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RB 벤 버냉키 의장의 선택은 결국 0.5% 금리인하였다. 시장이 원하는 금리인하 최고치를 들어준 것이었다.

그 반작용으로 달러화는 급락하고 있다. 1유로당 1.4달러까지 갔고,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금값도 오르고, 원유가도 오르고 온통 비관적인 얘기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결국 줏대없는 시장의 생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하겠다. 시급한 문제는 해결되었고, 이제 다른 문제도 간과하지 말고 잘 지켜보라는 것이다. 이는, 권력은 버냉키의 손을 떠나 시장(금융시장, 여론, 뉴스통신사)으로 이양되었음을 과시하며 버냉키를 비아냥거리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겉으로 굴욕을 당한 버냉키 FRB 의장은 사실 인플레이션 걱정이 많았었다. 버냉키 의장 뿐 아니라 그린스펀 FRB 전 의장도 인플레이션 없는 완만한 미국 경제성장을 원했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신용위기 해소)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기를 종용받자 버냉키 FRB 의장은 과감히 인플레이션을 버렸다.

버냉키 FRB 의장이 인플레이션 대신에 경제활성화(경기둔화 우려 해소)를 위한 금리인하로 정책방향이 되돌아 선 이유는 그 지긋지긋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확산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로 인해 신용경색이 야기되고, 그로 인해 서민 대출 금리가 오르고, 회사채 금리가 오르고, M&A가 지연되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달러가 시중에 부족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한마디로 금융시장에 돈이 부족하니 달러를 풀어달라는 것이었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시중에 달러가 돌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세계 금융시장의 반응을 다르게 보면, 버냉키 FRB 의장 같은 미국관료가 보기에는 이상한 반응이었을 수도 있다. 그것은, "달러가 부족하다고? 그러니 달러를 더 풀어달라고? 달러를 더 찍어내야 한다고? 달러를 더 찍어내도 문제없다고?"였지 않았을까 싶다.

그동안 전 현직 FRB 의장들이 입버릇처럼 인플에이션을 입에 달고 살았던 이유는 세계 각국을 동요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불만이 나오지 않을 범위에서, 그야말로 적정한 수준으로 달러를 찍어내 종이(달러) 장사를 하기 위함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달러를 더 찍어내도 되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버냉키와 같은 미국관료들은 미국경제 문제의 원흉(元兇)인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서 배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시장이 원하기에 들어준다는 식으로 흔쾌히 0.5%나 금리를 인하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금리를 그렇게도 내렸는데도 다음 FOMC에서 또 0.5%정도 더 내려야 한다고 바람을 잡고 있다. 버냉키 같은 미국 관료 입장에서는 참으로 신바람나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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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재정적자를 대폭 줄이는 기회로 삼아보자는 분위기가 주류로 나섰다고 볼 수 있다. 금리인하로 인해 달러가 풀려나가도 재정적자 폭을 줄이면, 줄인 만큼 달러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고, 그로 인해 미국경제가 견고해 질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버냉키의 모험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 수출기업의 매출 성장세에 달려있다. 그런데, (달러)1.4 : 1(유로)까지 갔는데도 미국 수출기업의 매출이 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 싶다. 다만 금리인하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느냐, 좀 느리냐에 따라서 버냉키의 고민의 정도가 정해지게 될 듯하다.

권좌에 오르는 것은 정말 어려운데, 한 번 오르고 나니 내려오는 것을 세계가 원치 않는다고나 할까? 정말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는 미국관료들이 많이 있겠다 싶다. 절대 신임을 받고 있으니 선택의 폭이 그 만큼 늘어났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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