 서두른다고 하고 있다. 60나노대의 기존장비를 이용해 30나노 미세공정전환을 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자가정렬이중패턴기술'(SaDPT:Self-aligned Double Patterning Technology)을 무기로 하고 있다. 기존 구형 반도체장비를 이용해 첨단미세공정기술을 적용하는데 타(他)의 추종(從) 불허했던 기업이 있었다. 그 기업은 지금 메모리 원가를 맞추지 못한다는 이유로 기존 반도체 장비를 헐값으로 팔아넘길 궁리에만 몰두하고 있는데, 선두기업은 그 기업이 과거의 전유물로 바로 뒤에까지 따라오던 모습에 자극을 받았던지 철저한 벤치마킹(benchmarking)을 한 모습이다.

어차피 메모리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외부변수가 호전되기를 기다리며,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며 버티고 있는 것 보다는 공격적인 움직임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 이미 삼성전자가 앞 서 나갔다. 내년 상반기에 30나노대 낸드플래시메모리가 쏟아져 나오면 지금의 낸드메모리 가격하락에도 삼성전자는 충분히 마진을 남길 수 있게 된다. 물론 삼성전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낸드플래시에서 적자를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30나노대의 미세공정기술로 낸드플래시메모리를 양산했는데도 적자가 난다면 40나노대로 낸드플래시를 양산해 내는 기업들은 보나 마나인 것이다.

주력 메모리 가격이 80센트라면 원가를 70센트로 줄이면 돈을 벌 수 있다. 디스플레이는 그렇지 않다. 원가절감을 아무리 해봐야 지금 원가가 200달러인 원가를 100달러까지 줄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불황기가 오래가지 않는다. 기껏 해 봐야 1년 정도면 족한 것이다. 그러나, 메모리 사업은 그렇지 않다. 10달러를 받던 메모리가 1년만에 1달러로 떨어져도 돈을 벌 수 있는 기업이어야 생존하는 시대로 돌변했다. 반대 이유로 디스플레이 업계는 1위기업이라도 하위기업들을 마구 몰아세울 수 없다.

메모리는 다르다. 이제 봐주고 말고 하는 상황이 아니다. 불황이라고 해서 원가줄이기는 멈추지 않는다. 호황기에는 분기마다 15%의 원가절감으로도 돈을 벌 수 있었고 지금은 분기 원가절감이 30%여야 돈을 버는 세상으로 바뀌었다면 그에 맞게 원가를 줄일 방법을 찾는 것이 옳다. 캐시버닝(Cash Burning)이란 말이 나노고 있는데, 무조건 아니라고만 하고 돈 안 쓸 궁리만 할 것이 아니라 돈을 좀 더 쓰더라도 앞선 미세공정을 적용해 원가줄이기를 공격적으로 하는 것이 생존할 가능성이 더 많아 보인다. 예전에 버티기로 일관하다 호황기를 맞이하던 시기는 다시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낸드플래시메모리 가격은 큰 수요가 창출되기 위해서는 더 떨어져야 한다. 가격이 떨어지는 분위기이고, 더 떨어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원가를 더 줄일 밖에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왕(已往)에 사업을 한다면 말이다.


  1. 존도 2008/12/12 11:23  address  reply

    포투님이 풀어쓰신 삼국지를 보다보면 참 재미가 있습니다.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포투 2008/12/12 15:08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재미없게 쓴 글을 읽으시면서 재미있다 하시니 오히려 제가 재미있습니다.

      쓰는 글이 경제적으로 재미나는 글이면 정말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2. 오픈검색 2008/12/12 16:54  address  reply

    삼성전자의 반도체 분야에서의 움직임을 포투님이 쉽게 풀어 주셔서 존도님 말씀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늘 감사드립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분야에서의 움직임을 참으로 탁월한데, 아무래도 승자의 여유이겠지요.
    그런 모습이 소프트 분야에서도 보인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무리겠지요^^;;

    • 포투 2008/12/14 20:26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국산 반도체 장비, 재료, 부품사를 안고 가면 좋을텐데, 외국사 편애 또는 국내사 홀대하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왜 삼성전자가 그렇게 일본, 미국 기업을 좋아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품질대비 가격경쟁력은 국내사들이 월등한 분야가 많은데도 말입니다.

      삼성전자가 자체 수익성을 높이는 차원에서라도 국내 중소, 벤처사의 부품 구매 비중을 높인다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3. 하이닉스주주 2008/12/12 17:19  address  reply

    말씀하시는 게 기존장비를 사용한 공정미세화로 살아남았던 후발주자는 그 동력을 잃어버렸다는 말씀이로 읽히는데요... 그럼 그 때 그런 노력을 하던 사람들은 전부 짤린 건가요?
    공정으로 봐서는 수율이 같다면 후발주자는 클났네요... 기술 격차가 막대하던데... 개인적으로도 볼 때마다 - 이젠 포테이토 이야기까지 나오지를 않나 - 환장하겠고요.

