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나칩 반도체(MagnaChip Semiconductor)의 경영사정이 매우 안좋다는 뉴스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이번에 유동성위기에 빠져 생존에 힘들어 한다는 차에 KTB사모펀드가 씨티벤처캐피탈(CVC)의 매그나칩 지분 100%를 인수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왜 쓰러져 가는, 쓰러져 없어질 것 같은 매그나칩을 인수하려고 KTB가 앞장서고, 팹리스업체들이 줄을 서고, LGD(LG디스플레이)는 티엘아이 뒤에서 지원사격을 하고 나섰나?

매그나칩의 작년 매출은 6억 6800만달러를 달성했다고 한다. 파운드리사업 외에 시스템반도체 사업도 추진했으니 총 매출 중에서 6억달러 정도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나왔을 것이란 가정을 하도록 한다.  6억달러에 2008년 평균 달러 환율 1,400원으로 잡으면 한화로 8,400억원의 매출이 된다. 이 매출은 국내 팹리스업체들의 IC를 위탁생산(파운드리)해서 공급된 금액이다. 또, 이런 계산도 재미있다. 보통의 팹리스업체들이 매그나칩으로부터 공급받은 IC로 올리는 매출이 얼마일까 가늠해 보는 것이다. 보수적으로 잡으면 매그나칩 매출의 100% 정도인 1조 6000억원의 팹리스업체들의 매출을 유발했을 것이라 추측해 볼 수 있다.

보수적으로 계산하지 않고 통상적인 수준이라면 보통 파운드리를 거친 IC가격에 3배쯤을 곱하기 한다 해도 이상한 것은 아니다. 워낙 팹리스업체들이 다양한 IC를 설계하고 있기에 그들 업체들의 마진을 일괄적으로 수치화하기 어려우나 작년이 세계적인 수요부진으로 인한 최악의 불황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경기가 점차 풀리는 국면에서는 매그나칩의 파운드리 팹가동율도 높아질 것이다. 또, 그에 의존하는 팹리스업체들은 안정적인 IC양산을 위해 매그나칩 경영이 안정돼야 한다.

가장 큰 매그나칩 리스크를 떠앉은 기업은 간단히 생각해 보면 LGD다. LCD패널을 양산하는데 필수부품인 구동칩IC 수급이 흔들리면 안정적인 패널양산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물론 구동칩은 티엘아이가 대신 설계해서 매그나칩의 파운드리를 통해 LGD에 공급되고 있으니 파운드리를 매그나칩에서 하이닉스나 삼성전자 또 국내가 아니라면 바다건너 대만의 세계 1, 2위 파운드리 업체 TSMC와 UMC에 파운드리를 의뢰하면 될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치 않은 일이다.

파운드리 업체들은 설계 툴은 같은 것을 쓰더라도 매그나칩에서 설계했던 데이터를 TSMC의 팹에서 막바로 적용시켜 IC를 양산할 수 없다. 매그나칩의 미세공정과 TSMC의 미세공정이 같지도 않을 뿐 더러, 같다고 해도 세부적인 공정파라미터들은 천양차를 지닌다. 더구나 디지털회로가 아닌 아날로그회로가 포함되어 있다면 기술유출의 문제까지도 연결된다. 또 다른 설계를 해야 하고 이를 팹에서 검증하는 일은 3, 4개월 만에 끝낼 수 있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보통 팹리스업체들이 IC를 개발해서 양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빠르면 1년 6개월에서 3년을 넘어가기도 한다. 그동안 리비전을 적게는 세 번에서 많으면 7, 8번까지 하기도 한다. 이 모두가 팹에서 원하는 테스트 팩터가 원하는 데로 쉽게 맞춰지지 않기에 벌어지는 일인 것이다.

즉, 매그나칩이 파운드리 팹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당장의 IC 수급은 외부업체들의 공급에 기대지 않는 한 공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당장 LGD 입장에서는 구동칩 IC 하나의 공백으로 인해 패널양산에 차질을 빚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차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티엘아이의 IC의 공백이니 다른 업체들을 알아봐야 할 거고 그 와중에 LGD가 지분을 보유한 티엘아이의 실적은 꼰두박질 칠 것이다. 또, IC 수급이 된다해도 공급량이 감소해 품귀를 빚을 것이 뻔하기에 패널원가에 비용이 추가된다. 매그나칩이 쓰러지면 발생하는 리스크와 매그나칩을 살리는 데 드는 비용리스크를 저울에 올려 놓아 보니 매그나칩을 적극 살려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기에 매그나칩이 지분매각 본계약이 빠르게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매그나칩을 인수하는데 40여개의 팹리스업체들이 참여하고 LGD가 그중 일부의 지분을 티엘아이를 통해 우회적으로 확보하는 방법은 좀 우스운 일이다. LGD가 주도해서 30%이상의 지분을 가져가는 구도로 나아가지 못함은 그놈의 LG입방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차피 매그나칩은 LGD입장이나 반도체 팹이 없는 LG그룹 입장에서 쓰러지면 안되는 파운드리 기업이다. LG 남용사장이 "반도체 없이 사는 법을 배웠다"라고 언급한 이면에 매그나칩의 존재도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하겠다는 미친 듯한 말을 해 놓았으니 계열사인 LGD의 경영판단에도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어쨋든 매그나칩의 존재가치는 쓰러지려는 순간에 빛을 발하는 국면이다. LG가 매그나칩을 어떻게 대하는지 지켜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여태까지 내뱉었던 말을 견지한다면 이번에도 고사여야 맞다. 하지만 중요한 사업기회를 또 한번 잃게 된다. 동부하이텍도 지지부진한 터널을 뚫고 올해 기지개를 켜려 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을 후방에서 지원할 IT기업이 없는 그룹이다. LG그룹은 당연히 그렇지 않다. LG, GS, LS IT기업들의 파운드리 오더가 몰리면 매그나칩은 단번에 백조로 발돋음할 수 있다. 이는 LG만이 가질 수 있는 사업기회이나, LG는 극구 마다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웃긴 일이다.

