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40나노 1Gb DDR2 D램을 세계최초로 개발했다고 하고 연이어 화성 200mm D램 팹 10라인을 가동중단하겠다는 뉴스가 연이어 나왔다. 개발완료한 40나노 D램 양산을 올해 하반기부터 하겠다고 했고, 40나노 2Gb DDR3도 연내 개발하겠다고 하고 있다. 10라인은 300mm라인으로 전환하거나 비메모리용으로 전환하겠다고 하고 있다.

삼성전자 세계 최초 ‘40나노급 D램’ 개발
삼성전자, 내달 D램 10라인 가동중단

2008년 10월 즈음에 삼성전자 200mm 웨이퍼 투입량이 20만장 이상에서 10만장 아래로 뚝 떨어졌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시스템LSI 라인에의 웨이퍼 투입량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면, 12만장 캐파의 D램 전용팹인 10라인의 웨이퍼 투입량 조절이 이미 2008년 말에 진행되고 있었음이다. 전 날 쓴 을 통해서 삼성전자가 비틀거리고 있는 일본의 도시바와 엘피다에 펀치(신규반도체 팹 건설)를 날리면 다운시킬 수 있는데 삼성전자의 DS, DMC 독립채산제로 호기(虎旗)를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우려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확실히 DS와 DMC부문으로 독립경영을 하면서 DS부문의 반도체사업에의 자금투입이 제한된 결과로 그에 맞는 신규반도체 팹 건설 보다는 노후 팹의 업그레이드 투자를 통해 한정된 현금으로 최상의 결과를 뽑아내기 위한 계획으로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무리단계에 있는 금번 메모리 치킨게임이 양산시설(팹) 늘리기 경쟁을 통해서 D램 물량 늘리기 경쟁이 주류였다면, 이제는 삼성전자가 미세공정 앞당기기를 통해서 물량을 늘리는 전략으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런 수단은 메모리 하위권 기업들(도시바, 엘피다, 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매달려야 하는 과제이다.

하위권 기업들이 신규 팹 건설을 하기에는 자체자금도 부족할 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저항에도 부딪치게 된다. 그렇다면 현금을 짜고 짜내서 최소한의 R&D투자에 몰입할 수 밖에 대안이 없다. 메모리 호황기에는 메모리 팹의 가동중단 효과가 있는 미세공정전환은 미루는 것이 좋다. 기존양산체제로도 충분히 이익을 얻을 수 있기에 함부로 공장을 놀릴 수 있는 반도체장비 교체는 삼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호황기에서는 미세공정전환은 더디게 진행되기 마련이다. 물론 작년 하이닉스의 66나노 미세공정전환이나 삼성전자의 68나노로의 공정전환은 자존심경쟁과 맞물리면서 과열로 치닫은 바가 적지 않다. 그렇기에 엘피다와 도시바가 끼어들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일본메모리기업들(도시바, 엘피다)입장에서는 참 아쉬운 일이다. 시운(時運)이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10라인이 512Mb 이하 D램을 생산해 왔다고 하니, 주력에서 비켜나 있던 팹인 것이고, D램의 가격이 현재 올랐다고 하나 300mm 팹 대비 가격경쟁력이 뒤처지는 10라인의 손익분기점이 되는 D램 가격은 아직 요원한 것이니, 현금을 까먹으면서 D램 양산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호황기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업그레이드 하기로 결정한 것이 아니가 하는 생각이다.

또한, 삼성전자가 세계최초로 개발했다고 하는 40나노 D램 미세공정을 셋업시킬 반도체 라인도 필요했을 것인데, 기존 300mm팹에서 공정전환하는 것 보다는 10라인에서 200mm팹을 들어내고 최첨단의 300mm팹을 도입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란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확실히 구형 반도체 장비라는 것은 개별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미세공정 한계선이 매겨져 있을 것이고, 어느 한 반도체 장비에서 예측되지 않았던 에러를 발생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면, 미세공정을 셋업시키는 데 최적인 반도체라인은 신규 반도체장비을 도입한 팹일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40나노 D램의 양산계획도 올 하반기라고 하고 있고, 40나노 2Gb DDR3 개발도 연내에 한다고 하고 있으니, 10라인의 가동중단과 연관시켜 보면 얼추 그림이 그려진다. 현재 가동을 해 봐도 돈이 되긴 커녕 적자를 보는 팹을 굳이 가동해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 보다는 단기적으로 점유율을 까먹을 수 있어도 머지 않은 D램호황기를 대비하는 측면에서 한정된 적은 돈으로 설비투자를 하는 일거 삼득의 효과를 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일거삼득이란 돈이 안되는 200mm 가동중단으로 메모리 업계에 1등기업인 삼성전자도 감산에 동참하면서 업계에 감산공조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하나이며, 미세공정 R&D를 공격적으로 앞당길 수 있게 하는 연구개발 양산팹으로의 활용이 둘이며, D램호황기에 물량을 늘릴 수 있도록 준비하는 효과가 셋이라 하겠다.

