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부문별로 독립채산제를 실시한다고 한다. 즉, 세트(DMC, Digital Media & Communications)부문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부품(DS, Device Solution)부문의 시설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LCD와 반도체 메모리는 2009년 상반기 내에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실정에서 DMC부문의 돈되는 사업인 휴대폰과 LCD TV사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이 DS부문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어서 DS부문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라 하겠다. 

삼성전자 "휴대폰서 번돈, 반도체에 투자 안한다"

일단 삼성전자의 DS와 DMC 독립채산제로 6개 총괄조직으로 있었을 때 보여준 바 있었던 비효율이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 비효율이란 무산된 바 있는 삼성전자와 LG그룹(LGD, LG전자)과의 LCD패널 교차구매건과 삼성전자, 하이닉스, LGD 계열로 나뉘어져 있는 국내 장비, 부품, 재료 협력사로 인해 상대편 협력사로 부터 구매하면 원가절감이 됨에도 애써 외면했던 불합리한 구매구조가 대표적이다. 또한, 외국산 장비, 재료, 부품을 국산화한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이 있음에도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외국산 설비(장비, 재료, 부품)를 고집했던 비효율이 있다.

삼성전자가 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도 고비용구조를 스스로 자처하는 이유는 삼성전자 경영시스템에 삼성임직원 개개인의 은원(恩怨)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물론 오너(owner) 일가의 은원일 가능성도 있다.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민간기업에서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면 같은 품질에 저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구매해 생산원가를 낮추는 것이 보통이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세계 1등기업 자존심으로 외국계 세계 1등 장비, 부품, 재료기업을 굳이 고집해서 얻어진 이익은 별로 없다. 외국계 기업의 배를 불려준 것은 물론이고, 갈수록 더 종속되었으며, 국내기반이 약해진 결과로 부품경쟁업체와 차별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물론 국산설비가 없었을 때 외국산 설비를 들여와 사업을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LCD와 메모리 부품분야 세계 1등을 차지한 바 있지만, 설비가 대중화되어 국산장비, 부품, 재료가 나왔고, 품질이 외국계 보다 못지 않으며, 가격이 저렴한 국내 중소, 벤처기업들을 배제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삼성전자가 독립체산제를 실시하면서 벌써 DMC부문에서는 LGD(LG디스플레이) LCD 패널을 구매하지 않겠나 하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 보면 언론에서도 삼성전자의 비효율성을 익히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대만산 30인치대 LCD패널을 구매하는 것 보다는 LGD의 LCD패널을 구매하는 것이 삼성전자 LCD TV원가를 줄이는데 기여한다. 그럼에도 내노라하는 언론에서는 "이번에는 과연 삼성전자가 LGD의 LCD TV용 LCD패널을 구매할까?", "이제 DS부문이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았을까?"라고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삼성전자 이익을 위해서 당연한 결정이라 생각하는 일들이 삼성전자 내부로 들어가면서 삼성전자 이익에 반(反)하는 결정이 빈번(頻繁)하게 있어 왔다. 이는 삼성전자 내부에 이익을 갉아먹는 ???가 존재한다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어느 부서에 ???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지만 경영진의 의지만 있다면 찾아내기는 참 쉬울 것이다. 삼성전자 이익에 반하는 의사를 내비치는 인사들이 그들일 것이니 그렇다. 이제 운이 좋아서 그리고 불황기에 타 사업부가 돈을 대신 벌어다 줘서 비효율에 안주했면서도 큰소리 떵떵쳤던 DS부문에 변화가 필요할 때가 왔다.

그나저나 DMC부문에서 DS부문으로 현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뉴모닉스, 도시바, 마이크론, 엘피다, LGD, 하이닉스와 경쟁하는데 버겁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다. 삼성전자가 비효율의 대명사 DS부문을 가지고 삼성전자 스스로 감당하지도 못한 치킨게임(chicken game)으로 악에 받친 경쟁사의 도전을 언제까지 물리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그리고, DS부문의 경쟁우위 요소였던 DMC부문의 지원이 사라져 동등한 경쟁체제로 몰린 셈이 됐다.

한 편으로는 DMC부문에 삼성전자가 힘을 실어준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부품사업은 아무리 열심히 생산해 봐야 세트기업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사업이기에 사실 재미없는 사업이다.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와 D램을 값 싸게 잘 만든다고 해도 주기적으로 걸핏하면 막대한 영업적자를 내곤 하는데, 그 부품을 가지고 세트를 만들어내는 HP, DELL, 애플이나 노키아는 꾸준한 영업실적을 내고 있으며 적어도 삼성전자 DS부문보다 호불황에 따른 사업리스크 변동폭이 적다. 국내로 시선을 돌려보면, 하이닉스를 인수할 필요없다며 메모리 부품사업을 애써 내치고 있는 LG전자가 올해 삼성전자 이익을 넘어설 태세여서 삼성전자의 '대한민국에서는 1등' 자존심에 금이 갈 처지까지 왔다.

삼성전자가 기대를 거는 DMC부문은 DS부문이 갉아먹을 삼성전자 전체이익을 메꿔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동안 대규모 영업이익을 올리면서도 연간 10조원을 넘어서는 DS부문에의 설비투자로 삼성전자의 미래성장동력이 상당부분 사라져 버렸다. 사실 민간기업이 연간 10조원의 시설투자를 꾸준히 하면 적어도 20%에 해당하는 2조원 규모의 영업이익이 매년 꾸준히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매출이 감소하는 꼴을 당하고 있으니 어찌보면 삼성전자가 투자한 수 십 조 단위의 돈이 허공으로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한 메모리와 LCD패널 양산물량늘리기 경쟁은 치킨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니 단기간 영업적자를 감수하는 것은 전략적인 차원이다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동안 치킨게임 올인(all in)을 위해 삼성전자가 쏟아부은 현금을 원금이나마 삼성전자가 찾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결국 메모리와 LCD패널 부품업계 전체를 공멸의 위기로 몰아넣고 세트업계의 배만 불려준 헛 짓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하는 생각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저러나 세계경기불황기에 DMC부문이 적자를 봐야 하는 DS부문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좋은 이익을 낼 것이니, 삼성전자 독립채산제로 DS부문의 혹이 떼어진다면, 과감한 M&A를 추진할 수 있는 여력을 갖게 된다. 사실 DS부문이 이정도로 망가지지 않았다면 삼성전자에게 지금 세계적인 불황기는 앞으로 오지 않을 절호의 M&A 기회다. DS부문은 그동안 노키아, 애플보다 열세였던 모바일 컨텐츠부분을 강화할 수 있다. 또, 보다 강력한 LCD TV 마케팅을 벌일 수 있게 될 것이며, PC사업에서도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의 독립채산제로 LCD 패널과 메모리 부품이 외국계 세트업체에 공급하는 시장가격으로 삼성전자 내부에서 거래된다는 전제에서다. 물론 부품공급에 있어 운송비가 줄어들테니 싸게 공급됨이 맞다.

삼성전자의 DS, DMC부문의 독립채산제는 DS부문에는 위기로 다가갈 것이며, DMC부문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이다. 세트부문을 강화하려는 삼성전자의 선택은 부품업계로서는 호재로 작용하겠고 세트업계로서는 악재로 작용한다는 생각이다. 이 기회에 삼성전자 DS부문이 효율적인 경영시스템을 되찾는다면, 아니 이를 위해 삼성전자가 독립채산제를 실시한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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