    • 포투 2008/12/14 20:34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실무진들은 그대로인데 방향을 설정하고 결정하는 사람들이 문제입니다. 담당 직원들은 한정적이고 신규로 채용하기가 어려운 시절에 일을 벌려 놓으면 강했던 분야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란 생각입니다.

      하이닉스 직원들은 항상 열심히 일하시는데 방향타가 잘못돼 있으니 일을 열심히 해도 일한 보람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책임질 사람이 없으니 문제입니다. 그냥 왔다 가면 그만인데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문제입니다. 돈을 억수로 까먹고 가도, 책임을 지울수 없으니 답답하단 생각입니다.

  4. 2008/12/12 19:55  address  reply

    삼성의 끊임없는 혁신과 개선은 분명 중요한 경쟁력 중의 하나이지만
    3xnm 조기 전환 이슈는 다르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삼성 4xnm 수율 및 품질이 예상보다 저조해 3xnm로 넘어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 엘피다가 65nm 수율이 안좋게 나오자 62nm로 일부만 개선시켜 생산하는 것 처럼 말입니다.

    • 포투 2008/12/14 20:37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건 저렇건 삼성전자의 움직임이 공격적이란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공격적인 움직임이란 것이 큰 돈이 들어가는 일이고 말입니다.

      제대로 따라올 자(기업)가 얼마나 있을까를 지켜봐야 할 것이란 생각입니다.

  5. 메모리왕 2008/12/12 22:02  address  reply

    위에 쓰신 무시무시한 삼성이란 표현이 아주 적당하다고 생각 합니다.
    반도체는 역시 삼성...이란 말 밖에는...개기면 죽는다. 뭐 이런건가요.
    이런불황이 몇년가도 삼성은 끄떡도 안할턴디...하위업체는 참...

    • 포투 2008/12/14 20:40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독보적인 위치로 자리매김 하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한 일년 정도 더 나아가면 확실한 캐시카우를 확보하는 길이 될 것이란 생각도 하게 됩니다.

  6. 헬보이 2008/12/14 15:24  address  reply

    이렇게 계속 지속한다면....
    하이닉스 청주 300mm 공장은 삼성전자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많겠네요...
    현재 하이닉스가 청주 300mm 공장담보로 5천억원을 빌려주는데.....나중에 낸드 시황이
    최악이면 담보처분을 해야하는데...아무리 매국노라도 외국업체에게 팔리는 만무하고....국내기업인
    삼성전자..혹..엘지 밖에 매수자가 없을듯합니다. 현재 하이닉스의 낸드 점유율은 많이 내려간
    상태이기때문에....독과점 우려는 불식 시킬수도 있고....
    포투님이 말씀하신것처럼...삼성전자 OEM업체로 전략할 수도 있을 가능성이 보이네요..
    결론은 삼성이 낸드에서 독보적으로 미세공정으로 전화하면..도시바로 손 털고 나와야 되지않을까
    싶습니다. 포투님의 글에 감사드리면....포투님의 댓글 의견은 어떻하신지?
    마지막으로..하이닉스가 살려면...최선이 아니어도 차선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되는지
    고견 부탁드립니다.

    • 포투 2008/12/14 20:52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삼성전자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하이닉스는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여러 분야에서 경쟁사들이 많습니다. 휴대폰에서는 노키아가 있고 LCD패널에서는 LG그룹이 있습니다. 모바일용 CPU에서는 인텔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TV에서는 소니와 부딪치고 있고 말이지요. SSD에서는 도시바와 인텔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쟁 IT기업은 하이닉스가 하기에 따라서 우군이 될 수 있습니다.

      범용IC로 삼성전자와 승부하기에는 힘이 딸립니다. 정통 파운드리는 할 수 있는 능력이 안되지만 종속 파운드리는 가능하단 생각입니다. 이는 삼성전자가 하기 어렵습니다.

      하이닉스가 팹을 세상에 내던진다는 각오라면 안될 것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7. 니오 2008/12/16 14:20  address  reply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행보는 정말 혀를 내두를 만큼 과감합니다. 역시 과거 성공적인 선례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아닐까합니다. 어찌되었던 삼성전자의 전략과 방향을 잡는 수뇌부들의 움직임은 참으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성사는 안되었지만 Sandisk인수에서부터 지금의 30나노대 공정조기전환 등등 이런 일들이 확실히 성공할 지는 두고봐야 할 일들이지만 상대 경쟁 기업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흔들어 놓는 정도만 봐서도 일단은 성공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이닉스가 이런 여러가지 일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 만의 강점이 있는 position을 유지 하던지 아니면 과거의 성공 패러다임을 부스고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할 듯 합니다.
    특히, 각국의 여러정부들이 반도체 메모리업체에 대한 지원이 기사로 슬슬 고개를 들고 있으니... 향후 경쟁은 더욱 치열하고 여러가지 예기치못할 이슈들이 더욱 많이 생길 것이라 예상되네요. 그래서 더욱 흥미 진진해 질 듯 합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 포투 2008/12/17 08:12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전략이 서로 달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 가는 길을 한참 뒤떨어진 기업이 흉내낸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삼성전자가의 최근행보는 약체기업들에게는 두려움으로 다가설 것이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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