이전에 삼성전자가 보여줬던 행보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도 역시 DS, DMC부문으로 나뉘어 상호 독립경쟁체제로 들어간 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하던데로 한다면 10라인을 전면적으로 가동중단하지 않았을 것이고, 2009년 신규 팹 건설을 위한 시설투자도 하던데로 진행했을 것이다. 평균적으로 일년에 신규 팹 하나 씩을 신규가동하던 패턴을 버리지 않고 꾸준하게 이어간다면 조만간 꿈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인데 중요한 시점에 독립채산제가 불쑥 튀어나온 점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듯 하다.

어쨋든 이번 위기에 삼성전자가 나아가는 방법은 하이닉스가 앞서 보여주었던 효과적인 위기타개책이다. 동원할 현금은 제한되어 있고 D램양산물량은 늘여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하이닉스가 보여줬던 기존 팹에 웨이퍼투입량을 늘려 생산성 높이기는 용도폐기되고 최소한의 설비투자로 양산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팹 업그레이드를 1등기업 하위기업 할 것 없이 매달리는 형국으로 변한 것이다.

1등기업 삼성전자가 하위기업들의 불황타개책을 똑같이 들고 나왔다고 하면 하위기업들은 다른 타개책을 준비해야 1등과 경쟁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다.

<첨언>
엘피다가 공적자금을 신청할 것이란 뉴스가 나오고 하이닉스가 2008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였다.

일 엘피다, 공적자금 신청 검토
하이닉스, 작년 영업손실 1조9000억 원

두 뉴스를 보면 한가지 공통적인 것이 있는데 그것은 하위 메모리 기업들의 가용현금이 말라간다는 것이다. 치킨게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 삼성전자가 한 발 물러선다는 점에서 하위기업들에게 기회로 작용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다. DS, DMS 부문의 독립채산제 시행은 삼성전자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메모리 하위기업들의 숨통을 터주는 구실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역시 삼성전자 조직이 독립경영으로 갈 것이 아니라 큰 틀의 그림을 그리는 조직이 있어 전략적인 결정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현 시점에서 본다면 DS부문은 현금이 이쉽고 DMC부문은 현금이 남아도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DS부문에세 남아도는 DMC부문의 현금을 융통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도 같은데, 삼성전자내에서 현금을 빌리고 빌려준다고 하면 좀 우수운 느낌도 있다.

`치킨게임 끝나나?`..D램업체 줄줄이 적자

하이닉스의 2008년 4분기 실적을 보면 7,820억원이고, 삼성전자는 6,900억원이다.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실적을 보면서 하이닉스는 1조원을 크게 상회하는 영업적자가 날 것으로 여겨졌는데 하이닉스의 2008년 4분기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 급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영업을 잘못한 것인지, 하이닉스가 장사를 잘한 것인지는 아직 분간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이닉스가 삼성전자와 맞먹는 가격경쟁력을 회복했다는 점이다. 하이닉스의 66나노(D램)가 안정화 됐거나, 54나노(D램), 48나노(낸드)의 미세공정이 조기에 수율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아니 같은 맥락이니 미세공정에서 해맸던 문제가 풀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막혔던 기술적인 문제가 풀리면 적어도 D램 미세공정에서 66나노, 54나노에서 있었던 문제가 같이 풀리기 마련이다. 수율이 같이 올라갔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이닉스가 어려운 시기에 원기를 회복했다는 점에서 또 한 번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1. 바다펭귄 2009/02/05 17:08  address  reply

    삼성이 언제나 추구하던 '전략적' 투자를 실행했다면 독립적 채산제는 시행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며 그냥 무한 반도체 팹을 늘렸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DMC 부문의 주력 품목인 핸드폰도 이제 슬슬 치킨 경쟁이 들어갈 판이고 LCD TV 조차 언제 경쟁자들이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는 독립적 채산제를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어차피 DS 부문은 지금 당장 팹을 추가로 확장하지 않더라도 1위 수성에는 큰 문제가 없으니까요.

