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테크놀러지가 TMC(타이완메모리)와의 기술제휴를 유보했다고 한다. 엘피다의 기술과 돈을 맞바꾸는 짓을 마이크론은 따라하지 않은 것이다. 전에 쓴 글에서 엘피다의 TMC와의 제휴성사에 마이크론의 반응이 궁금하다고 했었는데, 이제 마이크론이 반응이 나온 것이다. 예상을 비켜가지 않았다. 엘피다와 TMC의 지분 맞교환을 겸한 돈과 기술의 거래는 엘피다에게 불리한 계약이었던 것이다. TMC에게서 자금을 유치하려는 측이 복수(複數)였고 상대적으로 더 절실했던 엘피다가 불리한 계약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포투가 불리한다고 보는 이유을 전 글과 중복되지 않게 다시 짚어보려 한다.

일단 지분맞교환이 문제다. 엘피다가 D램기술을 넘기면서 지분도 TMC에게, 시기때문에, 헐 값에 넘겨준다는 것은 엘피다의 계산착오인 것이다. 또, 엘피다의 TMC 지분인수는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순서가 뒤바뀌었다. 먼저 TMC의 지분인수가 이뤄지고 난 다음에 TMC의 엘피다 지분인수가 논의되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는 TMC의 초기자본이 얼마로 시작할 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기에 이를 먼저 확정하고, 또 대만정부의의 TMC의 자금지원이 전액 지분형태로 이뤄지는 것을 막아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일단 TMC를 설립하고 나서 대만정부가 가져갈 지분에 대한 협상이 있어야 됐다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TMC의 초기 자본금을 100억원으로 하고 엘피다가 지분을 50%을 인수하면 50억원이면 된다. 나머지 50%는 TMC에 참여하고 싶은 대만 메모리기업들이 출연해 일단 TMC를 설립하는 것이다. 그렇게 일단 100억원의 자본금으로 TMC를 설립시키고 대만정부의 지원금은 지분형태를 최소화하고 TMC가 장기저리의 대출형태로 대만정부 자금을 지원받는 안을 가지고 협상이 이뤄져야 했다는 것이다. 즉, 기술을 가진 엘피다가 TMC의 설립을 주도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엘피다가 TMC설립을 주도해서 TMC의 자본금 100억원에 대만정부 자금지원 중에서 일부는 지분에 프리미엄을 얹는 형태로 자본금으로 흡수하고 나머지는 장기저리대출로 지원하도록 유도했다면, TMC는 엘피다에게 자금젖줄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TMC가 엘피다의 기술과 인력지원을 받는 댓가로 로열티와 선지급금 형태로 엘피다와의 현금거래가 성사되도록 유도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어차피 대만정부는 엘피다나 마이크론의 기술이 없이는 아무런 일도 벌일 수 없던 처지였기 때문이다. 마이크론과의 경쟁이 붙어 엘피다가 오버한 측면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TMC와 계약이 성사됐다고 좋아할 일은 아닌 것이다.

벤처기업을 설립하더라도 기술을 가진자가 먼저고 돈은 다음이다. TMC가 100억원으로 설립하고 대만정부가 TMC의 지분을 가져가는 것은 프리미엄을 얹어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다연한 일이다. 엘피다와 대만메모리기업들은 기술과 팹을 보유하고 있기에 액면가로 자본금을 출연할 수 있는 일이지만, 돈만 가지고 있고 경영에 일조하지 못하는 물주는 액면가의 100배라도 더 지불하고 지분을 인수했어야 한다. 정상적인 거래와 계약이었다면 이래야 맞았을 것을 대만정부가 TMC를 주도하고 이에 경쟁적으로 엘피다와 마이크론이 달라붙었으니 이런 어이없는 불평등계약이 나오고 만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엘피다가 우선순위를 매겨 차근차근 밟아나갔다면 대만정부가 더 애를 태웠을 것이다. 더 절실한 것은 엘피다가 아닌 대만 메모리기업들과 대만정부인 것은 분명하기에 그렇다. 상대적으로 대만정부의 협상력이 좋았다고 볼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이는 마이크론의 의도대로 이뤄진 계약일 수 있다. 경쟁기업 엘피다를 몰락으로 이끄는 전략의 성공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엘피다는 이제 국적이 불분명한 기업으로 변했다. 일본기업이면서 대만 관료출신의 경영진이 포함되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알기 쉽다. 엘피다의 일처리가 잘 될까를 생각해 보면 '아니올시다'다. 그 일처리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정확한 순간에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경영판단이라고 한다면 자금조달방법문제를 해결하는데만 여러루트를 거쳐야 한다. 역시 경영간섭을 배제 또는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분을 넘기는 것은 무리였던 것이다. 상징적인 수준이었으면 족했을 것이다.

이제 엘피다의 향후 수순을 지켜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발을 뺄 수 있겠나를 지켜보고, 불평등을 바로잡는 과정을 지켜보고, 일본정부의 반응도 나올 때가 되었고, 엘피다가 여러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들인 에너지에 비해 실속은 커녕 안방을 내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TMC에 매인 것은 엘피다 몰락의 시작일 수도 있다.


  1. 레나 2009/04/06 11:54  address  reply

    2006년도에 발간된 "エルピーダは蘇った(엘피다는 살아났다)" 라는 책을 읽은적이 있습니다. 망해가던 엘피다를 사카모토 사장이 어떤식으로 흑자기업으로 바꾸었나 라는 내용을 인터뷰식으로 쓴 책이었습니다.
    사카모토사장에의하면 당시 엘피다는 NEC와 히타치로부터 우수한 기술자들이 와있지만 경영진의 문제가 컸다고 지적하고 모회사(NEC와 히타치)로부터 인사권을 간섭받지 않는 조건하에 엘피다 사장직을 수락하였다고 했습니다.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되버리면 더이상 일처리가 잘될것 같진 아닐것 같네요.
    그나저나 여담이지만 포투님 글 제목이 어느센가 영어로 바뀌었네요.
    그럼 좋은하루 되세요

    • 포투 2009/04/06 15:08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엘피다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리란 생각입니다.

      영어제목은 포털의 검색엔진과의 놀이입니다. 영어로 제목을 잡으면 재미있는 검색결과를 보여줍니다. 먹통이 되는 것이지요. 그게 재미있어 당분간 영어로 제목을 삼으려 합니다. 기대하는 다른 효과도 좀 있습니다.

  2. 자이링크 2009/04/09 16:15  address  reply

    오래간만에 왔는데 여전히 좋은 정보 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글을 읽다보니까 엘피다가 그런 불공정계약을 할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몰린게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그렇고 마이크론이 은근히 영악한 데가 있군요. 역시 미국을 무시하면 안되나 봅니다. 인텔이 마이크론과 손잡는다는 얘기들을때부터 설마설마 했는데 엘피다가 당해버리는군요...

    • 포투 2009/04/09 20:59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일본정부와 일본 내 펀딩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 좀 이상합니다.
      반도체 부분에 보수적인 시각이 지배하고 있어 경쟁력을 살리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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