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가 이천 후공정라인 일부 30% 가량을 중국에 매각한다고 한다. 이를 보도한 매일경제신문은 중국의 W업체라고 하고, 전자신문은 중국의 우시 지방정부가 인수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어쨋든, 하이닉스가 이천의 후공정 라인을 넘기려고 하는 모양이다. 또, 뉴스를 보면 200mm 유휴설비가 아닌 후공정라인을 먼저 매각한다는 언급이 있다. 그리고, 조인트 벤처형식으로 설립되는 법인에 하이닉스가 이사를 4명(7명 중) 파견한다는 내용도 있다.

만일 이 뉴스가 1년 전 쯤에 나왔다면 논조가 많이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하이닉스는 찬물, 더운물 가릴 처지가 되지 못한다. 또, 언젠가 언급한 바 있는 봉을 잡는다는 측면에서 보면 적절한 대응이라고 볼 수도 있다. 봉이라 함은 기술을 가지지 못하지만 산업의 쌀이라 불리우는 반도체산업을 일구고 싶어하는 다른 나라 정부를 일컫음이었다. 대만정부가 엘피다의 기술로 D램기술자립을 모색하듯이 말이다.

우시정부든 W업체든 이번 하이닉스의 후공정라인을 통한 조인트벤처 설립 건은 대만정부의 타이완메모리(TMC)를 벤치마킹해서 나온 방안이라는 생각이다. TMC에 대한 포투의 시각은 전 글에서 충분히 피력된 바 있다. 대만정부가 한마디로 멍청한 짓을 벌인다는 것이었고, 우시정부는 보완해 추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이닉스가 매각추진중인 후공정라인을 200m와 300mm 웨이퍼용을 구분치 않음은 구분할 의미가 없음이고, 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D램 300mm 팹의 후공정을 담당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는 커넥션을 만들어 둔 조치다. 후공정라인이 가공된(전공정을 마친) 300mm 웨이퍼가 후공정 라인에 투입되어 다이(die)를 들어다 칩패키징을 하고 테스팅을 하는 것이니 기술유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반도체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칩 패키징 레벨 테스팅 기술이 넘어간다고 할 수 있다. 넘어가는 기술이 별 것 없어 보이지만 테스트 벡터를 만들어내고 양, 불을 가려내는 테스팅 공정은 곧바로 웨이퍼 레벨 테스팅에 바로 적용이 가능한 기술이다. 결국 메모리 테스팅 기술이 넘어간다는 의미다.

40나노 대 DDR3 D램 메모리 설계는 왠만한(256MB 이하 설계경험이라도) 메모리 설계를 해 본 엔지니어가 있으면 가능하다. 그 의미는 D램 설계는 가능하고 이를 반도체 장비를 이용해서 찍어낼 수 는 있는데 이를 테스트하고 R&D 조직에 리턴해주는 시스템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달러가 넘쳐나는 중국정부라도, 신규로 반도체사업을 벌이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알려진 기술을 가지고 함부로 D램을 만들어 내다가는 램버스에게 하이닉스가 거액의 로열티를 지급하듯이 큰 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어 특허확보 문제는 중요하다. 하지만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도 처음에는 아무런 기술이 없었다. D램을 만들어 내는 공정기술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높여간 것이지 D램 선행기술을 미리 확보하고 세계 1, 2위로 올라선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로열티지급없이 독자적으로 메모리를 찍어내지도 못한다. 중국정부가 이런 관점에서 하이닉스를 보면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동부하이텍으로 흡수됐지만 아남반도체의 후공정 기술력은 알아준 바 있었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도 별다른 기술이 필요없을 것 같았던 후공정과 D램 기술도입을 하지만 일본기업들이 자세히 가르쳐주지 않았던 공정기술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D램기술은 없어 가격 경쟁력은 뒤처지니 국내 메모리 기업들은 반도체 장비를 가지고 씨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만일 중국정부가 하이닉스에게서 R&D 시스템을 배워 중국내 반도체 기업들을 위한 무지막지한 공짜 R&D 파일럿팹을 운영한다면 기술격차는 빠른 시일내 좁혀질 수 있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트라이 앤 트라이를 하다보면 그중에 한 개쯤은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또 다른 물량공세다. 돈이 넘쳐나는 중국정부라면 못할 일도 아니다. 삼성전자가 10번을 시도해서 개발할 것을 중국은 100번을 시도해서 개발하는 경쟁을 의미한다. 무식하고 실효없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처음엔 100번 걸릴 것이 다음에도 100번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또, 100번을 시도한다고 해서 10번 만에 개발을 끝마치는 삼성전자에 비해 개발기간이 10배가 차이난다고 볼 수도 없다. 여러 파일럿 팹을 동시에 가동하면 개발시간차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하이닉스가 다시 흔들리게 되면 또 다른 반도체 기술이 중국에 떨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조인트벤처는 하이닉스의 중국 D램생산법인과 연결되어 있고, 조인트벤처 뒤에는 우시정부가 떡 하니 버티고 있을 것이기에 그렇다. GM대우 유동성 위기문제로 산업은행이 미국 GM본사에 경영권을 양도하란 요구를 한다고 한다. 이는 GM대우가 흔들리면 국내 중소 하청기업들의 피해로 이어져 자동차산업을 흔들기 때문에 정부는 GM대우를 살려야 하고 국내산업 회생을 위해 지원되는 국내자본이 외국기업 으로 유출되는 것을 국민이 용인치 않기에 경영권을 내놓고 손을 떼라는 압력인 것이다. 하이닉스도 마찬가지 사정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기업 입장에서만 본다면 엘피다가 하듯이 물불가리지 않고 타국정부에 기대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기업수익에 도움이 된다면 말이다. 물론 엘피다의 경우는 그런 경우에서 좀 빗나간 감이 있지만, 하이닉스가 경영의 묘를 살려 돌파구를 찾을 필요도 커 보인다. 그 묘라는 것은 어찌 보면 국민정서와의 시소게임일 수도 있다.

엘피다에 이어 하이닉스가 중국정부와 연결관계를 맺으려 한다. 예전 글에서 볼펜가격을 언급한 바 있는데 그런 방향으로 결국 나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드는 요즘이다. 이제 더이상의 치킨게임이 부질 없슴이다. 그리고, 메모리사업은 이제 황금알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블루에서 레드오션으로의 진입이 빨라진다는 느낌이다. 이제 기업 맞춤형 메모리로 나아가야 한다. 쓸데없는(돈되지 않는) 범용메모리를 과감하게 버리는 결단이 필요할 때다. 물론 버린다는 의미는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1. 헬보이 2009/04/30 06:45  address  reply

    칩 패키징 레벨 테스팅 기술을 전담하는 라인 또는 팀은 이번 장비 매각대상에서
    제외 되었다고 하더군요~

    확실히 무슨 팀인지는 모르겠지만.....자기들 파트는 절대 매각 불가이기때문에
    좋아하더군요...

    아마 포투님이 걱정하시는 것까지 생각해서 매각준비를 한것 같습니다. 그 뒤의 힘은 노조가
    있었구요...하닉노조가 아니었으면..중요 기술까지 넘겨 줄뻔 했다고 하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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