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다와 파워칩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중에서 프랭크 후앙 파워칩 회장이 언급한 말에 눈이 간다.

“타이완메모리가 우리와 무슨 차이가 있는 지 모르겠다”
日 엘피다, 대만 파워칩 지분 52% 확보

파워칩은 기술이 없어 엘피다의 D램제조기술을 이용해 D램을 만들어내는 회사고, 타이완메모리 또한 기술이 없기는 마찬가지여서 D램 또는 낸드플래시 포함한 메모리 기술을 엘피다 또는 마이크론으로 부터 이전받아 메모리를 양산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설립되려고 하는 회사다. 이렇게 보니 프랭크 후앙 파워칩 회장이 말한대로 파워칩과 타이완메모리가 비슷하다. 그렇다면, 타이완메모리가 굳이 생겨야 하는 타당성이 필요하게 된다.

파워칩은 민간기업이고, 타이완메모리는 대만정부가 돈을 대고 메모리 생산기술과 생산시설을 가진 민간기업을 참여시키는 민관합작기업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파워칩 회장이 언급한 '무슨 차이'라는 말이 포투에게 느껴지는 뉘앙스(nuance)는 "그래 타이완메모리가 만들어져서 파워칩 보다 무엇이 더 나을 수 있겠나" 하는 비관적인 목소리다.

대만은 파운드리 반도체생산에 강점을 지니고 있고 이를 메모리사업으로 확장하려는 중이었다. 기술이 없어 일본의 엘피다와 미국의 마이크론으로부터 D램생산기술을 이전받아 메모리를 양산해 왔고, 얼마전까지는 사업이 순조로웠다. 이번 D램 치킨게임 막바지에 닥친 세계적인 경기불황을 제외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사실 독일 키몬다가 파산신청을 하면서 치킨게임이 마무리되는 수순이어야 했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치킨게임의 끝에서 밀어닥친 불황의 여파는 안그래도 체력이 약해진 메모리기업들에게는 치명타로 작용했고, 그 틈새를 대만정부가 간섭하고 나섰다. 뭣도 모르는 공무원들이 그냥 돈이나 퍼부어 주고 민간에 맡기면 될 것을, 어줍잖게 입김이 세지니 대만 메모리업계가 난감한 지경으로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만 공무원들이 신바람이 나 얼토당토 않은 타이완메모리를 만들겠다고 나서니 맞서지는 못하겠고, 잘 구슬려서 자금지원은 받아내야겠고, 공무원들이 원하는대로 줄서기를 했다가는 이도저도 안되겠어서 파워칩 회장은 타이완메모리로 들어가지 않고 독자생존(엘피다, 파워칩, 렉스칩)을 모색하려 하나, 그동안 동지였던 엘피다는 렉스칩을 포장(지분 추가 투자)해서 타이완메모리로 들어가려 한다. 이 어려운 시기에 엘피다가 렉스칩 지분 48%에서 52%로 늘리기 위해 들인 돈은 미화 3,070만 달러다. 우리나라 돈으로는 430억원(1달러 당 1,400원 환산)에 해당하는 돈이다. 엘피다가 지분 50%를 넘겨 52%를 획득해서 렉스칩을 자회사로 편입했으니 파워칩이 반대해도 타이완메모리의 품으로 날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든 셈이다. 엘피다와 파워칩과의 밀월관계가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벌어진 틈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겉으로 들어난 상황을 보고 짐작해보자면, 엘피다는 '갈데까지 가보자'가 아닌가 싶다. 그만큼 엘피다가 다급하다는 방증(傍證)일 것이다. 다급하다는 것은 엘피다의 대주주들(NEC, 히타치)이 추가적인 자금투입을 꺼려해 돈이 나올 구석이 없다는 점에서다. 이를테면 대주주들도 엘피다에 돈을 투입하는 것이 계산이 서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파워칩의 입장에서 보면 타이완메모리는 메모리파운드리의 아류(亞流)다. 메모리 파운드리 사업아이디어는 프랭크 후앙 파워칩 회장을 포함한 대만의 메모리업체들 창업주들에게서 나왔을 것이다. 직설적으로 대만정부를 민간기업이라 가정하고 얘기를 풀어 보면 적나라(赤裸裸)해 진다. 대만의 메모리기업들(파워칩, 난야, 프로모스, 이노테라, 렉스칩, 윈본드)이 불황기에 흔들리는 틈새를 노리고, 그동안 일궈논 메모리기업들의 시장과 생산시설을 권리금없이 송두리채 빼앗아가려는 악당이 출현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악당이 일개 민간기업들이 맞설 수 없는 대상이어서, 악당이 하자는대로 기분을 맞춰주려 하나, 이랬다 저랬다 하니 어느 장단인지 맞출 수도 없고, 일각이 여삼추(如三秋)인 국면에 빠져들었다고 볼 수 있다.