    또한 만약 팹 건설로 인해 DMC 부문의 현금까지 상당 부문 소모한 후 대만의 TSMC 같은 업체들이 D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경우에는 삼성도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완벽한 효율화를 달성한 후 파운드리 업체들이 시장에 진출해도 별 영향을 받지 않게 대비하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하이닉스의 경우에는 무슨 마법을 부렸길래 4분기 적자가 저 정도 밖에 안되는건지 참 놀랍습니다.

  2. 대갈장군 2009/02/05 18:00  address  reply

    삼성전자의 6,800억 적자는 영업이익 -14% 수준이고,
    하이닉스는 7,800억 중에서 3000억이 재고 자산가치 하락 부분을 반영하여 실질적인 영업익을 -4,800억 수준으로 본다면 영업이익이 약 -31%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데..
    위의 글 마지막 부분에 포투님의 하이닉스의 수율/생산성 등의 경쟁력이 삼성전자와 동등한 수준까지 다시 회복하였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좀 더 자세한 고견을 말씀해 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즐거운 저녁시간 되셍... 감사합니다..

    • 포투 2009/02/06 10:14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답변이 길어질 듯 해 새로운 글로 작성했습니다.

      삼성전자 4분기 영업실적에서 착시현상을 제거하면 하이닉스의 가격경쟁력이 삼성전자에 버금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샘송 2009/02/05 21:20  address  reply

    제 생각에도 하이닉스가 삼성과 비슷한 7800억 적자를 냈지만 단순하게 삼성과의 금액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삼성은 -14%, 하이닉스는 -52% 인데 이는 경쟁력에서 비교대상이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의 마이크론이 이번 분기에 -47%라는데 하이닉스의 경쟁력이 마이크론 보다고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52%는 대만같은 후발업체들에게 발생해야 하는 영업이익아닌가요?
    하이닉스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네요..

    • 포투 2009/02/06 10:19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전글에서 삼성전자의 영업실적 악화로 마이크론을 포함한 하위업체들에게 새로이 1등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하이닉스에게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삼성전자에게 더 큰 문제로 다가갈 것입니다.

      출혈을 감수하고 벌인, 강력한 드라이브는 삼성전자가 주도했기에 그렇습니다.

  4. 헬보이 2009/02/05 22:23  address  reply

    66나노의 악몽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듯합니다.
    관계자가 50나노급에서 아주 긍정적인 신호를 내보이고 있더군요...

    • 포투 2009/02/06 10:22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그동안 많이 속여와서 하이닉스 관계자 말은 믿을 수 없습니다만, 2008년 4분기 영업실적을 보면 믿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하이닉스 임직원들이 다시 분발해 삼성전자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5. 하늘하늘 2009/02/08 14:45  address  reply

    오늘 하이닉스가 DDR3로 40나노 개발 발표했습니다. 워낙에 알려진 일이어서 그리 큰 감흥은 없습니다만... 삼성이 DDR2 개발 소식을 서둘러 낸 이유도 하이닉스 발표전 물타기였겠죠..

    그건 그렇다 치고 40나노대에 진입한 D램의 개발 한계는 어디까지일까요? 그 시기 이전에 확실하게 경쟁사를 떨궈내지 않는다면 결국 개나 소나 진입할 수 있는 싸구려 시장이 돼버릴텐데...... 대략적인 그 시기와 국내 기업들의 향후 대책이 궁금하네요. 비메모리 분야도 아직 갈 길은 멓ㄹ은 듯 하고...

    • 포투 2009/02/08 15:54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분명한 것은 이대로라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만이 40나노, 30나노, 20나노 D램으로 갈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만일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자체 개발한 반도체장비를 보유하거나, 장비회사와 일정기간 독점공급계약을 맺지 않는한, 후발업체들은 시기의 문제일 뿐 속속 따라오게 됩니다.

      20나노는 한 번 노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시기는 2년 후 쯤 되지 않을까 싶고, 그 이후도 개발가능하겠지만 개발비용을 고려하면 가격경쟁력에 회의를 느끼는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4년 후를 대비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차세대 메모리시장을 늦게 만들어내거나 진입이 늦게 되면 D램기술이 평준화되어 저마진에 허덕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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