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하이닉스 사장 특유의 아리송한 인터뷰가 또 나왔다. 26일 하이닉스 주주총회 영업보고를 하면서 나온 말이다. 그거야, 전에도 66나노 문제로 그런 적이 있으니, 그렇다 치고 낸드플래시 전략고객사를 언급하면서 LG전자는 역시 빠졌다.

"내일 모레 28일이면 41나노 낸드플래시 개발을 마칠 예정이고, 5월부터는 41나노 낸드플래시 비중을 끌어올릴 것"
"낸드 플래시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애플, 소니, 노키아 등 전략 고객사와의 협업도 강화한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이 26일 인터뷰를 하면서 내일 모레(28일) 41나노 낸드플래시 개발이 끝난다고 했으니, 오늘 41나노 낸드플래시 샘플이 나왔겠다. 김종갑 사장이 41나노 낸드 샘플결과를 미리 예측했다는 말이 되는데 대단한 자신감이다. 그러면서 5월부터 41나노 낸드비중을 높인다고 했으니, 테스트결과에 상관없이(확신하니) 막바로 41나노 미세공정으로 전환한다는 얘기다. 한 회사의 수장의 말이니, 하이닉스는 41나노 낸드 미세공정으로 어쨋든 돌입할 것 같다. 그런데, 겹쳐 떠오르는 장면이 있으니, 그건 하이닉스 생존까지 위협했던 66나노 D램으로의 공정전환 과정이다. 김종갑 사장식 막무가내(莫無可奈) 추진으로 낭패를 봤던 66나노가 이런 식(터무니없는 자신감)으로 진행됐다가, 빼도 박도 못하고, 쌓여있던 현금 다 날리고 굴욕적인 외부차입을 해야만 했었다. 하이닉스가 이제 조금 나아지려나 싶은 순간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의 입에서 또 다시 무서운 발언이 튀어 나온 것이다.

세상에나, 아직 팹 아웃도 되지않은 상태에서 테스트와 수율 결과를 성공이라고 예단(豫斷)하고, 이를 바탕으로 41나노 낸드 미세공정 전환일정까지 언론에 밝히다니, 정말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다. 물론 칩패키징 완료 후의 최종 IC 테스트는 아직 남아 있지만 다이(die) 수준에서 테스트와 수율이 좋았을 수 있다. 그래도 그렇지, 아직 변수가 남아 있을 것인데, 좀 성급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인 것이다. 만(萬)에 하나 41나노 낸드양산으로 가기 전에 추가 리비전(revision)이 필요한 상태라면 하이닉스 주주총회에서 신바람내며 인터뷰한 수장의 말들은 돌이키기가 쉽지 않을 거다. 66나노의 아픈 기억이 있으니, 또 다시 전철을 밟지는 않겠지만, 41나노 낸드 양산계획을 연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시장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는 우(愚)를 범하게 되는 셈이기에 그렇다.

41나노 개발이 끝나고, 양산일정을 확정하고 나서 발표를 하면 되지 뭐 그리 급한게 있다고 이렇게 서두르는 지 모르겠다. 공무원 기질이 남아있나 싶기도 하다. 공무원들은 IC개발할 때 500개 중에 굿(good) IC가 한, 두 개 나와도 개발성공했다고 언론에 발표하는 사람들이다. 그러고 보면 수장이 믿음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근심거리를 때때로 안겨주는 것도 같다. 어쨋든 이번엔 잘되야 할텐데...

하이닉스제 낸드플래시와 모바일 D램은 역시 아직 LG전자와는 인연이 없는 모양이다. 아직도 김종갑 사장 입에서 LG가 언급되지 않고 있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이 확정되지도 않은 사안(41나노 낸드)을 가지고 성급하게 발표하는 것 보다는, 산자부 차관 출신이고 하니, 한국 반도체산업을 언급하면서 강하게 LG의 국산메모리부품 채용문제를 언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째서 애플, 소니, 노키아보다 지근에 있는 LG가 더 멀단 말인가?

고(高)환율 돛달고 신(新)제품 노젓는 '코리아 휴대폰'

환율때문이라도, 하이닉스와 LG와의 관계가 나아질 만도 한데 그걸 못 풀어내고 있다. 혼자서 안된다면 여론의 힘을 빌어서라도 풀어낼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하이닉스는 세금이 들어간 준 공기업이니 명분은 충분하다. 나설 사람이 안나서면 누가 그걸 대신해서 해결해 줄 사람은 없는 법이다. 도대체 노력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LG는 하이닉스가 공 들인다는 모바일D램과 낸드플래시를 모두 가져갈 수 있는, 메모리 구매력에 있어 소니와 애플과 견줄 수 있는, 글로벌 IT기업이다. 먼저 굽히고 들어간다고 해서 체면에 손상을 입는 것이 아니다. 자존심은 그런 작은데서 찾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역시 주인없는 기업이라서 그런건가 하는 생각도 있다.

그나저나, 메모리 호황기가 다가오고 있다. 돈 많이 쌓기 경쟁을 해야 할 때 실기(失期)하면 엘피다를 제치는 것이 아니라 마이크론에게 마저 밀릴 수 있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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