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LGD)가 애플과 5년간 IT용 LCD패널 부품의 장기공급계약을 맺고 선수금 5억달러를 1월중에 받기로 했다고 한다.

LGD, 애플에 LCD패널 5년간 공급

사실 부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은 세트기업에 장기공급계약을 맺고 자사의 부품 생산량을 세트기업의 수요에 맞추는 것이 맞는 방법이다. 그런데 일부지만 불황기의 부품 장기공급계약은 LGD에 불리한 계약이고, LCD수요가 늘어나서 패널가격이 상승했을 때는 이번 애플과의 장기공급계약이 LGD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얘기가 간간히 들려온다. 앞으로의 LCD패널가격이 올랐을 때 역마진을 우려한다고 하니, 애플이 원유 사재기와 같이 저가로 선물가격을 지불하고 LGD의 LCD 패널을 입도선매하는 행위로 보는 모양이다.

선물가격이나 현물가격이란 것은 국제상품 중에서 원유가 대표적인데 채굴해 원유를 뽑아내기 시작하면 원유가 고갈되기 전까지는 계속 생산되는데, 문제는 경기의 부침과 상관없이 원유가 계속해서 생산되기에 선물가격이란 것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OPEC(Organization of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나 원유수출국들이 공장을 가동중단하듯이 원유공급량을 조절하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유전은 원유 생산정을 막느냐 여느냐의 선택이 있을 뿐이지 일일 10만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원유 생산정에서 일일 5만배럴로 생산을 줄이는 생산량 감축을 하면 그로인한 원유감축생산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므로 원유 감산효과를 통한 실효를 거두기가 어렵다. 그 이유는 하루에 1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해내는 원유 생산정이 있다면 그 뽑아낸 10만 배럴의 원유를 저장하거나, 운송하거나, 배관을 통해 유통시키는 인프라가 구축되어있어야 한다. 절반의 원유생산량을 감축한다고 해도 고정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줄어들지 않고, 그로인해 원유 1배럴 당 생산원가는 높아지게 되니 원유 생산량 감축으로 원유가가 상승했을 때 수혜를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이다. 땅 속에서 원유가 뿜어져 나오는 원리를 생각해 보면 파이프만 땅에 박어 넣으면 지하수가 나오듯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유전 생산정이 있어, 수도밸브와 같이, 원유를 원하는 때에 밸브를 열어 뽑아내는 원유 생산정도 있을 것이지만, 펌프를 가동해 인위적으로 끌여 올려서 원유를 생산하는 고비용의 원유 생산정도 있을 것이다.

