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 삼성 D램 팹을 낸드 보조팹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200mm 6만장 규모의 D램 캐파가 허공으로 사라지는 순간이다. 10월 경 부터 D램 출하감소가 예상되니 D램 가격에 날개를 날아 주는 셈이다.

삼성의 메모리 전략에 큰 변화가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도대체 투자를 하지 않으려 한다. 인적쇄신이 작년에 비해 크게 이뤄졌다고 볼 수가 없는데 메모리사업을 바라보는 경영진의 판단에 일대 획기적인 변화의 계기가 있슴이다.

삼성이 실패를 자인하고 실속경영으로 돌라섰다고도 볼 수 있다. 애꿎은 엘피다를 비롯한 마이크론, 파워칩, 난야 참 고생이 많았다. 희생양으로는 키몬다만이 있었을 뿐이다. 이제 D램의 황금기가 찾아옴이다. 삼성이 변했으니 D램 기업들에게 햇살이 쪼일 것이다. 밝은 날이 온다는 얘기다.

이제 메모리 업체들은 능력껏 캐파를 증설해도 된다. 삼성이 경쟁기업들을 보살피고 끌어안고 가기로 작정한 이상 메모리사업에 드디어 동업자정신이 태동될 것이다. 비슷한 사업인 LCD 사업을 바로미터로 삼으면 된다.

D램을 마구 찍어내도 삼성이 뭐라 하지 않는다. 아니 삼성이 스스로 힘을 버렸으니 거칠 것이 없다. 있던 캐파도 줄이는 판이라니 이럴 거면 작년, 일 년 전 부터 이런 아름다운 배려전략으로 전환했으면 알마나 좋았을까 하는 탄식이 나올만도 하다. 괜히 삼성을 비롯한 경쟁기업들이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D램을 팔아왔다. 참으로 원통한 일이다.

부품사업은 세트시장을 앞서려 하면 안된다. 건방지게 부품인 주제에 세트에서의 수요보다 공급을 늘려서 뭐 어떻게 하겠다는 짓인가 말이다. 세트업체가 필요로 하는 만큼 부품업체들이 공급해 주면 되는 일이다. 애써 경쟁해서 공급가격을 스스로 내리려 하는 짓도 없어야 한다. 세상에 어떤 부품기업이 스스로 원가이하에 공급하겠다는 미친 짓을 벌이겠나 말이다.

부품가격을 올려받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긴 커녕 수요도 없는데 공급량을 늘리는 짓은 진작에 시정되어야 했다. 사업이란 것이 결국 돈을 벌고자 함인데 일년에 10조원을 투자하고도 조단위의 영업손실을 본다. 참 웃긴 사업이었다. 순환싸이클 상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변명일랑 하지 말아라. 불황에 당연히 적자를 본다는 발상은 사업가가 가져야 할 정신이 아니다.

모름지기 사업이라 함은 불황에도 꾸준히 이익을 내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옆에 LG는 메모리, 반도체를 하지 않고도 영업이익률이 삼성보다 좋았다. 삼성을 버리고 LG를 닮아야 한다.

그리고, 돈도 되지 않는 메모리에 투자하는 것 보다는 다른 신사업을 찾는 게 낫겠다. 일년에 1조는 커녕 5,000억도 신규투자안하는 LG는 조단위의 분기수익을 거두고 있고 일년에 10조원을 투자한 삼성은 분기 조단위의 손실을 봤었다. 이 얼마나 굴욕적인 일인가 말이다.

치킨게임이니 나발이니 미친 짓은 애초에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경쟁기업들을 도산에 이르게 해서 삼성에 뭐가 남았나 말이다. 10년을 해왔는데도 독점은 커녕 남은 경쟁기업들의 입지는 커져 왔다. 이제 쓰러질 만한 기업도 보이지 않는다. 계획상으로는 지금 쯤은 메모리 사업에서 분기당 10조 쯤이 이익으로 돌아왔어야 한 것이 아니냔 말이다. 그런데, 이게 뭐냐, 겨우 손해를 모면하는 처지 밖에 되지 않는다. 이대로 10년이 더 흘러가 본들 처지가 나아질 것이라 볼 수도 없다.

그래, 이제 메모리사업의 틀을 다시 짜 보자. 돈을 버는 것이 최선이고 미덕인 것이다. 돈안되는 오스틴 D램 공장을 없애고 기흥 10라인 증설도 서둘지 말아라. 7, 8, 9라인도 구조조정에 착수해라. 돈 안되는 메모리 사업은 모조리 재검토하란 말이다.

삼성내부의 변화를 짐작해 보며 마음껏 써 봤다. 재미있는 삼성이다. 경쟁자를 배려하려 하는 모습이라니, 아름답기 그지 없다. 이제 치킨게임을 주도했던 구시대의 인적 쇄신이 다음 수순으로 대두된다. 실패를 자인했다면 그에 맞게 책임져야 함은 당연하니 말이다.

그런데, 삼성이 이렇게 달라져도 되나 싶다. '경쟁자 배려를 중시하는 삼성'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로 그만이다. 참 아름다운 기업, 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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