매그나칩이 새주인을  맞이해서 훨훨 날아 올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1. 퓨처맨 2009/06/15 11:12  address  reply

    대단한 분석력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매그나칩이 걸어가야할 길은 역시 엘지그룹이 재배력을 갖고
    이끌어 줬으면 하는것이겠지요.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하나있습니다.
    티엘아이라는 스몰캡이 어떻게 단독으로 큰자금을 투자할수 있는지 배경이 궁금합니다.
    단지 가격이 싸서? 아니면 티엘의 넘치는 유휴자금 때문에 재태크?
    아무리 생각해도 엘지가 개입 가능성에 대한 개연성을 떨칠수가 없어서요...
    글 대단히 감사합니다.

    • 포투 2009/06/15 12:24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아직 티엘아이가 얼마의 지분율로 투자했는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매그나칩인수에 티엘아이 뿐 아니라 40여 국내 중소 팹리스업체들이 연합해서 인수했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티엘아이가 큰 자금을 들이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미리 짐작해서 이럴 것이다라고 말하기 좀 그렇습니다. 워낙 LG는 반도체사업 진출 건에 결벽증세를 보이기에 그렇습니다. LG의 소규모 자체 반도체 사업에서의 성공가능성이 높더라도 말입니다.

  2. 퓨처맨 2009/06/15 13:38  address  reply

    네 빠른 답변에 정말 감사합니다.
    티엘이 만일 지배적인 위치로 투자햇다면 2대주주인 엘지의 입김을 아직도 의심하지 않을수가 없어서...
    부실 탕감을 한 굿자산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투자한거라면 티엘같은 펩리스업체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도약할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요.
    더구나 포투님이 지적하신데로 엘지 지에스 엘에스에 대한 기대.

    매그나칩 인수에 대한 여러 애널들에 대한 의견을 여쭤봤지만 대부문 큰의미가 없다고들해서요.
    기술력이나 국내기업으로 들어오는거에 대한, 그리고 엘지같은데서 그런거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해석들을 하면서 평가절하들을 하더라고요.

    감사합니다.

  3. 지나가는이 2009/06/16 07:04  address  reply

    안녕하세요? 항상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제가 이쪽 일을 하고 TLI에 아는 사람도 있어서 한 말씀 드리면,
    일단 매그나칩의 foundry 매출은 한 3~4억불정도 입니다.
    그리고 TLi는 이미 미세 공정의 경우 (0.18까지는 매그나칩을 이용) TSMC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LCD의 timing controller의 경우에 국내의 supplier만 8군데가 넘습니다.
    그중에 가장 큰곳이 TLi이고 그 다음이 다윈텍이라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는 일본의 Thine이라는 회사가 실질적으로 가장크구요

    LGD의 입장에서는
    TLi가 timing controller을 공급하지 못하더라도 아무런 지장을 받지는 않는 구조입니다.
    (제품별로 supplier가 정해져있고, 큰 제품의 경우에는 third supplier까지 존재하는 구조입니다.)

    사실, 매그나칩의 존재는 LGD 보다는 국내의 fabless에게는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이긴 합니다.
    그래서 많은 국내 fabless회사들이 십시일반해서 fund에 참여한것도 있고 탄원도 올리기도 했지요.

  4. 나라목수 2009/06/16 14:02  address  reply

    이번 계약에 LGD가 빠졌다는 소문이 있더군요.

    • 포투 2009/06/16 15:13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이번에 매그나칩 인수를 계기로 LG그룹이 반도체사업을 다시 시작했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소문이 맞다면 역시 LG의 고집이 대단하단 생각입니다.

  5. 반도체맨 2009/06/16 14:51  address  reply

    LGD 는 빠졌습니다. 40여개 펩리스 업체가 뛰어든것 같고 그 중에 티엘이 가장 큰 규모로 참여하지 않았을까 생각드네요.
    최근 주가 흐름을 보면 매그나칩 인수가 부정적으로 보이는지 밑으로 흘러내리네요.

    • 포투 2009/06/16 15:16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면 티엘아이에게 악재가 되기 보다는 좋은 사업기회가 될 것입니다. LG에 직접참여에 대한 여지도 남겨두는 면도 있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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