어쨋든 원유공급량을 줄이기 위해 원유생산량을 감축한다고 OPEC나 원유수출국이 정한다고 해도 원유를 생산하는 기업이나 국가가 모두 같은 일정비율로 생산량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일부기업이나 국가는 원유를 생산하지 못함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에 원유를 증산하는 것은 쉬워도 감산하기는 어렵다. 또, 유전이라는 것이 매장량이 정해져 있다고 해도 유전생산을 중단하면 그 매장량이 그대로 보전되는 것이 아니어서 개발된 유전을 마냥 놀리고 있을 수도 없다. 그렇기에 보통은 개발된 유전 매장량이 고갈되기 전까지는 원유생산은 끊임없이 이루어질 것이고 원유수요는 경기의 부침에 따라 변동되기 마련이지만 원유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계속 쏟아져 나오는 원유생산량을 현재 뿐 아니라 미래에도 계속해서 판매를 해야 할 것이나 현재의 원유시세는 알 수 있으나 미래의 원유시세는 알 수가 없기에 원유를 필요로 하는 원유시장참여자들의 원유수요예측에 따라 미래 원유시장가격이 결정되고, 어쨋든 원유판매자 입장에서는 미래에 생산될 원유를 사가는 매수자를 미리 결정하게되어 안정적으로 원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되고, 원유 선물중개인들은 이를 원유공급업체와 원유수급업체와 연결시키기 위해 페이퍼 원유상품을 만들어 거래할 수 있도록 원유 선물시장을 만들어내고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오늘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선물가격이 적용되는 국제상품은 보통 원자재인 경우가 보통인데 이상하게 메모리부품 유통을 위한, 원유선물 시장과 유사한, 메모리 수요기업과 생산기업 간의 메모리 고정거래가가 매겨지고 있다. 보통은 기업간 거래에서 부품 공급계약은 외부에, 경쟁기업에 알려지지 않는데 메모리 부품생산기업들은 1등기업부터 꼴찌기업까지 고정거래가를 공개하고 있는 셈이다. 위에 원유상품시장을 언급한 것은 메모리부품시장과 원유상품시장이 매우 유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원유는 그냥 원유다.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원유나 이라크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질이 달라서 휘발류로 만들 때 비용이 좀 더 들고 덜 들고 하는 품질이 좀 다른 것은 있지만, 그래도 그냥 원유라는 상품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즉, 러시아 원유를 구입했던 기업이 구매처를 바꿔 이라크 산 원유를 구입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이 원유의 상품특성이 메모리부품상품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셀(cell)을 위로 쌓아올린다는 스택(Stack)방식의 1Gb DDR2나 독일 키몬다의 파고 들어간다는 트렌치(Trench)방식의 1Gb DDR2나 서로 기능과 성능은 똑같다. 범용부품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원유와 같이 삼성전자의 DDR2 D램을 쓰고 있다가 엘피다나 마이크론 DDR2 D램으로 대체한다고 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메모리 부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메이커가 아니고 가격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LCD부품도 메모리와 비슷한 부품이 아니냐 하는 혼동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LGD의 애플 장기공급에 관한 각 증권사에서 나오는 코멘트들이 저마다 다른 것이다. 그러나, LCD패널은 메모리와 좀 다르다. 삼성전자의 VA방식 LCD패널을 쓰다가 LGD의 IPS방식의 LCD 패널로 교체할 수 있지만 일 대 일로 패널부품 만을 바꿔서 세트(TV, 모니터)를 생산할 수 없다. 삼성전자의 LCD패널과 LGD의 LCD패널은 엄밀히 말하면 상호호환이 되지 않는 다른 부품인 것이다. 지금은 유사한 면이 더 많이 있지만 앞으로는 전혀 다른 디스플레이 부품으로 진화하는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굳이 메모리와 같이 범용성을 내세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메모리와 같이 한, 두 푼 하는 부품도 아니고 LCD패널 하나의 가격이 왠만한 모바일 IT기기 값을 상회하는 가격이다 보니 구매할 수 있는 기업들은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100대의 LCD TV를 생산하려는 기업이 LGD의 LCD패널을 원한다고 해서 그들 기업의 요구에 맞춰줄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그러나, 애플, LG전자같이 대규모 장기공급계약을 맺는 IT세트 대기업들에게는 모니터나 LCD TV 개발단계부터 그들 기업과 호흡을 맞출 필요가 있고, 또 그것이 전략상 서로 서로 윈윈 하는 길이 된다. 만약에 애플이나 LG전자가 기껏 R&D 투자를 해서 신제품을 만들어 냈는데 다른 기업이 그들 기업이 적용한 부품들을 모아서 그대로 만들어 낸다면 그만큼 허탈한 일도 없을 것이다. LCD 모니터나 LCD TV를 보면 LCD패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 겉으로 보기에는 LCD패널만이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니터나 TV를 구현하는데 그 커다란 크기와 부피를 차지하는 패널은 손대지 않고 외부회로와 패키징만 개발해서 패널과 조립시키기만 한다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메모리에서의 공급계약과 LCD패널의 공급계약이 다른 부분이 또 나왔다. LCD 패널의 진화는 모니터 반제품이나 TV반제품으로까지 발전될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 세트기업은 패키징만 하면 출시할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애플이 삼성전자가 아닌 LGD와 장기공급계약을 맺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강력한 경쟁자고 LGD는 삼성전자와 맞수다.

이에 불구하고 LCD 패널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메모리 생산기업같이 세트기업들의 수요를 초과하면서까지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일종의 무료 서커스 쇼를 하는 것과 진배없다. LCD패널의 생산원가가 100원인데 이를 50원에라도 팔수 밖에 없는 상황을 스스로 자처하는 것이니 이 어찌 바보같은 짓이라 하지 않을 것인가? 기껏 열심히 생산해 자진해서 손해보면서 판다는 것이니 어찌 바보라 하지 않겠는가?