어쨋든, 파워칩 또는 난야가 타이완메모리와 손을 잡을 것이라 본다면 낙오되는 대만 메모리진영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대만언론에서 흘러나왔던 마이크론이 가까워졌다란 뉴스가 신빙성이 있다는 신호를 엘피다가 렉스칩 지분을 추가인수하면서 보여줬다. 정황상으로만 보면 타이완메모리는 D램과 플래시메모리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마이크론과 기술협력하고 렉스칩을 엘피다가 갖다 바치는 모양새다. 엘피다가 파워칩을 배신한다는 것이다. 불황기는 배신의 계절이라고 하더니만 메모리업계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하이닉스의 기술을 가져간 프로모스가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더니만, 파워칩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리라고 그동안 믿었던 엘피다가 등을 돌린다. 그렇다면 프로모스는 체력이 약해 퇴출1순위라고 보고 시장에서 사라진다고 한다면, 파워칩이 다음으로 시장에서 사라지는 시나리오를 써도 될까 하는 생각이다.

적의 적은 동지라 했던가?

대만이라는 작은 섬나라에 있는 고만고만한 기업들을 좀 큰 다른 섬나라 기업이 헤집고 다니는 꼴이다.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국민들의 비난이 비등했을 것이다. 대만이란 나라 국민들은 그냥 넘어가나 싶기도 하지만, 타이완메모리는 대만국민이 낸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민관합작기업이다. 이번에 나온 시도도 쉽지 않음이다. 엘피다에게 여러모로 불리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보여진다. 만일 엘피다가 배신을 했슴에도 타이완메모리로 부터 반대급부를 얻지 못한채 시간이 흘러가면 등돌린 애인(愛人)을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사실 이글이 시작된 것은 파워칩이 엘피다에게서 버림을 받는다는 것 보다는 다음에 눈에 띈 LG전자의 어줍잖은 쇼(글로벌 서플라이어스 데이)와 겹친 때문이다. 엘피다의 배신, LG전자의 배신 그래서 배신의 계절이 이번 글의 제목으로 들어선 것이다.

LG전자, 해외 주요 고객사와 협력강화

도시바에게서 LG전자가 무슨 부품을 들여올까? 꼭 도시바에게서 부품을 들여와야 성에 차나? 이게 그동안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입버릇처럼 얘기했었던 "LG전자는 반도체 없이 사는 방법을 찾았다"의 배경인가? 엔화가 비싼데 하이닉스 부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얼마나 더 비싸게 들여올까? 왜 그렇게 일본을 좋아하나?  일본에 첩이나 처가 있나? 대한민국 기업이 맞나? WBC에서 한국야구가 일본야구를 연달아 격파하는 다른 한쪽에서는 일본기업에 마구 퍼주기인가? 나서기 좋아하는 정치인들은 왜 말리지 않나?

물음표(?)로 끝낼 수 밖에..., 글이 더 길어지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슴이다.


  1. 도우너 2009/03/20 00:07  address  reply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엘피다+타이완메모리와 파워칩은 결국 공멸로 가지 않을까요..
    그리고 대만정부도 어차피 망할 기업에 뭔 공적자금을 퍼붓는지 모르겠습니다 대만국민들이 가만히 있는게 신기할정도...
    사실 대만정부도 질질 끌다가 국민세금만 날리지 말고
    깨끗하게 파산시켜 버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대만은 경쟁력 없는 D램업체 몇개 망한다고 나라가 흔들리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TSMC나 UMC, 각종 컴퓨터, IT업체들이 많기때문에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LG전자는 웬 해외업체와 협력강화인지... 요즘 외화도 비싼데 말이죠
    그런 돈으로 차라리 상황이 악화된 국내 협력업체에나 뿌렸으면?합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끄적여 봤습니다 틀린데 있으면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포투 2009/03/20 08:48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틀린 것 없습니다. 도우너님이 생각하시는 것이 정답입니다. 정답이 개인마다 또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에 여러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고 말입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만든 메모리부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지 않습니다. 청주, 이천, 수원, 화성시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LG전자 본사로 몰려가 지역내 기업인 삼성전자, 하이닉스 메모리 부품을 구매해달라고 공동 피켓시위를 하면 재미있을 겁니다. LG전자의 대응이 어떨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사당에서 싸움질할 생각말고 지역구기반 기업들 영업을 돕는 차원에서 길거리로 나선다면 큰 박수를 받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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