메모리부품 사업자들은 메모리 시장점유율을 확보하여 시장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 물량 쏟아내기 전쟁 또는 손해보고 팔기 경쟁을 한다고 하는데, 점유율을 높여서 다른 메모리 부품 생산기업들이 원가가 100원짜리를 120원에 팔 때 1등기업은 200원에 팔아서 이익을 증가시킨 적은, 포투가 생각해 볼 때, 그런 일은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단지 1등기업이 이익을 많이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이란 같은 메모리부품을 생산하면서 원가를 경쟁기업들 보다 더 줄일 수 있어서 원가를 낮춘만큼 이익을 더 가져가는 구조인 것이지 시장점유율이 높다고 당연히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고, 이는 메모리가 범용으로 남는 한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인텔이 CPU부품 시장을 독점하듯이 먼 훗날 삼성전자 일개기업이 메모리 시장을 독점하는 세상이 올수 있다면야 단기간의 수익악화도 견뎌낼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를 꿈꾸고 치킨게임을 하고 무작정 생산량을 늘리고 점유율을 높였어도 경쟁기업들은 떨어져 나가지 않고 더 큰 장벽이 가로막고 있을 뿐이다.

LCD패널도 메모리와 비슷한 면이 많지만 원가를 메모리와 같이 줄일 수는 없는 일인지라 공급가가 원가에 미치지 못하면 생산을 감축해서 시장가격을 원가이상으로 유지시키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아무리 LCD패널 업체들이 비용절감을 통해 원가를 절감한다고 해도 도저히 안되는 원가 마지노선이 저마다의 기업들에게 매겨져 있기 때문인 것이고, 이는 각 기업들의 의지나 노력에 의해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는 부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생산한 부품을 손해를 보면서 세트기업에 공급한다는 것은 제 무덤을 스스로 파는 일이다. 수요가 줄어들어 풀캐파로 생산하는 양이 월 LCD 패널 100만개인데, 수요는 줄어 80만개밖에 공급할 수 밖에 없어, 20%의 생산감축에도 줄어들지 않는 고정비용때문에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사업구조인 것이지, LCD패널의 공급가격 자체의 가격이 원가 수준 미만으로 떨어져서 영업적자를 보는 사업은 될 수 없는 것이 LCD패널부품사업이어서 이 부분에 있어 메모리 부품사업과는 다른 점인 것이다.

메모리부품이라는 것은 지금 당장은 원가가 공급가격에 못미쳐 영업적자를 보고 있지만 줄곧 하나의 IC를 생산하다 보면 메모리생산라인이 단순화되고 수율도 높아지기에 앞으로 가능하리라 여겨지는 원가 절감 마지노선이 3개월 후와 6개월 후가 다르기에 그 가능성을 믿고 열심히 생산한다고 할까, 그렇기에 메모리의 불황기에 이들 메모리부품생산기업들이 해도, 해도, 안되는 시기가 길어질 수 밖에 없고 보통은 18개월에서 손을 드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24개월 쯤 지나면 메모리가격이 반등해 호황으로 접어들고, 또한 이시기에 메모리부품 원가 서열이 정해져서 원가서열이 제일 높은 기업은 빠른 시기에 시설투자를 할 수 있는 자금력이 생길 것이고, 서열이 낮은 기업들은 순서대로 일단 현금을 모아야 하는 시기가 필요하니 원가서열에 따라 투자규모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메모리 점유율도 갈수록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일등기업이 2년 후에도 일등기업을 유지한다는 보장은 없다. 범용메모리부품 사업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메모리 원가서열인 것이다. 물론 호황기에 메모리 생산량을 높일 수 있는 기업이 불황기에 현금경쟁력 우위로 좀 더 버틸 수 있겠지만 메모리 기업간 대결구도가 국가가 개입하는 복잡한 대결구도로 바뀌고 나서는 이마저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그러니 갈 방향은 본연의 부품생산기업으로의 복귀인 것이다.

메모리부품생산기업들이 비정상적인 것이지, 이번 LGD의 애플과의 장기공급계약은 극히 정상적인 거래다. 메모리부품기업들도 정상적인 거래를 해야하는 상황으로 몰린 현재 LGD가 수요대비 공급초과로 인한 불황에 따른 위기타개의 교과서로 대두된다고 하겠다.


  1. 바다펭귄 2009/01/14 06:35  address  reply

    오늘 글은 포투님 답지 않으시게 글의 포인트가 좀 안 잡혀 있네요. 뭐 핵심은 맨 마지막 두 문단인듯 합니다.

    • 포투 2009/01/14 08:11  address  reply   modify / delete

      그렇습니다. 글이 좀 어지러운 감이 있읍니다. 글이 장문이 되면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역시 숨이 긴 글은, 재미로 글쓰는, 저하고는 맞지 않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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